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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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제12회 세계지식포럼 10대 메시지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 래리 서머스ㆍ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 40개국 글로벌 리더 200여 명이 지난 11~1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 사회에 '알토란' 같은 제안을 쏟아냈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이 내놓은 10대 핵심 메시지를 정리했다.
① 글로벌 리더십 복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 상태를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된 'G제로(0)' 시대로 규정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G20 국가들이 글로벌 공조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새로운 위기가 엄습하자 각국은 자국 이익을 앞세우면서 지구촌에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안타깝게 국제 공조가 필요한 많은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루비니 교수는 "따라서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는 것이 현 경제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이라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글로벌 리더십 복원'을 주문했다.
② 돈 더풀어 자신감 회복
석학들은 각국 정부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또 다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 부양만이 유일한 위기 탈출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지출 확대(인프라스트럭처 건설), 감세 정책(소비 진작), 기업 투자 촉진(고용 확대) 등 새로운 '신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 경제위기는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됐지만 위기를 극복해내려면 더 큰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③ 정실 자본주의 버려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미국을 망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그동안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에 주력하기보다 브로커에게 돈을 줘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혁신을 등한시했다"며 "이것이 미국을 위기로 내몬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추구했던 '대형화(big)' 전략이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그동안 큰 기업, 큰 정부를 추구한 결과 위기가 오자 위기 대처능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좋은 조직이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④ FTA가 재도약 해법
한ㆍ미 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한 13일 글로벌 통상 대표들은 포럼 현장에 있었다. 한ㆍ미 FTA를 진두지휘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삼성전자 사장)과 김종훈 현 본부장, 카럴 더휘흐트 EU 통상장관, 스트로브 탤벗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등은 FTA가 위기에 처한 글로벌 경제를 재도약시킬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인 탤벗 소장은 "경제 동맹은 한ㆍ미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새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ㆍ재정상을 지낸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학 교수는 "미국ㆍ유럽과 FTA를 체결한 한국 경쟁력이 일본을 앞서게 됐다"고 밝혔다.
⑤ 시장 만능주의 추방
무엇이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나.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비(非)시장영역에까지 시장주의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시장 만능주의(market triumphalism)'가 실패해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지난 30년간 교육, 법률, 보건, 환경 등 비시장적 가치의 영역까지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시장에 정의를 구현하려면 시장원리를 적용할 부분과 적용해선 안 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⑥ 아이들 자유ㆍ창의성 교육
'타이거 맘' 열풍을 일으켰던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동서양 교육의 장점을 채택해 균형 잡힌 아이교육을 펴라고 주문했다. 추아 교수는 한국 타이거 맘들을 향해 "아이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해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고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나아가 아이들 행복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기 때문에 문제"라며 "따라서 한국 엄마들은 엄격하고 규율 있게 아이를 지도하는 기존 가치를 유지하되,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창의성을 키우는 부분을 서구 교육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⑦ 중국 소비 2배로 늘려야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현재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려면 중국의 소비가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에서 70~80% 수준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유럽은 각국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지 않아 자국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며 "유로존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위기는 정치 때문에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협조적이었⑧던 미국 의회가 지금은 매우 적대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⑧ 대륙 간 성장협정 맺자
'유럽의 리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려면 지난 세기 미국ㆍ유럽이 해왔던 생산과 투자, 소비 기능을 이젠 아시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0년간 미국ㆍ유럽 두 대륙이 전 세계 생산, 소비, 투자를 절반 이상 맡았던 것은 비정상적인 시대였다"며 "이젠 나머지 대륙이 이 일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이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나머지 국가가 생산, 투자, 소비를 통해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성장 협정(global growth pact)'을 맺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⑨ 상향식 '창조혁명' 필요
석학들은 '창조성(creativity)'을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우리 사회 키워드로 간주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개인이 창조성과 혁신, 힘을 발휘하는 상향식(Bottom-up) 사회로 변했는데 사회는 여전히 하향식(Top-down)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5% 성장이 아닌 '50% 성장'식으로 기대치를 높여라"고 조언했다.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도 "기존 하향식 관리 시스템에 더해 조직 하단부에서 올라온 정보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상향식 시스템을 만들어 창조성이 꿈틀거리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⑩ '열린아시아 시대' 준비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은 한ㆍ중ㆍ일이 앞장서서 '열린 아시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한ㆍ중ㆍ일이 협력해 '열린 아시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ㆍ중ㆍ일 협력은 물론 한ㆍ일 FTA를 이른 시일 내에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비정상적인 초엔고 현상 차단에 대한 의견도 분명히 했다. 그는 "초엔고로 인해 일본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초엔고를 활용해 국외 자원과 기업을 인수하는 한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엔고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수 기자]
2. [매일경제]이자율 담합 12개 生保에 3600억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12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보험상품 이자율을 담합한 혐의로 3653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생명 등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업체를 중심으로 과징금 규모를 대폭 삭감할 것으로 알려져 리니언시 제도를 둘러싼 '면죄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공정위는 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 등 생보사 16곳이 2001~2006년까지 개인보험상품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12개사에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4개사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생명 1578억원, 교보생명 1342억원, 대한생명 486억원, 알리안츠생명 66억원, 흥국생명 43억원, 신한생명 33억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ㆍ대한ㆍ교보ㆍ흥국생명 등 6개 업체가 먼저 이율을 합의한 뒤 이를 다른 생보사에 전파하는 식으로 이자율 담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생보사는 2000년 4월부터 실시된 보험가격 자유화 취지에 역행해 수익 감소 방지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담합 행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예정이율은 확정금리형 상품의 보험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보험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85%에 이르고 있다. 공시이율의 경우 변동금리형 상품의 장래 환급금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공시이율이 내려가면 지급보험금도 낮아진다.
공정위 측은 이번 과징금 조치로 보험업계의 잘못된 담합 관행이 시정돼 보험 가입자들이 부담할 보험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처분 결과를 접한 업체들은 "예정ㆍ공시이율은 각 보험사가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문제이고 금융감독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것이어서 결코 담합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 이른바 '빅3' 업체가 공정위 조사 협조로 대거 과징금 감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위 업체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철 기자 / 김유태 기자]
3. [매일경제]野 불참에 韓·美FTA 부수법안 불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14개 부수법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이 또 다시 불발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14일 당초 14개 부수법안 가운데 7개 법안의 상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부수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한ㆍ미 FTA 비준안이 설사 10월 중 통과되더라도 내년 1월 1일 발효가 어렵게 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확인서한을 교환하려면 14개 부수법안을 손봐야 하고, 이후에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FTA 협정문에 일치하도록 정비하는 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 상정이 되지 않은 법률안은 현행법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불가능하다. 야당이 법률안의 상임위 상정을 거부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이 한ㆍ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부수법안에 대한 논의는 우선 진행하는 것이 맞다. 회의에 한 명도 나오지 않고 법안 상정조차 거부하는 것은 민주당이 한ㆍ미 FTA를 아예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나라당이 상정을 요청한 부수법안은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실용신안법 △우편법 △우체국예금보험법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등 7개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지난 2008년 10월 지경위에 제출했지만 3년간 계류 상태다.
[김은표 기자]
4. [매일경제][매경 MBA] 잡스의 유산 `원 모어 싱`
'원 모어 싱(one more thing, 한가지 더)!'
IT업계 황제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뒤 수많은 스토리가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 경영학계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원 모어 싱'은 잡스가 제품 설명회장에서 항상 마지막으로 기막힌 하나를 소개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청중과 소비자들은 항상 그가 마지막으로 더한 말에 늘 귀를 기울였다. 이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잡스는 주변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에 '결정적인 것 하나'를 더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와 150번 이상 만난 뒤 2005년 그에 대한 책 '아이콘 (iCon)'을 쓴 제프리 S 영은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맨이 아닌 진정한 기업가였다"고 말했다. 영은 "MP3플레이어는 물론이고 태블릿PC 등은 모두 다른 이가 발명한 것들"이라며 "그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보고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잡스 경영은 이 밖에도 '사람을 홀리는 리더십',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고객 기반 마니아 마케팅' 등으로 분석되지만, 기존 경영학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5. [매일경제]서울 등 세계 900개 도시 `反월가시위`
이번주 말 전 세계 80여 개국 900여 도시가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찬다. 15일 반(反) 월가 시위의 본거지였던 미국 뉴욕은 물론 일본, 영국, 스위스, 아르헨티나, 호주 등 대륙을 망라한 80여 개국 900여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열린다.
