2012.1.12
1. [매일경제]저축銀 86조 → 59조 몸집 줄어…은행계열이 판도 바꿔
◆ 저축은행 사태 1년 ◆
시계를 1년 뒤로 돌린 지난해 1월 14일, 금융위원회가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발표했다. '해결사'로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신호탄'이었다. 그 이후 저축은행 업계의 1년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1년 동안 16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이었다.
피해자들은 절규했고 불법ㆍ부당행위가 드러난 저축은행 대주주들과 임원들은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해당 저축은행이 위치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피해자 구제책을 만들겠다며 대중 인기영합주의 법안을 추진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지나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새 주인을 찾았고 특히 금융지주 계열사의 진입으로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몸집 줄인 저축은행
'김석동식' 속전속결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상ㆍ하반기에 각각 저축은행 8곳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수도 2010년 말 105개에서 올해 초 95개로 줄어들었다.
문을 닫는 저축은행이 속출하자 고객들의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언제 어디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뱅크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2000년대 급속도로 팽창하던 저축은행의 몸집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 말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총액은 86조8000억원이었다. 하지만 2011년 6월 말 총자산이 70조원으로 내려앉았고 9월 말 기준으로는 59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4년 전인 2007년 말(58조원)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고객들의 예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2010년 말 고객 예금은 76조793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2011년 9월 말 현재 51조9413억원으로 낮아졌다.
◆ 지주계열 저축은행 시대 활짝
과거 은행들은 많은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합병이나 매각 절차를 밟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2011년 다시 은행이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KB, 우리, 신한, 하나, BS 등 금융지주사가 모두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지주계열 저축은행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앞으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리딩 저축은행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의 등장으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기존 저축은행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10%대 중후반의 '중(中)금리' 상품을 올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로서는 보다 폭넓은 금리 쇼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스마트해진 소비자들
저축은행 예금보장한도는 5000만원이다. 5000만원까지는 해당 저축은행이 망해도 정부가 전액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과거에는 5000만원보다 많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 예금보장한도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고금리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들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2만5766명에 달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똑똑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총 14만3186명이다. 초과금액은 6조8917억원이었다. 그러나 대형 저축은행들까지 문을 닫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객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통계를 보면 5000만원 초과 예금자 숫자는 4만8000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초과금액도 3조181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고객들이 '고수익'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은 결과다.
◆ '저축은행=고금리' 등식 깨졌다
저축은행은 과거 '고금리'의 상징이었다.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했고 저축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연 8%가 넘는 고금리 상품이었다. 이 때문에 서민뿐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도 저축은행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고금리'라는 등식이 깨져가고 있다.
11일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1년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59%로 1년 전(5%대)보다 크게 낮아졌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는 4%대 초반으로 사실상 시중은행의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과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과거 8%대의 높은 수익률로 저금리 시대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수단으로 눈길을 끌었던 후순위채도 앞으로는 고객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축은행 규제 대폭 강화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심해지면서 금융당국은 다각적인 저축은행 규제 개선책을 내놨다. 우선 우량 저축은행 기준으로 활용했던 8ㆍ8클럽(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내)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한 저축은행 간 인수도 사실상 금지시켰고 부동산, 해외유가증권과 같은 고위험 자산운용도 제한했다.
고객들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마다 이뤄지던 경영공시를 분기별로 하도록 하고 공시 항목도 대폭 확대했다.
[손일선 기자 / 석민수 기자]
2. [매일경제]"시장 규제를" 프린스턴학파 뜬다…버냉키·블라인더·크루그먼
그동안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했던 시카고학파가 금융위기로 주춤하는 사이에 금융 규제와 감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린스턴학파가 뜨고 있다. 이달 5~8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도 프린스턴학파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곳에서 1930년대 대공황 원인과 처방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2006년부터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금융위기에서도 '소방수'로 활약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에 앞서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폴 크루그먼 교수나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도 프린스턴대 교수다.
프린스턴학파 특징은 시장경제의 완전성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파와 달리 시장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다고 보고 있다. 정보 보유 비대칭성과 인센티브제도 때문에 시장은 불안하고 항상 위기에 노출돼 있다는 견해다. 이들은 불완전한 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적절한 금융 규제와 금융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완전하기 때문에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시카고학파와는 차별된다.
프린스턴대는 이론을 만들 때에도 실증분석에 입각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가 대표적이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심스 교수는 통계학을 바탕으로 실제 경제 데이터에 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이론을 완성하는 학자"라고 설명했다. 자유방임주의 철학에 맞춰 이론을 개발하는 시카고학파와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재정정책보다는 금융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프린스턴학파 특징이다. 이 점에서 케인스학파와 차별된다.
'금융시장 최고 감독기구' 수장인 버냉키 의장이 교수 시절 임명한 교수들 면면도 금융시장 전공자들이다. 독일계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교수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자란 베트남계 해리스 홍 교수, 중국계인 웨이 충 교수 등이 그들이다. 현직 교수들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금융당국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요청받고 있다. 뉴욕연방은행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브루너마이어 교수와 신현송 교수가 그런 사례다.
프린스턴학파는 특히 금융회사 이익과 국가 이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은행은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불씨 중 하나고 금융위기 때 재정 투입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며 이 때문에 금융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린스턴학파는 외국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가에서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노선'을 바꾼 것도 프린스턴학파 권고 덕분이었다. 신 교수는 "국제기구는 물론 다른 외국 금융당국들에서도 프린스턴대 교수들에게 잇따라 금융정책 자문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