전 세계적인 시위의 본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는 15일을 '전 세계 시위의 날'로 정하고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15일 EU 소속 국가 청년 수만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조직한 시민운동단체 '분노한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집회에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청년층 수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는 15일 집회를 알리는 '런던을 점령하라(Occupy London)'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주 말까지 3000여 명이 참가 서명을 했다. 이들은 런던 증권거래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탐욕을 상징하는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할 계획이다. 호주 멜버른에서도 15일 최소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99% 공동행동 준비회의가 15일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이날 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가 예정된 가운데 15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철 기자]
6. [매일경제]▶1번에서 계속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10대 메시지
⑥ 아이들 자유ㆍ창의성 교육
'타이거 맘' 열풍을 일으켰던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동서양 교육의 장점을 채택해 균형 잡힌 아이교육을 펴라고 주문했다. 추아 교수는 한국 타이거 맘들을 향해 "아이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해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고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나아가 아이들 행복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기 때문에 문제"라며 "따라서 한국 엄마들은 엄격하고 규율 있게 아이를 지도하는 기존 가치를 유지하되,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창의성을 키우는 부분을 서구 교육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⑦중국 소비 2배로 늘려야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현재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려면 중국의 소비가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에서 70~80% 수준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유럽은 각국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지 않아 자국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며 "유로존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위기는 정치 때문에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협조적이었⑧던 미국 의회가 지금은 매우 적대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륙 간 성장협정 맺자
'유럽의 리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려면 지난 세기 미국ㆍ유럽이 해왔던 생산과 투자, 소비 기능을 이젠 아시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0년간 미국ㆍ유럽 두 대륙이 전 세계 생산, 소비, 투자를 절반 이상 맡았던 것은 비정상적인 시대였다"며 "이젠 나머지 대륙이 이 일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이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나머지 국가가 생산, 투자, 소비를 통해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성장 협정(global growth pact)'을 맺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⑨상향식 '창조혁명' 필요
석학들은 '창조성(creativity)'을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우리 사회 키워드로 간주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개인이 창조성과 혁신, 힘을 발휘하는 상향식(Bottom-up) 사회로 변했는데 사회는 여전히 하향식(Top-down)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5% 성장이 아닌 '50% 성장'식으로 기대치를 높여라"고 조언했다.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도 "기존 하향식 관리 시스템에 더해 조직 하단부에서 올라온 정보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상향식 시스템을 만들어 창조성이 꿈틀거리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⑩'열린아시아 시대' 준비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은 한ㆍ중ㆍ일이 앞장서서 '열린 아시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한ㆍ중ㆍ일이 협력해 '열린 아시아'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ㆍ중ㆍ일 협력은 물론 한ㆍ일 FTA를 이른 시일 내에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비정상적인 초엔고 현상 차단에 대한 의견도 분명히 했다. 그는 "초엔고로 인해 일본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초엔고를 활용해 국외 자원과 기업을 인수하는 한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엔고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7. [매일경제]은행 `열린 채용` 에 우수 고졸자 몰린다
"은행에 취업하니까 인문계 고교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저처럼 특성화고에 갔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말도 많이 해요."(국민은행에 취업한 대전여상 3학년 김예은 양)
"후배들이 '고졸도 은행에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기뻐해요. 특성화고로 전학을 고민하는 인문계 후배도 봤어요."(우리은행에 취업한 일신여상 3학년 최다은 양)
은행권이 고졸 채용을 확대하면서 대학 진학과 취업을 바라보는 일선 고교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은행권에 고졸 출신들이 속속 입성하면서 '취업이 쉽지 않은 대학을 가는 것보다 취업이 잘되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고교생이 부쩍 늘었다는 것. 최다은 양(18)은 "친구들 사이에서 대학과 취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들의 고졸 채용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기업은행이 특성화고 출신 20명을 선발한 이후 신한ㆍ우리은행도 각각 70명과 85명의 고졸 텔러를 채용했고, 부산ㆍ대구ㆍ경남 등 지방은행들도 10~20명 안팎을 채용해 현장에 배치했다. 하반기에도 고졸 채용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텔러 채용 인원 중 40명을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로 선발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신한은행과 농협중앙회 등도 각각 30명의 고졸 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금융권 전체로는 2013년까지 고졸 인력 8300명(은행권 2700명 포함)을 선발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은행들은 고졸 출신에게도 부장ㆍ임원으로 성장할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고교 재학 때 자격증을 10개 이상 취득하는 등 최선을 다해 살아온 젊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고졸 출신이 임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고졸 신입 1명당 10년차 직원 1명씩을 멘토로 붙여서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고졸 채용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고졸 채용 확대가 정부 시책에 맞춘 일회성 행사일 뿐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고졸 채용 바람을 보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중학생들이 취업할 무렵에 다시 고졸에게 취업 문이 닫힌다면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인사담당자는 "각종 교육 등을 통해 고졸 직원들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며 "채용한 직원들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입행한 고졸 직원 20명은 이미 7월 4일부터 각 은행 지점에서 텔러로 근무 중이다. 출신 지역별로도 서울ㆍ경기가 각 7명으로 가장 많지만 부산(3명), 대구ㆍ광주ㆍ인천ㆍ충북(각 1명) 등 균형을 맞췄다. 이들의 초임 연봉은 약 2500만원 수준으로 학력에 따른 차별은 없으며 자기계발비와 경조사비, 의료비 등 복지 혜택도 정규직원과 동일하게 지원한다. 또 고졸 출신들은 계약직으로 출발하지만 2년 후에는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상고 전성시대'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은 별로 없다. 우선 선발 예정인원 8300명은 금융권 총 채용 예정인원 5만1000명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고졸에 대한 인식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한 은행 임원은 "예전 상고 출신 대다수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한 사람들로 역량이 매우 뛰어났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 우수 인재가 대학 출신인 만큼 고졸들이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지금의 고졸 채용 확대"라며 "상고 전성시대 부활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 / 전정홍 기자 / 석민수 기자 / 이현정 기자]
8. [매일경제]은행 `열린 채용` 에 우수 고졸자 몰린다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그냥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대졸도 들어오기 힘들다는 은행에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4일 기업은행 강동구청역 지점에서 만난 이현혜 씨(18)는 다부지고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씨는 지난 6월 기업은행 고졸채용에서 합격한 20명의 신입 행원 중 한 명이다. 기업은행이 고졸 출신을 채용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3주간 연수를 받은 뒤 7월부터 강동구청역 지점에 배치받아 창구에서 일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은 여느 행원과 다름없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느리고 실수를 많이 해 답답해 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며 "오늘도 단골 고객이 칭찬해 줘서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씨는 고졸 출신이라고 해서 지점 내에서 차별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그는 "지점의 선배들이 꼭 친언니 오빠처럼 업무도 가르쳐주시고 도움이 되는 자격증도 추천해주신다"며 지점 내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했다.
이씨는 대동세무고등학교 출신으로 동기생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권에 입사했다. 이미 출신교에서는 '스타'가 됐다.
그는 "지점에 나가서 일하는 사이 학교에서 영웅이 됐더라"며 "학교에서 금융권을 준비하는 동기와 후배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에 취업하려는 친구들이 비결을 알려달라며 상담해 달라고 할 때도 많다"며 쑥쓰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같은 학교에서 이씨가 기업은행에 입행한 뒤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도 각 1명씩 합격자가 나왔다. 그는 "학교 취업반에 들어가 전산세무회계 2급 자격증을 따놓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학 진학도 꿈꾸고 있다. 고졸 출신으로 들어와 대학까지 마친 같은 지점의 안경인 과장이 그의 '롤 모델'이다.
고졸 출신이라는 게 부담이 되는가라는 물음에 이씨는 "고졸이라고 하면 비하하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며 "내가 잘하면 후배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석민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9. [매일경제]세계지식포럼 투자대가들이 말하는 전략은
"투자 여건은 2008년보다 낫다. 그러나 주식 비중 확대는 신중하라. 수익률 보다는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써라."
11~13일 열린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에는 참가한 투자 대가들이 조언한 전략이다. 포럼 세션과 인터뷰 등을 통해 대가들이 내놓은 경제 전망은 '낙뢰를 머금은 먹구름 속 상승 비행'으로, 투자전략은 '수익률보다는 변동성 조절'로 각각 요약됐다. 이들은 또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몰락으로 인해 부각되는 신흥시장을 향한 흥분은 가라앉히라"고 조언했다. 한층 고도화된 글로벌 경제의 연관성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진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고수들은 "주식과 유럽 자산가치는 소버린 쇼크 후 낮아졌지만 향후 전개될 국면에서 더 싸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재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위험하다는 얘기다. 안정된 수익률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각 투자 대가가 밝힌 핵심 조언을 정리했다.
2008년보다 투자위험은 덜해
소버린 쇼크 이후 한국 증시 급락은 펀더멘털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결과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된 것은 투자 자산을 팔고 나가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에서 팔고 나가기가 더 쉬울 것인지를 고민한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 또 자금 유출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2008년에 비해 현재가 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은 신용 위기로 레버리지가 더 컸기 때문이다. 위험의 폭발력을 염려해 당시 투자자들은 최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 결과 낙폭이 컸다.
신흥시장 성장성에 매몰 안돼
선진국 시장은 '썩어도 준치'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이 폄하된 측면이 컸다. 아시아는 성장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총생산, 인구, 생산성 등 신흥시장의 경제 기본 요소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매력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은 이제 수익 못지않게 위험 회피도 중시한다.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을 앞설 것은 분명하다. 향후 신흥시장은 1~2년 내에 선진시장을 추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12개월은 유럽 위기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한동안은 침체를 면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실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돌 것이다.
아시아 롱포지션 부적합하다
지금까지 아시아가 세계 성장의 원천이었다. 중국이 성장의 견인차였다. 한국도 아시아 성장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한 아시아 투자는 위험하다. 특히 1990년 말 이후 변동성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MSCI의 변동성은 40%, 한국도 40%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 투자 때 수익률은 S&P 수익률 정도다. 아시아 투자 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최상의 전략은 아니다.
유럽의 문제는 신뢰의 게임이라고 본다. 시장 참여자 입장으로는 다음달 G20 회담 결과가 중요하다. 여기서 합의된 정책이 나오는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회담 결과가 획기적인 방안이어야 한다. 그래야 변할 수 있다. 최근 증시는 일부 뉴스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현재가 꼭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유럽 자산가치 더 떨어질 것
국가 부채를 해결하려면 수출을 많이 하든가 저축을 늘려야 한다. 돈을 못 벌면 자산을 팔아야 한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민이 금을 모아서 국가 부채 상환을 도왔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한국처럼 일사불란하게 국가 부채를 갚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인들이 저축을 늘릴지도 회의적이다. 그렇다고 사치품이나 펀드를 팔아서 돈을 갚을지도 역시 회의적이다.
결국 유력한 해결책으로 수출을 더 늘리는 정책이 채택될 것이다.
수출을 늘리려면 제품을 싸게 만드는 환율 평가절하책이 동원될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 자산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주식 유망하지만 맹신말라
경기 지표, 실업률, 원자재 가격 등을 고려하면 현재 경제는 점진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 성장세는 소폭 하향 조정될 것이다.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2% 수준을 보이면 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 걱정하는 수년간 장기 침체는 없을 것이다. 현재 유망 투자처로 주식을 꼽는다. 저평가 매력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 상황이 높은 변동성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몇 개월 후 주식을 향한 선호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주식 투자는 민첩하게 진행돼야 하며 하락 위험에 대비해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 국가 단위 투자에 있어서도 분산형 투자를 권장한다.
ETF는 변동성 헤지목적으로
안정된 수익률 확보를 위해 투자처 다변화 전략을 써라. 상장지수펀드(ETF), 헤지펀드 등 다양한 대체 투자처가 활성화돼 있다. 보완적 역할을 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도 쌓았다. 대체투자처 선택은 수익률이 아닌 변동성 줄이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양한 투자처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꼭 낮은 수익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TF와 헤지펀드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변동성도 줄이고, 초과 수익률을 얻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한편 유럽과 미국의 투자 대안으로 아시아가 부각된다. 대체 투자처로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매력적인 곳이다. 신흥시장를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할 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규제, 회계기준 그리고 마지막은 기업지배구조다. 이 부분의 투명성은 신흥시장의 약점이다.
[김대원 기자]
10. [매일경제]재정부 "韓·美통화스왑 현재 불필요"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한ㆍ미 통화스왑 재추진설이 확산되자 정부가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비해 통화스왑(currency swap)을 다시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일부 보도 때문이다.
14일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단계에서 한ㆍ미 통화스왑 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 조기에 양국 간 협상을 시작할 이유도 없다"는 게 재정부 공식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위기가 2008년 리먼 사태처럼 확산됐을 때를 대비한 원론적 언급만 있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통화스왑까지 직접 논의한 것은 아니고 통상적 차원에서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이라고 진화했다.
다만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경제동맹이 굳건해진 가운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지 다시 통화스왑을 할 수 있는 관계임을 확인했다는 부연 설명이다.
애초 워싱턴에서 배포된 보도자료 초안에는 '외환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안정 필요성에 양국 정상이 공감했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외교부가 이 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통화스왑 주무부처인 재정부ㆍ한국은행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부는 몇 시간 뒤 배포한 수정본에서 통화스왑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외환유동성 공급'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향후 필요 시'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한은도 같은 내용이 담긴 해명자료를 냈지만 김중수 총재는 통화스왑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김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스왑이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추진 여부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국정감사에서 "부작용이 염려되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는 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30일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미국은 2007년 말 스위스를 시작으로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한국 등과 통화스왑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5차례에 걸쳐 163억달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가져다 썼고 2009년 12월 전액 상환한 뒤 이듬해 2월 스왑을 종료했다.
지금 통화스왑 재추진을 주장하는 쪽은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근거로 든다.
2008년 한ㆍ미 통화스왑 발표 당일에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177원 급등(환율 하락)할 정도로 효과가 컸다는 얘기다. 미리 외환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마이너스통장'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나쁠 게 없다는 논리다.
반면 현재 미국이 통화스왑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영국 일본 스위스 등과 유럽중앙은행(ECB)까지 5곳에 불과하고 이들 중에도 ECB만 실제 스왑자금(5억달러)을 이용 중이라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도 있다.
굳이 한국이 먼저 나서서 통화스왑에 매달리면 대외 신인도에 역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부 역시 아직까지 이 같은 자세를 유지해 왔다. 미국 정부 역시 모럴 해저드 가능성을 근거로 통화스왑 확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선 한ㆍ미 양자 간 통화스왑보다는 G20 체제 안에서 스왑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더 중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회원국들에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특정 회원국에 외환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동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2008년 위기와 달리 주요국간 통화안전망이 구축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헌철 기자 / 이기창 기자]
11. [매일경제]이자율 담합 생보사 12곳에 3600억 과징금
담합을 한 생명보험사 12곳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담합을 주도한 대형 생보사들이 이미 담합을 자진신고함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대폭 준 반면, 생보업계 오랜 관행상 대형사를 따라하던 중소형사에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공정위가 강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처벌을 내렸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공정위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형 생보사들이 주도해 이율 담합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봤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흥국생명, 제일생명(현 알리안츠생명), 금호생명(현 KDB생명에 흡수합병) 등 6개사가 먼저 이율에 대해 합의한 후 이율 결정 내용을 타사에 전달ㆍ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의 골자다.
지난 4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보ㆍ삼성ㆍ대한생명은 앞다퉈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leiniency) 제도를 이용하면 거액의 과징금을 피해갈 수 있어서다.
실제로 공정위는 삼성생명에 1578억원, 교보생명에 1342억원, 대한생명에 486억원, 알리안츠생명에 66억원, 흥국생명에 43억원 등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00%, 삼성생명은 70%, 대한생명은 20%의 과징금을 감면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 제도를 십분 활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담합 사실을 첫 번째로 자진신고한 교보생명의 실제 과징금 납부 추정액은 '0원'이다. 두 번째로 신고를 한 삼성생명은 473억원만 내면 된다. 무려 1100억원 이상을 낮췄다. 담합 조사에 적극 협조한 대한생명도 97억원을 감면받아 389억원만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담합을 주도하고도 가장 적극적으로 담합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셈"이라며 "최악의 리니언시 악용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대형 생보사 주도의 담합을 '추종'한 중소형 생보사들의 납부액도 일부 감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 KDB생명 알리안츠생명은 30%,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은 50%의 과징금 감면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동부생명 녹십자생명 등 4개사에는 시정조치만 내렸다.
이에 따라 전체 과징금은 1000억원대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중소형 생보사에 대한 과징금 감면ㆍ면제 혜택이 주어진 건 대형 생보사의 이율 책정을 따라한 중소형 생보사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소형 생보사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감면 혜택이 주어짐으로써 납부해야 할 과징금이 대폭 줄기는 했지만 담합한 사실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과징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생보사들의 항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들은 과징금 액수가 크지 않은 데다 일부 감면 조치가 내려졌지만 리니언시를 한 교보ㆍ삼성ㆍ대한생명 외 생보사들은 그동안 담합 여부를 부정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항소하지 않으면 담합 혐의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사실과 다른 만큼 항소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처분을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과연 이들 업체의 이자율 담합이 소비자 후생에 어떤 불이익을 가했는지 여부다. 업체들은 문제가 된 5년 동안 예정이율이 최대 7.5%에서 3.25%까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여서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자율을 조직적으로 상향 조정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만큼 단순히 이자율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담합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자율 하향 속도가 적정하느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설령 소비자 편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더라도 관련 정보를 공유한 행위 자체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철 기자 / 김유태 기자 ]
12. [매일경제]우체국, 예금 5조늘어 60조 돌파할듯
과거 외환위기 시절 우체국 예금창구에는 뭉칫돈을 든 고객이 길게 줄을 섰다. 1997년 말 5조8406억원이었던 우체국 예금 잔액은 98년 말 10조637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99년 말에는 14조5121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예금자들이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한 결과다.
비슷한 움직임이 2011년 재현되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마저 속절없이 무너지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우체국 예금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
14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금융 수신잔액은 올해에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체국 금융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분기별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며 "9월 말 현재 우체국 예금액은 59조2000억원으로 연말에는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체국 예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예금자들이 과거보다 '안전성'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6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촉발된 저축은행 대란 당시 우체국 예금은 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9월 실시한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9월에도 1조원 가까이 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체국 예금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이 개인당 5000만원까지만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것과 달리 금액 한도 없이 전액을 사실상 국가가 보증해준다. 우체국 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국가는 우체국예금(이자 포함)의 지급을 책임진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가 지급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사실상 원리금 전액이 보장된다.
과거 시중은행에 비해 크게 낮았던 예금 금리가 지금은 시중은행 평균 수준으로 올라선 것도 인기 비결이다. 하지만 우체국 금융이 '만능'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손일선 기자]
13. [매일경제]고삐풀린 수입물가 5개월만에 최고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수출입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서 지난달 수입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19% 이후 최고치로 전월보다 3.7%가 상승한 수준이다. 원자재는 쇠고기 등 농림수산품 가격이 뛰고 원유 등이 오르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7%, 전월보다 4.1%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유, 화학, 컴퓨터ㆍ영상음향ㆍ통신장비 등 대부분 제품이 오르면서 전년 같은 달 대비 7.9%, 전월 대비 3.4% 올랐다.
[최승진 기자]
14. [매일경제]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카드사, 1%대로 낮춘다
카드업계가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1%대로 인하한다. 영세ㆍ중소가맹점은 연매출 1억2000만원 이하 사업자로 현재 수수료는 2.0~2.1% 수준이다. 중소가맹점 범위는 내년 1월 연매출 1억5000만원 이하 사업자로 확대된다.
14일 여신금융업계와 감독당국에 따르면 각 카드사들은 최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율 중이다. A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외 압력이 너무 심해 각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평균 1% 후반에서 2% 초반 정도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중소상인들의 집단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전국음식업중앙회 주최로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고, 이달 말에는 전국소상공인연합회가 10만명이 참석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정책 개선에 대한 집회도 준비 중이다.
중소상공인은 2~4%의 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주유소, 백화점 등 대형 영업장은 1.5%의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최근 1년 동안 수수료율을 두 차례나 내렸다"며 "또다시 인하하는 것은 카드사 처지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수수료율 상한선을 2%로 잡는 등의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중소가맹점 범위를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확대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맹점 단체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 관계자는 14일 "중앙회와 신용카드사가 제휴를 맺어 카드를 발급하고, 이렇게 발급한 카드 결제건에 대해 수수료율을 1.5%까지 낮추는 방식"이라며 "카드사들은 인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아도 되고, 중소상인들은 수수료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가 내놓은 대안은 카드 발급상의 원가구조를 낮춰 카드사의 이익을 보장한 뒤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이다.
[류영상 기자 / 최승진 기자 / 문지웅 기자]
15. [매일경제]서울 소득격차 더 커져…9년새 6배로
최근 10년간 서울시 주민들의 소득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형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14일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서울 권역별 소득격차 추이' 논문에 따르면 2009년 서울 전역의 지니계수는 0.34로 2001년(0.30)보다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숫자가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뜻이다.
윤 연구위원 분석 결과 2001년 서울 전체 시민의 소득 1분위 월 평균 소득은 65만원, 5분위 평균은 305만원으로 4.68배 차이가 났다. 반면 2009년엔 1분위(77만원)와 5분위(469만원) 간 소득 격차가 6.03배로 확대됐다.
윤 연구위원은 "강남 지역 대비 각 지역 소득비율은 수치상으로 2001년에 비해 개선됐다"면서도 "도심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001년과 2009년 간 소득비율 차이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강남과 소득격차가 줄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기창 기자]
16. [매일경제]둘째 임신으로 맞벌이서 외벌이 되는데
Q. 저는 경기도에 사는 박은정(33ㆍ가명)입니다. 결혼 2년차고, 현재 15개월 딸이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제 월급은 세후 190만원, 남편은 세후 280만원입니다. 현재 전세(보증금 8000만원)를 살고 있습니다. 고정 지출 내용은 신랑 건강보험 20만원, 변액연금보험 30만원, 신랑 종신보험 20만원, 제 건강보험 17만원, 자동차할부금 23만원(앞으로 2년 반 더 갚아야 함), 딸 저축성보험료 15만원, 딸 태아보험 3만원, 청약저축 10만원, 차이나펀드 10만원, 미래에셋디스커버리 10만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 10만원이 나갑니다. 또한 기타 통신비, 관리비, 도시가스 등 고정 지출이 20만원, 신랑 용돈 15만원, 제 용돈 10만원, 친정어머니가 아기를 봐주셔서 60만원 드리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매달 약 110만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둘째를 갖게 돼 올해 말에 직장을 그만둘 계획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녀들 대학등록금 4년치를 모아두고 싶은데 제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어떻게 꾸려나가는 게 좋을지 막막합니다.
인생 포트폴리오를 준비함에 있어 본격적으로 자금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 박은정 씨가 처한 상황이다.
자녀가 생기기 시작하면 생활비와 교육비로 추가적인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서 저축과 투자를 위한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더욱이 출산을 위해 직장을 휴직하거나 퇴직했을 때는 기존 수입에 맞춰 생활하던 습관 때문에 일시적인 자금 부족 현상을 겪게 되기도 한다.
우선,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된다면 현재 매달 수입이 약 60%로 줄어들게 된다. 이를 감안해 전반적인 지출 현황을 재검토해 가계부를 꾸려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혼 2년차인 현재 상황에서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 2명에 대한 장기적인 학자금 마련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 목표도 중요한 재무설계 중 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매월 적립하고 있는 청약저축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맞벌이 부부인 의뢰인 총수입은 470만원으로 보험료에 105만원(22.3%), 필수 생활비와 기타 지출에 238만원(50.6%), 저축과 펀드에 127만원(27%)을 사용하고 있다. 매월 생활비를 사용하고 나서 남은 약 87만원을 급여통장에 남겨두고 있다고 하니 일반적인 비상예비자금은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료 비중이 다소 높고 저축과 투자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현재 현금 흐름을 볼 때 보험과 연금에 투자되는 비중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만기가 2년 정도 남은 건강보험과 자녀 저축보험은 보험성격 외에 저축성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현재 투자 성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순수한 위험 대비 목적을 위한 정기보험(보험기간 만기에 납입보험료가 소멸되는 보험)도 사고를 대비한 보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매월 적립금액을 낮출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종신보험 특약사항을 잘 살펴보면 암과 같은 중질병에 대비할 수 있는 추가 계약이 있어 보험료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건강보험과 자녀 저축보험 비중을 줄여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적금과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최근 물가에 대한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4.3% 상승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뢰인이 바라는 것처럼 약 20년 뒤 자녀 1인당 5000만원 정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월 10만8000원(수익률 6%, 기간 20년, 물가상승률 감안하지 않음)을 적금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20년 뒤 대학등록금은 현재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약간 위험이 따른다 하더라도 투자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형 상품을 권유한다.
매월 투자 가능한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내 집 마련을 위한 펀드와 자녀 대학등록금을 위한 펀드, 그리고 종잣돈 마련을 위한 펀드로 분류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으로 인해 주식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한 국내와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면 계획하고 있는 목표를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변액연금은 적정 투자금액을 주식과 채권으로 분산 투자하여 장기적인 노후자금으로는 적절한 상품으로 판단된다.
[정리 = 손일선 기자]
17. [매일경제]연금저축 가입땐 총 400만원 혜택
현재 남아 있는 소득공제 금융상품으로는 연금저축이 유일하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다가오면서 연금저축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는 가입자가 늘자 정부는 연금저축 소득공제 한도를 올해부터 25% 올려 적용키로 했다. 지난해 300만원이었던 연금저축 소득공제 한도는 올해부터 400만원으로 늘었다. 다만 분기별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이기 때문에 10월 전까지 100만원 이상을 불입한 가입자에 대해서만 최대 한도의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LIG손보 '멀티플러스연금보험'은 올해 상반기에만 3만9000여 명이 신규 가입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연금 개시 이후 5년 단위로 지급되는 연금이 상승하도록 설계됐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보험료를 자유롭게 조정하는 한편 최대 1년까지는 납입을 일시 중지할 수도 있다.
삼성화재 '아름다운생활 연금저축보험'은 10년만 납입하면 만 55세부터 매월 월급처럼 통장으로 연금을 입금받을 수 있다. 가입 후 10년까지는 연 2.5%, 10년 초과 시 연 1.5%의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 원금 손실 위험을 덜 수 있다.연복리 수익도 보장한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장기저축성보험도 가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예ㆍ적금은 소득세(14.0%)와 주민세(1.4%)가 적용되지만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를 면제한다. 또 납입기간이 끝난 후에도 전액 인출할 때까지 추가 납입하지 않아도 복리이자가 붙는다.
동부화재 '프로미라이프 웰스플러스보험1110'은 보험료 납입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재정 상황에 따라 일시납과 비일시납을 결정할 수 있다. 일례로 자금 1억원이 있는 가입자가 보험료 5000만원은 일시납하고, 나머지 보험료는 1ㆍ3ㆍ5개월 등 자유롭게 정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생활연금플랜 등 다양한 방식의 중도인출금으로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신한생명 '신한세이프업변액연금'은 납입 보험료 초과분을 채권형 펀드로 자동 이전해 주가 하락 시에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유태 기자]
18.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10월 14일)
19. [매일경제][표] 은행 정기예금 금리
20. [매일경제]중국 긴축완화 가능성…9월 물가 6.1% 상승그쳐
중국 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올랐다.
지난 8월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6%를 넘었다.
다만 중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6.5%나 상승해 정점을 찍은 뒤 8월 6.2%에 이어 9월 6.1%로 조금씩 낮아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수그러드는 추세다. 9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6.5%를 기록해 3개월 만에 7% 아래로 내려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4일 9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넉 달째 6%를 넘는 수준이지만 8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한 것이다.
최근 중국 내 금융ㆍ경제연구기관 20개를 조사한 결과 6~6.4%, 평균 6.2% 물가상승을 예상한 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이다. 지난 8월과 비교한 9월 물가는 0.5% 상승했다.
9월에도 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은 역시 식료품 가격이었다.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9월에 비해 13.4%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43.5%나 올랐다. 돼지고기 값 상승폭은 8월에 비해 2%포인트 낮아졌다.
생산자물가지수는 6월 7.1%에서 7월 7.5%로 올랐다가 8월 7.3%에 이어 9월엔 6.5%로 크게 내려앉았다.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긴 하지만 오름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란 진단이다.
로이터에서 예상했던 6.8% 상승률에 비해선 0.3%나 낮은 것이다.
시장에선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월에 비해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중국 물가압력이 연말로 다가갈수록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7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줄어 가을 추수가 풍년을 이루며 식품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예상이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21. [매일경제]스페인 신용등급 강등…美·유럽 12개 은행 신용 추락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과 영국ㆍ스위스 등 유럽 주요 은행들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일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는 투자적격등급 10단계 중 상위 네 번째 단계다.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해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겼다. 이로써 스페인은 2009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3차례 강등을 통해 2년 만에 4단계나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했다.
13일 스페인 10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3.673%로 전날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S&P가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낮춘 것은 악화된 경제 환경에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개혁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페인은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9.2%에 달해 올해는 6%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스페인 실질 경제성장률은 0.8%로 기대치를 하회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1.0%로 예상되고 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스페인 정부가 제시한 정부자산 매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스페인 최대 공항 2곳의 매각 입찰은 자금조성 문제로 석 달 후로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11월 20일 총선거를 앞두고 스페인 정부가 여론 눈치보기에 바빠 개혁 의지가 느슨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S&P는 성명을 통해 "21%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스페인은행 유동성 악화로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스페인 국가신용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피치는 13일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와 영국 로이드뱅킹그룹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고, 영국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독일 란데스방크베를린홀딩스 신용등급은 두 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이들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속에서 이들 은행에 대한 지원을 감축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또 유럽과 미국 주요 은행 12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12개 은행에는 그리스 국채를 상당수 보유해 직격탄을 맞은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세계적 대형 은행이 대거 포함됐다.
피치는 "현재 시장에 잔존한 위험이 2008년 위기 때 은행들과 세계 금융시스템이 받았던 스트레스와 유사하다"며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 대형 은행이지만 최근 역사는 대형 은행도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세계 은행권 유동성 위기 속에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은
13일 통화스왑을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에 5억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한편 슬로바키아는 13일 유로존 구제금융 기금을 늘리기 위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법안을 전격 승인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17개국 모두 EFSF 확대법안을 통과시켰다.
[김주영 기자]
22. [매일경제]S&P, LG전자 신용등급 강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LG전자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LG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LG전자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도 'BBB'에서 'BBB-'로 내려갔다. 'BBB-'는 투자적격 중에서는 가장 낮은 신용등급이다. 다만 장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제시했다.
S&P는 "LG전자의 휴대전화 부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지분 38%를 보유한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연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P는 "LG전자 수익성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 부문 영업적자로 올해도 취약할 것"이라며 "휴대전화 단말기 매출의 급격한 하락과 스마트폰 시장 늑장 대응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휴대폰 단말기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최근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린 노키아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강등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조정 등을 고려해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당장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조정은 실적 부진이 원인인 만큼 실적을 끌어올려 신용등급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해외자금 조달이 많지 않고 대부분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해 왔기 때문에 해외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강등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국내 신용평가사가 LG전자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무디스도 전날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LG전자의 4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등급 강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재만 기자 / 전범주 기자]
23. [매일경제]애플의 삼성공격 美선 불발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 소송전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미 법정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한 특허 4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심리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이 애플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하지만 애플이 자신들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판결을 유보했다.
갤럭시탭10.1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부분이 인정되지만, 애플이 갖고 있는 디자인 특허가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할 만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애플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지난 7월 미국 법정에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 3건과 기술 특허 1건을 침해했다며 갤럭시탭10.1, 갤럭시S 4G 등 4개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를 요청한 바 있다.
고 판사는 갤럭시탭10.1에 대해서만 발언했고 나머지 삼성 스마트폰의 특허 침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애플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한 기술 특허인 '스크롤바운싱'에 대해서는 삼성 손을 들어줬다.
다음 판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상 보름 안에 판결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달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날 결과로 삼성전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애플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던 특허 4건 중 기술특허 1건에 대해 삼성이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데다 나머지 디자인 특허 3건도 애플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판사는 '애플이 고유 디자인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서울과 네덜란드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법정에서 만났다.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3차 심리가 열려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전개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G 무선통신기술 특허 침해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의 통신기술에 '무임승차'해 만들어졌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통신기술은 '프랜드(FRANDㆍfair, reasonable & non-discriminatory)'라며 제재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랜드란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제품을 만들고 이후 특허 사용료를 내는 권리를 뜻한다.
한편 이번 재판을 담당한 루시 고 판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한인2세로 이름이 고혜란인 고 판사는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됐다.
그러나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고 판사가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용어정리>
스크롤바운싱 : 사진 등을 손가락으로 밀다가 맨 뒤로 갔을 때 튕기듯이 다시 되돌아오는 시각 기술이다.
[황지혜 기자 / 김명환 기자]
24. [매일경제]FTA에도 못웃는 車부품사
"당장 관세 인하분만큼 납품가격을 내려야 할 판인데요. FTA 효과? 그런 거 없습니다."(자동차부품업체 S사)
"원산지 증명받으려면 시스템을 갖춰야 되고 관련 인원도 새로 뽑아야 해요. 차라리 혜택 안 받는 게 속 편합니다."(자동차부품업체 P사)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12일(미국시간)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FTA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분야 관세 장벽이 대거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최대 수혜 종목으로 꼽는 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완성차의 경우 2.5~25% 수준인 관세가 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자동차 부품에서도 최대 4%인 관세가 즉시 없어지게 된다.
김태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장은 "국내 5000여 중소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경련과 경총 등에서도 환영 논평을 내고 자동차 부문의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는 상황이다.
한ㆍ미 FTA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부품업계 얘기는 다르다.
부품업체들은 일부 애프터서비스(AS)용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직수출의 경우 직접적인 관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완성차 납품은 해당 업체가 가격 반영을 안 해주면 불가능하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 때도 같은 얘기가 있었지만 벌써부터 완성차업체들은 한ㆍ미 FTA를 앞두고 관세환급분만큼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관세 혜택만큼 가격을 깎아서 부품을 공급하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A부품업체 대표는 "완성차업체들은 FTA 관세 혜택만큼 부품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낮추면 이것이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 판매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편다"며 "판매 증가는 부품업체의 공급 물량 증가로 이어지니 결국 부품업체도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이라고 털어놨다.
FTA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원산지 증명 문제도 부품업체로서는 고민거리다. 한ㆍ미 FTA의 경우 원산지 조사를 해당 국가, 즉 미국이 직접 하게 돼 있다. 원산지 증명에서 자칫 불합격하면 그간 감면받았던 관세를 전액 납부함은 물론 가산세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이승훈 기자 / 김제림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25. [매일경제]유럽發 위기후 이머징마켓펀드 챔피언은 누구
선진국 재정위기 이슈가 한풀 꺾이며 중장기 투자 시선이 이머징마켓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에서도 국가별로 경제 여건이 달라 주가 차별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큰형님 격인 브릭스(BRICs)가 위기 때마다 뒷걸음질치며 체면을 구긴 반면 시베츠(CIVETs), 마빈스(MAVINs) 등 금융위기 이후 개념이 정립된 새내기들은 브릭스를 큰 폭으로 따돌리며 주목받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대우증권에 의뢰해 △브릭스 △넥스트 일레븐(N11) △믹트(MIKT) △비스타(VISTA) △마빈스 △시베츠 등 대표적인 이머징 블록마켓 수익률을 비교했다.
◆ 체면 구긴 브릭스
원활한 분석을 위해 현지 통화 기준으로 MSCI 개별국가 지수를 동일 가중 평균해 블록마켓별 수익률을 구했다. 예컨대 브릭스 4개국 수익률은 MSCI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 지수를 동일 비중으로 합산해 평균을 내는 식으로 산출했다.
분석 결과 지난 8월 유럽발 소버린 충격 이후 브릭스는 -14.1% 수익률을 기록해 주요 블록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나빴다. MSCI 선진국 지수(-10.0%)보다도 오히려 더 저조한 성적이다. 반면 시베츠는 -6.8%로 가장 수익이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빈스(-7.2%) N11(-8.5%) 비스타(-9.2%) 믹트(-9.3%) 등 다른 이머징 블록도 모두 브릭스 대비 최소 4.8%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앞섰다.
2008년 10월 리먼 사태 이후로 시점을 넓혀 수익률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확연해진다. 이 기간 믹트(55.0%), 비스타(35.6%), 시베츠(30.7%) 등 신흥 블록마켓은 돌발 위기 국면에서도 30% 수익률 마지노선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브릭스 수익률은 고작 6.9%에 그쳤다. 이머징마켓 평균(MSCI 이머징마켓 지수 기준) 상승률이 17.3%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 인니ㆍ베트남ㆍ남아공이 효자
시베츠 마빈스 비스타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공 등이 수익률 제고에 감초 구실을 톡톡히 했다. 8월 이후 남아공 증시가 1.5% 상승한 것을 비롯해 베트남(-9.7%) 인도네시아(-11.0%) 등이 모두 이머징마켓 평균(-18.9%)을 크게 앞서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부쑤언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등 이머징마켓 내수는 글로벌 경기와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시 방어력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브릭스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고 역내 개인투자 비중이 높아 타격을 적게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브릭스에서는 러시아가 '폭탄'이었다. 러시아(-20.3%) 중국(-21.4%)이 브릭스 수익률을 크게 깎아 먹었다.
◆ 소규모 경제권 변동성 커
지금도 '브릭스 무용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중국 긴축이 마무리단계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두드러지며 중국 낙관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도로 브릭스가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한다.
레이몬드 마 피델리티 펀드매니저는 "지난 1년간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도 중국 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4분기부터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이 세계 경기 하강을 이겨낼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베츠 등 신흥 블록마켓은 소규모 경제권 특유의 변동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베츠, 마빈스 등 신흥 블록마켓에는 시가총액이 적고 외국인 유동성이 활발하지 않은 시장도 많이 포함됐다"며 "장기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투자처 측면에서는 브릭스 대비 변동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정환 기자]
26. [매일경제]유럽 면역키운 코스피…7일연속 상승
코스피 1830선이 증시의 마디지수가 되고 있다. 전날 장중 한때 1830을 넘어섰다가 1823.10에 마감한 코스피는 14일 1830을 목전에 두고 다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결국 1830을 넘어선 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67%(12.30포인트) 오른 1835.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이후 무려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상승 마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국내 증시가 유럽 재정 리스크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날 코스피는 하락으로 출발했다. 전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스페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자 이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상승 마감함으로써 투자자 마음속 불안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은 AA에서 AA-로 한 단계 신용등급이 떨어졌지만 어차피 투자등급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며 "향후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코스피가 거침없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900 이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모멘텀은 유럽 위기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또 마디지수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9월 21일 코스피가 1830 이상을 찍은 후 하락했다. 이후 여러 차례 반등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1830선에 가로막혔다.
[이새봄 기자]
27. [매일경제]기본예탁금 1500만원 도입 두달 넘었지만…
기본예탁금 규정이 도입된 이후에도 ELW(주식워런트증권) 거래량과 거래대금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ELW는 53억7594만주 거래됐다. 기본예탁금 관련 규정이 처음 도입되기 직전인 7월 하루 평균 거래량(49억1204만주)보다 많았다. 거래대금도 대부분 회복돼 7월 평균치를 넘어섰다. 이날 ELW 시장에서는 1조6147억원이 거래돼 7월 평균인 1조1620억원을 웃돌았다.
지난 8월부터 금융당국은 ELW 시장 건전화를 목적으로 1500만원 기본예탁금을 설정해 신규 투자자에 대해 우선 적용했다. 이달 4일부터는 관련 규정이 기존 투자자에게도 확대돼 기본예탁금 규정이 전면 시행됐다.
당국이 손을 쓴 직후인 8월 평균 ELW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39억3569만주와 9336억원으로 직전월에 비해 각각 20%씩 급감했다. 기본예탁금 제도가 ELW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달인 9월 들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40억1174만주로 8월 평균 거래량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조974만주로 다시 1조원대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서도 ELW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도입 이전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4일에만 39억5325만주 거래돼 40억주를 밑돌았을 뿐 이튿날인 5일에는 56억1842만주 거래됐고 거래대금은 1조390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거래량은 7월 평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예탁금 규정이 ELW에 익숙하지 않은 소액 개인투자자에 대해 시장 참여를 제한해 피해를 줄였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ELW 시장이 건전해졌는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파생상품시장 전문가는 "소액으로 ELW를 투자하는 개인투자 비중은 기본예탁금 규정이 적용되기 이전부터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면서 "ELW라는 상품에 미숙한 소액 투자자들에 대해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데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크게 일으키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나 고액 투기자 등 이른바 '꾼'들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증권사에서 ELW를 운용하는 한 담당자는 "스캘퍼나 ELW 전문투자자들에게 1500만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며 "ELW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일부 투자자는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태욱 기자]
28. [매일경제]企銀·産銀·농협·수협 투자자문 업무 나선다
특수은행도 시중은행, 증권사처럼 투자자문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투자자문업 등록 범위를 상법상 주식회사에서 특수은행까지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수협 등이 새롭게 투자자문 업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들이 이를 바탕으로 PB 서비스를 강화하면 증권사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은행들이 공신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행은 투자자문업 허가를 받으면 기존 PB 업무뿐 아니라 세무ㆍ법률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자문형신탁' 상품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자문형 신탁 판매를 시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형 신탁은 투자일임업 면허가 없는 은행이 기존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활용해 만든 상품으로 증권사 자문형 랩과 사실상 같은 상품이다.
시중은행 자문형 신탁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특수은행이 가세해 이 시장에 뛰어들면 증권사들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다이렉트뱅킹을 내세워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시행령 개정을 반기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대고객 자문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투자자문 서비스를 하더라도 유료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계열사인 산은자산운용 등과 업무 영역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민영화를 앞둔 특수은행들에 시장 적응 기간을 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펀드매니저 운용 경력에 대한 수시공시제가 도입됨에 따라 공시해야 할 경력을 3년 이내로 정했다.
[박용범 기자]
29. [매일경제]내부자거래,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美는 징역 11년형 응징
기업 내부 정보를 빼내 막대한 이득을 남긴 초대형 헤지펀드 설립자가 미국 사법당국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런 종류의 내부자 거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돼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더욱 강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리처드 홀웰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는 13일(현지시간) "내부자 거래는 민주사회에서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습격"이라며 헤지펀드 '갤리언'의 설립자 라지 라자라트남(사진)에게 징역 11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는 뉴욕에서 역대 내부자 거래 사건에 대해 선고한 징역형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라자라트남은 징역형과 함께 벌금 1000만달러(약 115억원), 재산 5380만달러 몰수 명령도 받았다. 라자라트남 변호인 측은 "내부자 거래에 대해 이처럼 긴 형량이 선고된 적은 처음"이라면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홀웰 판사는 "라자라트남의 죄질을 보건대 그는 경제계에서 없어져야 할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징역 19년6개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라자라트남은 2008년 9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부 정보를 골드만삭스 이사회 멤버에게 입수해 활용한 혐의로 2009년 10월 체포됐다. 그 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인텔 IBM 힐튼호텔 등 세계 유수 기업 내부자와 공모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미국 검찰은 기소장에서 그가 내부 거래로 최소 7200만달러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부자 거래 제재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사법당국이 눈여겨봐야 할 판결이다.
회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긴 사례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P사 대표 N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 3억원을 챙긴 사례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 10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O사 대표 L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이 5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그러나 범죄 구성 요건이 워낙 까다롭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형사처벌을 높게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내부자 거래 입증에 대한 책임이 금융당국에 있어 혐의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입증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검찰 기소율도 낮다. 이 관계자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구성 요건을 완화해 엄격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대상까지 되지 않는 범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자본시장 발전에 따라 과거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법을 동원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징금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형벌보다 과징금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박용범 기자]
30. [매일경제]셀트리온 "실적 부풀리기는 회계상 오해"
코스닥 대장주이자 국내 최대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이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에서 제기한 '매출 과다계상' 문제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에 적합하게 재무제표를 작성했고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과 글로벌 PwC회계법인에서도 모두 인정받은 회계 처리라고 설명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셀트리온이 계열사를 동원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 판매금액을 과다하게 매출로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1년 넘게 셀트리온을 괴롭혀 온 실적 부풀리기 의혹의 핵심은 '임상승인이 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 판매액을 수익인 매출로 잡을지, 부채인 선수금으로 잡을지'와 '임상승인이 나지 않은 개발비를 비용으로 잡을지, 무형자산으로 잡을지' 등 두 가지다.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서 독점적 판권을 받는 대신 신약에 대한 로열티를 주고 있는 셈인데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서 신약개발 실패 위험을 제약사에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마섹(싱가포르투자청)이 셀트리온에 이어 지난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0%를 사들인 것만 봐도 양사 관계가 문제 없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를 다수 글로벌 판매사에 재판매하고 있는데 계약 조건에 따라 매출과 선수금 비중을 절반 정도씩 잡고 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가 10.2%로 최대주주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81.0%를 들고 있을 뿐 양사의 직접적 지분관계는 없는 상태다.
[전범주 기자]
31. [매일경제]숫자로 본 이번주 증시
◆60%
그리스 채권 손실 규모가 7월 20% 수준에서 최근 60%까지로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채권을 들고 있는 독일 은행들은 최근 전화회의를 통해 그리스 채권 손실 규모가 50~60%에 이를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17.1%
글로벌 경기 바로미터인 중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해관총서는 최근 9월 수출이 169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 20.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5만2500원
지난 12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5만25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1월 1만790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한류 열풍과 종편 수혜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까지 뛰어 13일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32. [매일경제][표] MKF 국고채 지수
33. [매일경제][WEEKEND 매경] 7세기부터 즐겨온 커피 비하인드 스토리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며 키스처럼 달콤하다."
19세기 전기 프랑스 작가이자 나폴레옹을 정치의 세계로 이끈 선견지명의 외교관 탈레랑은 커피의 치명적 유혹을 떨치지 못해 이같이 고백했다. '인간희극' 등의 대작을 남긴 문호 발자크 역시 말년에 들어서도 매일 12시간 동안 글을 쓰며 80잔의 커피를 마셔댔다. 초인적인 창작 열정이 커피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에게 커피는 파우스트를 유혹한 검은 악마 메피토스펠레스였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몇 년 사이 커피 열풍이 불고 있다. 커피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3000~4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5000~6000원짜리 '별다방' 커피를 매일 1~2잔씩 즐기는 여성들을 두고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커피 애호를 단순히 한순간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거래되는 교역 상품이 된 지 오래다. 뉴욕 커피 거래소(New York Coffee Exchange)에서는 주식만큼이나 다양하고 세분된 커피들이 거래되고 순간순간 가격 변동이 고시되고 있다.
고종도 커피 마니아였다
17세기부터 전 세계로 식민지를 찾아나선 유럽 열강의 개척자들에게 총 한 자루와 커피 묘목은 필수품(must-have)이었다. 쓰디쓴 커피 한 잔 없이 목숨을 건 모험은 불가능했을 만큼 커피는 기호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회자된다. 7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카르디(Cardi)라는 염소치기 소년이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설치는 것을 보고 이 열매를 이슬람 승려에게 건넸고, 승려들이 이를 수행 시 잠 쫓는 묘약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13세기 때쯤 예멘의 이슬람 승려 오마르가 모카왕의 왕비를 사랑했다가 쫓겨난 후 산속에 살면서 우연히 커피 열매를 발견하고 이를 환자 치료에 사용하면서 커피의 존재가 널리 퍼졌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그러나 문헌상으로는 9~10세기 사이 아라비아에서 활동하던 의사 라제스(Rhazes)가 커피의 효험을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겼다.
커피는 오랫동안 에티오피아와 예멘 등에서 반출 금지 품목으로 보호되다가 인도 출신 순례자 바바 부단(Baba Budan)이 몰래 커피 묘목을 빼돌려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전 세계로 커피가 퍼지는 계기가 됐다. 바바 부단은 한마디로 인도의 문익점 선생이었던 셈이다.
16세기 이슬람 세계를 평정한 오스만튀르크는 커피 문화를 꽃 피웠고 이스탄불을 방문한 유럽의 외교관과 여행자들이 이를 보고 앞다투어 커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슬람에서 온 악마의 음료라는 비난 속에 커피를 숨어서 마셔야 했다. 얼마나 커피의 매력이 컸던지 로마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이에 굴복해 커피에 세례를 내려주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유럽인들은 대낮에 커피를 마시며 고담준론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커피의 공인으로 마침내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유럽의 첫 커피 하우스가 생겨난 뒤 영국에서 파스콰 로제(1652년), 프랑스에서 프로코프(1686년), 미국 보스턴에서 커트리지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제국주의 시대를 주도했던 유럽의 커피하우스는 세계 각국의 뉴스와 정보가 교환되는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됐다. 선주와 금융업자들의 빈번한 회합 장소였던 로이드 커피하우스는 훗날 조합 형태의 로이드보험회사(Lloyd of London)로 발전하기도 했다. 1792년 생겨난 뉴욕증권거래소 역시 그 이전 증권ㆍ채권 브로커들의 단골 커피하우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커피 보급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주주였던 니컬러스 윈스턴 경이 처음으로 1658년 식민지 스리랑카에 커피묘목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하와이 등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확산된다. 그런데 커피는 아무데나 심어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남ㆍ북위 25도 사이의 지역, 그것도 다소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어서 서구인들은 지구에서 이 지역을 '커피 벨트(Coffee Belt)'라고 부르고 있다.
1896년 고종 황제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을미사변)을 가 처음으로 커피 대접을 받게 되면서 한국인들도 커피의 존재를 알게 된다. 커피의 쓰고 달콤한 매력은 고종에게도 치명적이었던 모양이다.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지금도 보존돼 있는 '정관헌'이라는 서구식 정자를 짓고 여기서 커피를 '양탕국' 또는 '가배차'라고 부르며 매일 즐겼다고 한다. 그 뒤 독일인 손탁 여사가 러시아 공사관 앞에 커피점(정동구락부)을, 1924년 일본인이 카페 '나카무라'를 열어 이들이 장안 논객의 명소로 떠올랐다.
한국전쟁후 인스턴트 커피 알려져
커피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국내에 들어왔고, 커피 하면 맥스웰과 맥심으로 통칭되는 가루 커피라는 인식이 고정관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가루 커피로는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가루 커피의 원료가 되는 원두가 상등품이 아닌 데다 대형 기계로 커피물을 우려낸 뒤 이를 냉동 건조시켜 만든 가루를 다시 물에 녹여 먹는 것으로는 커피 본연의 향과 아로마, 점도를 충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1999년 스타벅스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등장한 이래 커피빈, 파스쿠치,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엔젤리너스 등의 프랜차이즈가 길거리 요소요소를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커피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음료라는 사실을 알고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중에서 접하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보면 아라비카종과 로브스타종에 원류를 두고 있다. 아라비카종은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여성처럼 섬세하면서도 풍부하다. 이에 비해 로브스타종은 다소 거칠지만 혀를 자극하는 점도와 미끈한 보디감이 묵직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라비카종과 로브스타종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와인도 재배지역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풍미가 다르듯 커피 역시 재배지역의 특성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상품 커피를 정하는 기준은 나라(재배지역)마다 다른데 원두 크기, 300g에 포함된 결점이 있는 원두의 개수, 재배지역 고도 등 세 가지가 적용된다.
최상급 기준 나라마다 다르다
콜롬비아 하와이 인도 케냐 탄자니아는 원두 크기가 클수록, 브라질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예멘은 결점두 개수가 적을수록,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자메이카는 재배지역이 높을수록 최상등급(Special Coffee)으로 친다. 흔히 접하는 자판기 커피나 가루 커피는 그보다 등급이 훨씬 낮은 대량 추출을 위한 상업용 커피(Commercial coffee)로 분류된다.
커피를 주문하거나 살 때 포장지 표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는 크기가 큰 최상등급을 슈프레모(Supremo), 그 다음 등급을 엑셀소(Excelso)라고 부른다. 브라질은 No2.라고 표기된 상품이 최상등급이다. 과테말라 커피는 SHB(stricktly hard bean)를 고르면 후회하지 않는다. 풍미가 뛰어난 원두의 밀도는 고산 지역일수록 높다.
좀더 정밀하고 세밀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포장지에 쓰인 재배지역을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는 메델린(Medellin)이나 아르메니아(Armenia) 지역 것을 최고로 꼽는다. 브라질은 산토스(Santos)라는 산지 이름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테말라는 안티구아(Antigua)산이 으뜸이다.
자메이카 커피는 블루마운틴(Blue Mt.)산이 최고이고 가격 역시 세계 커피 중 가장 비싸다. 1980년대 자메이카에서 대홍수가 났을 때 일본 상사들이 원조자금을 지원하면서, 커피 독점 매입권을 획득했다. 우리가 마시는 블루마운틴 커피는 우선 일본인들이 소비하고 남은 양을 수입하기에 그만큼 세계적으로 희소하고 가격이 비싸다. 앞서 설명한 커피 벨트(남ㆍ북위 25도 사이)에 놓인 국가를 여행한다면 그 나라 특유의 커피를 사오는 것도 원조 커피를 즐기는 요령이다.
하와이로 신혼여행 등을 가는 분들에게는 코나(Kona)라고 쓰인 제품을 추천한다. 최상품에는 코나엑스트라팬시(Kona Extra Fnancy)라고 표기돼 있다. 한국에서보다 거의 5배 이상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뜨거운 커피 김 속에 열대 과일향이 느껴지는 최상급 아라비카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변상호 기자]
34. [매일경제][WEEKEND 매경] 원두, 커피시장 5%불과…매출은 40% 차지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커피의 원료가 되는 생두 생산량(green beanㆍ2009년 7월~2010년 6월 기준)은 한 해 1억2620만자루(bag=60㎏)다. 이 가운데 9340만자루가 수출되고 나머지는 생산국에서 소비된다. 생두 수출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전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24조원)가 넘는다. 원유 시장(2700조원)과 비교하면 11분의 1이고 국제 원자재 선물 시장의 9분의 1 정도로 공산품과 원유를 제외하고는 단일 교역 품목으로는 최대다.
커피 최대 소비국은 미국이며 1882년 설립된 뉴욕커피거래소가 세계 커피 교역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지역의 왈렌포드 커피 농장에서 2009~2010년에 생산된 사이즈 1급 생두 한 자루(bag) 가격이 120달러라는 식으로 매일 가격이 고시되고, 수백 가지가 넘는 원두가 거래되고 있다. 한국은 로스팅된 원두를 161만5500자루(9만6928tㆍ2009년 기준), 생두를 5만8900자루(3534t) 수입했다. 완성된 커피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95%가 가루 커피인 인스턴트 커피고 원두 커피는 5%에 불과하다.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커피 시장은 2년 전 1조9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350~400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서 11번째 시장 규모다. 특히 국내 커피 시장의 5% 안팎을 차지하는 원두커피의 주소비처인 커피전문점 매출이 1조원, 에스프레소 머신 등 추출 기구와 원두 판매가 2000억원을 차지한다. 2년 전 커피전문점 매출이 55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변상호 기자]
35. [매일경제][WEEKEND 매경] 커피 제대로 즐기려면
커피를 제대로 즐기려면 끝이 없다. 쓰고 달다는 것만으로 커피를 표현한다면 좀 격이 떨어진다. 커피의 풍미를 알기 위해선 마시기 전 후각으로 느끼는 향(fragrance & aroma), 커피액이 입에 들어가 촉각으로 느끼는 보디감(body), 혀로 감지되는 신맛ㆍ단맛ㆍ쓴맛ㆍ짠맛, 그리고 커피액이 목으로 넘어간 뒤 남기는 뒷맛(aftertaste)이 핵심이 된다.
아로마는 커피가 뜨거운 물에 녹아 있을 때 기체를 통해 전달된다. 잘 로스팅되고 신선한 커피라면 보통 신선한 과일 또는 꽃향기, 초콜릿향, 꿀 냄새 등을 연상시킨다.
보디감은 약ㆍ중ㆍ강으로 나뉜다. 물처럼 느껴지면 약, 우유처럼 부드러우면 중, 약한 소금물같이 입 안에서 머문다면 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각상 쓴맛만 느껴진다면 이 커피는 절대 최상급 커피(Special Coffe)일 리 없다. 오히려 쓴맛은 약하게 베이스로 깔리면서 신맛과 함께 구수한 단맛이 우러나야 최상급 커피다. 커피 성분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쓴맛의 10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대부분 쓴맛은 트리고넬린이라는 성분과 로스팅 과정에서 탄수화물과 당이 타서 생긴 물질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쓴맛이 강한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카페인은 심장 활동을 촉진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반면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커피가 우울증 발병을 낮추고, 여성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신맛을 내는 클로로겐산은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능이 탁월해 미녀들이 커피를 찾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고 싶다면 다양한 추출법과 이를 위한 도구가 있으므로 하나하나씩 사 모으는 것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가정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는 핸드드립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효과적으로 즐기려면 단시간 안에 고압의 뜨거운 물을 분사해 추출하는 에스프레소가 단연 최고다. 다만 에스프레소 머신이 고가이므로 저렴한 가정식 에스프레소 도구인 모카포트를 사용해 볼 만하다. 숙련도를 높인다면 에스프레소 머신에 견줄 황금색 커피 거품(크레마)을 추출해낼 수 있다.
[변상호 기자]
36. [매일경제][NIE] 경제규모 작은 그리스위기에 지구촌 왜 힘 못쓰나
유럽 재정위기 뉴스가 신문과 TV에서 빠질 날이 없다. 분명 큰일인 듯하지만 얼마나 심각한 일이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먼 얘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비슷비슷한 뉴스가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아예 무관심해지거나 무덤덤해지기까지 한다.
더욱이 궁금한 것은 이번 사태를 두고 그리스발 위기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그리스는 인구 1126만명에 경제 규모(GDP)가 3300억달러에 채 못 미친다. 인구는 17개국 유로존 전체 대비 30분의 1, 경제 규모는 38분의 1을 차지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과 비교해도 인구는 7분의 1, 경제는 10분의 1에 불과한 소국이다.
1997년 그리스보다 훨씬 인구도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를 떠올려 보자.
국민 모두 1950년 한국전쟁 이래 최대 시련기를 맞았지만 이때 한국의 위기가 아시아 재정위기를 불러일으킨다거나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유럽 소국 그리스의 위기는 뭐고 어떻게 다른지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 각국 정상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경제대국의 재무장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수장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만나고 고민하는 데는 분명 중대한 연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유럽 통합과 해체라는 유구한 역사 반복과 유로화 등장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모르고서는 현재 그리스발 재정위기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일로 머물 뿐이다.
유럽은 비교적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다양한 민족이 고대부터 부족국가를 이뤄 경쟁을 하며 살아 왔다. 그리스의 번성한 문명 역시 알렉산더대왕이 짧디 짧은 10여 년 간 통치한 시절을 제외하고는 도시(폴리스) 단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로마 제국이야말로 유럽 통합의 첫 주역이었다.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기원전 3세기부터 카르타고와 100여 년 간 치열한 전쟁을 통해 스페인과 시칠리아 등 지중해 주요 섬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한다. 이어 기원전 1세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정복 전쟁을 통해 현재 프랑스 전체와 독일 남부, 영국 잉글랜드를 차지했다.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발칸반도에 대한 직할 통치체계를 세워 유럽 통합의 첫 모델을 완성한다.
후대 역사가들은 금본위제의 거대한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절대 우위의 군사력이 유럽 통합의 힘이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으로 옥타비아누스를 잇는 2대 황제 티베리우스의 긴축 재정과 통화정책은 현대 재정학 측면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하니 현대 경제학의 산물로 여겨지는 최신 금융지식은 우리의 오만과 착각일 따름이다.
로마의 붕괴는 통합된 유럽의 해체를 뜻한다. 훈족, 고트족, 반달족 등 온갖 야만족으로 채워진 유럽에서 평온한 삶은 기대할 수 없었다. 끝없는 전쟁과 빈곤으로 피폐해진 인민은 로마가 창조한 통합 유럽의 평화를 그리워했으며 봉건 제후들 역시 제2 로마제국 창업을 꿈꾸었다.
신성로마제국의 빛이 잠시 반짝하기는 했으나 중세 제후들 야망은 종교의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11세기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공동 연출한 '카노사의 굴욕'은 교회가 세속권력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후 교황은 사제에 대한 임명을 장악해 교회 조직에 기반한 유럽 통일을 달성했다. 11~13세기 사이 십자군전쟁을 통해 통합 권력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여기다 교회는 세속 정치권력에 대한 우위는 물론 광활한 토지와 농지를 장악함으로써 최강의 경제력을 보유하게 됐으나 로마제국과 같은 정교하고 보편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종교에 기반한 느슨한 유럽 통합은 르네상스를 거치며 해체 수순에 들어간다. 이후 유럽은 절대 왕권의 춘추시대를 맞이했고, 패권자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19세기 초 혜성처럼 나타난 나폴레옹은 계몽주의 혁명 사상과 대포를 앞세워 유럽 통합의 기치를 올렸다. 그러나 그는 군사 독재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좌절하고 말았다.
20세기 들어 유럽 통합의 꿈은 히틀러가 만들어낸 제3제국의 참극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00년 동안 유럽인들은 로마제국이 처음 성취한 유럽 통합의 이상을 다시 현실 세계에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력과 종교에 의한 통합이 가지는 한계를 절감한 끝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공동체적 통합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정점이 유로존 결성이다.
1951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 등은 관세 철폐를 위한 파리조약 첫 단계로 유럽 석탄ㆍ철강 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를 설립한다.
이어 1958년 로마조약에 따라 자본, 상품, 노동력,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을 목표로 한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원자력 공동 개발을 위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발족한다. 이 같은 노력은 1967년 유럽공동체(EC)로 일원화하고 1968년 유럽공동체 관세동맹이 완료된다.
다음 단계로 정치 통합 작업이 추진된다. 1979년 최초로 유럽의회를 직접선거에 의해 구성했다. 1993년 11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경제ㆍ정치 공동체 강화를 위한 단일통화 시스템과 정치동맹 추진에 합의한다. 유럽공동체는 1994년 2월 유럽연합(EU)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유럽 공화국의 청사진이 본격화한 것이다.
유럽 공화국의 전제 조건인 단일 통화 시스템 구상에 근거해 1999년 1월 단일 통화 '유로'가 도입되고 유럽통화동맹(EMU)이 발족한다. 단일 유로 통화만을 채택한 EMU 정식 회원국은 이번에 문제가 된 그리스를 포함해 17개국에 이른다. 이를 좁은 의미에서 유로존 또는 유로랜드라 부른다.
뿐만 아니라 유로화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자국 통화와 직접 연계하는 나라도 27개국이나 돼 모두 44개국 5억명이 유로화에 기반한 경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거대한 유럽 통합 과정에서 그리스 위기는 여느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지 않다.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진 가운데 자금을 빌려 경제를 꾸려 오다가 더 이상 빚을 질 수 없게 되면서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빌려온 자금으로 공장을 짓다가 마지막에 원자재를 들여올 돈이 부족하다면 그동안 퍼부은 빚마저 못 갚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스는 2001년 유로존 회원국이 되면서 값비싼 유로화가 주는 혜택만을 생각한 채 정부와 개인이 흥청망청 빚잔치를 벌여오면서 10여 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그리스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는 데 있다. 그리스 위기는 유로존 위기이자 유로화에 기반한 44개국 전체 위기가 된 것이다. 쉽게 말해 한가족으로 살아온 부모 형제자매가 있는데, 막냇동생이 다른 형제에게 빚을 지고, 집밖에서도 돈을 빌렸다가 부도위기에 몰렸다고 상상해 보자.
막냇동생이 진 빚이 전체 가족으로 봐서는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도 안팎으로 얽히고설킨 채무ㆍ채권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그 가족 전체 신용은 큰 타격을 받고 최악에는 가정이 풍비박산날 수도 있다.
지난 10일 유로존 경제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맏형 격인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 빚을 절반 이상 일정 조건을 달아 탕감해주고, 부실 자산은 배드뱅크를 통해 처분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유럽 통합 목표가 아직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얼마 안 되는 빚을 이유로 막냇동생을 집밖으로 쫓아낸다고 해서 가정이 온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유럽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상호 국제부 부장대우]
37. [매일경제][BUSINESS INSIDE] 산업지형 바꾸는 한미FTA
◆ 고재만 기자의 BUSINESS INSIDE◆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미국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ㆍ미 FTA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국회에서 법안 통과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미 국내 산업계는 한ㆍ미 FTA 발효로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마다 득실을 꼼꼼히 따지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한ㆍ미 FTA의 최대 수혜 산업은 자동차 업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시장의 10배나 되는 1500만대 규모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라이벌인 일본과 유럽연합(EU)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는 5년 후 관세가 철폐되지만 자동차 부품 관세는 바로 없어져 부품업계 특수가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이 한ㆍ미 FTA를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1만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업체 수익 증대에 매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지 공장의 부품 조달 비용 인하로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품질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와 철강 업종은 영향이 미미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는 대부분 북미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철강 제품은 대부분 이미 무관세여서 FTA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FTA 타결로 교역량이 확대되면 전반적인 수출 인프라스트럭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 해운 등 운송 업계도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교역량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인적 교류도 활발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농축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돼지고기, 과일 등에 대한 수입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되면서 앞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미국산 육류와 과일을 즐길 수 있겠지만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도 칠레와 유럽산에 뒤진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저렴해진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확대할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 이에 앞서 칠레와 FTA를 체결한 직후인 2004년 칠레산 와인 수입은 통관금액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3% 급증한 바 있다.
이번 한ㆍ미 FTA가 최종 처리되면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협상이 부진한 중동, 멕시코, 터키 등 신흥개발도상국과의 FTA 체결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고재만 기자]
38. [매일경제][아하! 그렇구나] 장단기 금리 왜 차이날까?
장단기 금리차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금융상품의 만기가 1년 미만이면 단기, 1년 이상이면 장기로 분류한다. 채권을 발행한 곳이 같으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높게 마련이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측 불허의 리스크만큼 보상을 더 얹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정기예금도 1년 만기 상품보다는 3년 만기 상품의 이자율이 조금 더 높다. 단기금리는 정책 영향을 많이 받고 장기금리는 경기 전망에 민감하다.
단기금리는 정책금리에 따라 변화한다.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방어책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하락하고, 반대로 경기과열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상승한다. 장기금리는 경기 회복이 기대되면 상승하고 반대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하락한다.
금리가 계속 변하는 것처럼 장ㆍ단기 금리차에도 변화가 있다. 이 변화를 잘 알면 앞날의 경제 상황을 가늠해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장ㆍ단기 금리차를 '현명한 경제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지속되면 경기침체가 뒤따른다.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자금시장에서 돈이 장기채권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장기채권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리가 떨어지면 단기채권의 금리보다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달 증시 불안으로 채권 인기가 높아지자 장ㆍ단기 금리 모두 크게 하락했는데 특히 장기채권의 금리가 많이 떨어져 최근 장ㆍ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장기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들어 2% 아래로 떨어졌다. 이러한 '단고장저 현상'은 과거에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때 종종 나타났다.
[석민수 기자]
39. [매일경제][매경TEST] 명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데…
■ 매경테스트 예제 : 제품의 소비와 관련해 '베블런(Veblen) 효과'란 마케팅 용어가 있다. 다음 중 베블런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올바른 것은?
① 제품의 기능을 다변화시켜 기존 소비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② 제품의 가격이 올랐지만 그 제품의 수요는 변함없는 것을 말한다.
③ 일반 제품과는 다른 생필품의 가격과 수요 변화 움직임을 말한다.
④ 제품의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⑤ 홈쇼핑 등 제품 구매 시한이 임박하면 소비가 몰려 급증하는 것을 말한다.
▶ 해설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과 소비는 반비례 관계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한다. 이것이 수요-가격곡선 이론인데 두 곡선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두 곡선이 교차하는 한 점에서 가격과 수요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경제이론이 무시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소위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고가의 럭셔리(luxury) 제품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유명 럭셔리 제품은 가격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 특히 우리나라에 진출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중 명품 브랜드 가격이 가장 비싼 국가가 우리나라다.
또 명품 브랜드 구입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 역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 럭셔리 브랜드 3사의 매출은 최근 10년 사이 10배나 성장했고 국내 시장 규모는 2006년 이후 매년 12%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10년 기준 약 4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품 브랜드의 사례처럼 제품 가격의 상승과 소비자 구매 욕구의 정비례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베블런 효과'가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소비가 촉진되는 것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계속 높게 책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과시욕망을 이용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과시욕구나 허영심과 관련한 또 다른 현상도 있다.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그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를 '스놉(snob) 효과'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지 못하는 제품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놉은 '속물'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려고 값비싼 의상을 입고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 마리 백로처럼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행태를 빗대 '백로 효과'라고도 한다.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설명하는 또 다른 개념으로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도 있다. 밴드왜건은 대열의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서 유래했다. 정답은 ②.
[김재진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40. [매일경제][경제용어산책] 통화스왑
국가 간 통화스왑(Currency swap)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것이다. A국가가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외환위기 상황이라면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B국가에서 돈을 빌려오고 그 액수에 해당하는 자국(A국) 화폐를 B국에 담보로 맡긴다. 형식상 돈을 맡기고 돈을 빌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교환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차입인 셈이다.
스왑을 요청하는 쪽은 일정액의 수수료(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이후 만기 시 계약시점에 미리 약속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한다.
이 같은 협정은 정부 간이 아닌 중앙은행 간에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2008년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사이에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 모두 금융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자국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이 야기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또다시 외화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13일 한ㆍ미 양국은 확대정상회의에서 '환율 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향후 필요시 양국 금융당국 간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통화스왑은 양국 간에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차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요동이 예상될 때 장기차입을 함으로써 환율 및 금리변동 위험을 피할 수도 있다.
[이현정 기자]
41. [매일경제][매경이 만난 사람] `사랑의 열매` 쇄신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94.2도. 지난해 사랑의 온도다.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 터진 성금 유용 비리 등으로 기부금 모금 지표인 사랑의 온도 100도 달성에 실패했다. 1999년 사랑의 온도탑을 만든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탄생한 사랑의 열매. 하지만 '비리 열매'로 불리며 기부 온정은 매서운 칼바람처럼 식었고 우리 사회 모금문화를 뿌리째 흔들어 놨다. 위기는 곧 기회라지만 공동모금회는 1998년 창립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이때 개혁의 칼을 빼들고 나타난 사람이 40년간 세계 자원봉사자 네트워크인 로타리클럽에서 활동하고 2008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으로 선출된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73)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회장은 "지난 1년 가까이 직원들이 나를 무서워할 정도로 지독하게 (모금회를)밤낮으로 쇄신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직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자신했다. 올해 연말연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100도를 넘길 것이라고.
―지난해 성금 유용 등 공동모금회의 온갖 비리가 드러난 직후 취임했다. 처음엔 어땠나.
▶모금액이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동일본 대지진 등의 특수 상황으로 예년보다 3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까지 총동원해 모금액이 줄지 않도록 기부를 부탁했다. 공동모금회는 매년 국내 시설 2만5000여 곳과 약 400만명을 돕고 있는데 모금액이 줄어들면 이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 로타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봤던 터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지난 9개월간 공동모금회는 어떻게 바뀌었나.
▶밤낮으로 쇄신을 했다. 문제된 금액은 전액 환수하고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했다. 조직을 개편하고 시민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성금 운영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즉시퇴출제)를 도입해 조직의 자정능력도 높이고 있다.
특히 5000원 이상의 모든 기부에 대해 기부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기부정보확인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사랑의열매 홈페이지 '내 기부금 사용내역 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SMS 문자로 어떤 분야에 기부금이 쓰였는지 안내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1년에 3400억원가량 지원, 기부정보만 100만건이 넘는데 지원 사업을 분야별로 2600여 개로 나눈 뒤 기부금액과 기부일자별 성금이 사용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쇄신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여기 와서 너무 엄격하게 하니까 직원들이 부담을 크게 느꼈다고 하더라. 쇄신이라는 게 다른 사람 목을 조르는 일 아닌가. 직원들이 나를 어려워 한다. 좋게 얘기해서 카리스마 있다고도 하는데 무섭지 않겠는가. 조금만 잘못해도 야단치지, 사적으로 부탁을 들어주거나 살갑지도 않고…. 나는 단칼로 승부를 내는 사람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다. 내가 자꾸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붙여서 직원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지난해 사태를 기점으로 기부자들은 자신이 낸 돈이 좋은 곳에 잘 쓰였는지 관심이 많다.
▶물론 분배는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못사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공동모금회는 정부를 대신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빈민 구제청' 같은 곳이다. 최근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는데 빈부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모금회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성금의 분배도 중요하지만 일단 전체적인 파이(모금액)가 작아지면 전년에 도와줬던 분들에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셈이니 모금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건은 성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아닌가.
▶공동모금회의 성금 분배는 정확한 편이다. 분배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아 들여다봤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비리 사태 이후 기부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모금과 배분 내역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하는 시스템을 새로 갖췄다. 기부자들이 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2~3일이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정기탁제 등 모금ㆍ분배 과정 전반을 개혁하기 위해 외부에 용역을 줘 컨설팅을 연구 중이고, 234개 광역시도별 자원봉사단을 꾸려 모금활동 지원을 받으면서 시급한 시설과 사람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배분 사업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게 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기부 애플리케이션,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지하철 1회용 카드 기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젊은 층의 참여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기부천사 배달원 김우수 씨는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70만원 안팎의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매달 5만~10만원씩 기부해 감동을 줬다.
▶로타리클럽에선 '초아(超我)의 봉사' 정신을 강조한다. 'Service above yourself,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보다 고통을 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삶의 질을 같이 높여 나가는 것이 봉사의 기본 정신이다. 돈은 여러 사람들의 희생이 보태져서 버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착각하는데, 이러면 곤란하다. 예컨대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한 것도 경쟁해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은 거 아닌가. 지금처럼 '피라미드 사회'에서는 자신보다 못하거나 고통받거나 소외된 사람을 딛고 신세를 많이 지고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에서라도 어떤 식이든지 기부를 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기부는 생각날 때 바로 해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 하면 안 된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재산의 80~90%를 기부하기로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대기업은 어떤가.
▶대기업 CEO들이 '통 큰' 기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 한국 CEO들은 돈을 많이 받지 않나. 팍팍 내놓아야 한다. 이게 기부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 복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복지재원 확보가 제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원 확충 방안 없이 복지지출이 급증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재정 파탄으로 신음하는 유럽처럼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런데 아직도 재계 순위 30대 기업 중에서 기부에 인색한 기업들이 많다. (기부를) 해달라고 하면 (우리 기업은 이번에 )빼달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모 금융대기업에선 "받는 사람이 뭐 그리 말이 많냐"며 핀잔까지 주더라. 무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금하는 과정에서 밖에는 차마 말 못할 사정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기부를 얼마나 했나.
▶이거 꼭 밝혀야 하나(웃음). 모금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0만~3000만원 정도 했다. 모교(연세대)에도 조금 냈고 내가 회장으로 있었던 로타리클럽에도 냈다.
―기부 문화를 확산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기부자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유산이나 현금 외의 자산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만 기부가 아니다. 건물, 분양권 등도 기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기부자에게 처분해서 현금으로 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재능기부도 인기인데 현재 특별재난지역 복구를 위해 봉사를 한 경우만 법정기부로 인정해주고 있다. 나눔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이에 걸맞게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선진국에선 학교에서 나눔 교육을 한다던데.
▶미국과 영국 등 기부 선진국은 정규 교과과정 속에 기부와 자원봉사와 같은 나눔을 가르친다. 우리나라는 학교 현장에서 나눔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부족하고 민간 차원에서 모금기관들이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보다 아동ㆍ청소년에게 학교 현장에서 나눔을 교육하는 게 향후 기부문화 확산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가족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중심의 사고도 바뀌어야 하고 기부자를 존중하는 문화도 조성돼야 한다. 나눔은 사회에 대한 투자다. 적은 금액이라도 나눔에 동참하고 이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연말 사랑의 온도탑은 94.2도를 기록했다. 1999년 모금을 시작한 이래 12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를 넘지 못했다.
▶사랑의 온도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 비용의 70%를 모금 목표액으로 설정한다. 예컨대 50도는 목표액의 50%가 모금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목표액은 2242억원이었는데 최종 모금액이 2112억원으로 130억원 부족했다. 지난해 온도탑을 현수막으로 대체했는데 올해는 나눔의 상징인 온도계를 설치할 계획이다. 100도를 반드시 달성하겠다.
―사건 이후 '비리 열매'라며 배지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 개의 열매는 각각 '자신' '이웃' '가족'을, 열매의 빨간색은 사랑의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이루자는 것을 뜻한다. 배지를 바꾸기보다는 지난 비리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투명성을 강화해 사랑의 열매가 이웃 사랑과 나눔의 상징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제2 모금기관을 만들자는 말까지 나왔다.
▶모금기관이 늘어난다고 해서 기부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모금단체가 많아지면 단체 간 경쟁을 부추겨 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정부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지원할 수 있는 투명하고 체계적인 모금기관이 있으면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된 취지 중 하나는 정부로부터 민간영역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금단체가 많아지거나 쪼개지면 정부의 간섭이 커질 우려도 있다.
―지난 연말 공동모금회 비리사태로 구세군 자선냄비를 비롯해 다른 모금기관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모금액도 크게 줄었다. 이제 곧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을 시작할 텐데 각오는.
▶공동모금회 회장직을 제안받고 나서 처음엔 안 오려고 했다. 로타리클럽 선배들은 물론이고 집사람까지 반대했다.
하지만 일부 선배들은 "여기(모금회)에 문제가 생겼으니 새판을 짜면 (회장으로) 와도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 회장에 취임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잘못한 건 없다. 직전에 있던 윤병철 회장도 특별히 잘못한 건 없다. 그런데도 언론에 많이 혼났다. 참 안타까운 게 우리 직원 300여 명의 복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직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더라. 물론 회식을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에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지 않나.
▶He is…
1938년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났다. 서울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부방테크론 회장에 취임한 뒤 부방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1971년부터 40년 넘게 세계적인 봉사활동 단체인 로타리클럽에서 활동했으며 2008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으로 선출됐다. 2010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민석기 기자 / 임영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42. [매일경제][이렇게 생각한다] 정부 R&D지원, 영세 中企에 큰 힘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걸음 부품소재사업 발대식'.
행사장 안에는 외형은 작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처음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게 된 46개 부품소재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이날 발대식을 주최한 지식경제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사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첫 걸음 부품소재 기술개발 사업 대상기업에 선정돼 행사에 참석하게 된 중소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당일 아침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사퇴 소식을 들은 터라 마음 한 켠에는 무거움마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발대식에 참석한 주최 측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여유롭게 중소기업 대표들을 따뜻하게 대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최중경 장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당초 시간관계상 8개 업체에만 지정증 수여를 해주기로 했던 최 장관은 46개 업체 대표 모두에게 직접 지정증을 수여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해 무거웠던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웃음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던 최 장관의 모습은 '따뜻한 R&D' 구현이라는 첫걸음 부품소재 기술개발 사업의 구호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줬다. 우리 같은 작은 기업들에 이 같은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고마움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동연 엠엔에스시스템 대표]
43. [매일경제][기고] `스마트 코리아` 앞당기려면
우리는 '스마트'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뉴스를 검색한다.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책을 읽고 간단한 업무도 처리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전 세계인과 실시간으로 대화도 나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열린 사회, 열린 지구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시작한 스마트 변혁은 스마트TV, 스마트카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이 탄생했고 기업 간 경쟁과 협력도 한층 더 활발해졌다. 시장에서는 소셜커머스 등 소비자 네트워크가 형성돼 소비자 주권이 강화됐다. 기업의 부당한 행위가 견제되고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SNS로 인해 대중이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권력은 소수에서 다수로 흘러간다. 연초 중동 지역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이나 최근 미국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들이 좋은 사례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스마트 확산은 개방, 협력, 융합의 철학을 사회 구석구석까지 녹아들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와 벤처 붐이 일어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한층 증가할 수 있다. 대중의 참여 활동도 늘어나 우리 사회는 더 유연하고 투명해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인 'IT 코리아'를 뛰어넘어 4만달러 시대인 '스마트 코리아'로 발전할 수 있다.
스마트 코리아를 실현하려면 앞으로 10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이 스마트 변혁기의 시작점이고 그 파급 효과가 미래 글로벌 산업 구조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대 디지털 변혁기에 신산업 발굴, 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년 이상 세계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1990년 세계 10대 IT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일본 7개, 미국 3개였지만 2000년에는 미국 8개, 2010년에는 미국 9개, 한국 1개로 바뀌었다. 지금 직면한 스마트 변혁기에도 누가 더 빨리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다. 스마트 시대는 콘텐츠 시대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는 스마트 강국이 될 수 없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인재들이 배출되도록 교육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스마트 성장전략이다. 스마트 융합과 녹색이 집중 육성돼 주력 산업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도록 규제가 개선되고 벤처창업 붐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산업 생태계의 선진화다. 공생 발전하는 네트워크가 산업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외부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협력이다. 스마트 연결로 지구는 더 작아지고 국가 간 격차는 줄고 있다. 이웃나라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서로 윈윈하는 경제협력 모델을 늘려 나가야 한다.
스마트 코리아를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혁기에 강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될 때에 과감한 투자와 노력으로 오늘날 IT 코리아를 일구었다. 스마트 투자도 선제적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1위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산업융합촉진법 등 관련 제도도 남들보다 앞서 마련했다. 4세대 이동통신망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IT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뜨거운 국민적 열망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 코리아 2011' 행사가 일산 킨텍스에서 15일까지 개최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스마트 변혁을 주제로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좋은 결론이 도출돼 스마트 코리아가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44. [매일경제][사설] 금융권, 상투적인 변명만 할텐가
금융권 탐욕에 대해 정책당국과 감독당국 수장들의 질책이 이어지고 시민들은 대규모 규탄 시위를 벌일 예정이지만 정작 금융권은 귀를 막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저께 "금융회사들은 공적자금 160조원으로 살아났다"며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은행장들을 불러 배당과 성과급 잔치를 삼가고 어려울 때를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전에 없이 강도 높은 경고와 규탄에도 국내 금융권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탐욕에 대한 자성 목소리를 내거나 스스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하고 상투적인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달랑 자료 하나를 내놓았을 뿐 흔히 ’4천황’으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을 비롯한 업계 리더들이 모여 대책을 고민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은행업계의 변명은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4대 시중은행 평균 급여가 5대 기업 대비 72% 수준이라지만 이는 업무 강도와 생산성,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일 뿐이다. 시간당 임금 수준이 제조업에 비해 1.6배에 이르는 금융권이 또다시 고율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위기 때마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은행 경영자가 연봉과 성과급으로 10억원 넘게 받아가는 것을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겠는가.
가계는 빚에 짓눌리고 중소기업들은 돈줄이 말라 애를 태울 때 오히려 이자 마진을 늘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배당과 성과급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면 국민의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금융권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탐욕을 버리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45. [매일경제][Editor`s letter]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나오려면
혁신의 아이콘, IT계의 황제….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이름 앞에 붙는 별칭입니다. 애플 부흥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MP3 아이팟에서 시작해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성공 제품을 보면 그에 대한 이 같은 칭송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 최고 절정기에서 세상과 이별을 한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스가 늘 성공가도를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온전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해 입양을 하게 되고 학창 시절 역시 평탄치 못한 길을 걸었습니다. 고교 시절엔 마리화나에 손을 대는 등 불량 소년이었고 대학도 중도에 포기한 중퇴자였습니다.
세상에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수많은 성공 작품과 신화를 창조해낸 인물이지만 실패 경험도 많았습니다. 1983년 자신의 첫째 딸 이름을 본떠 만든 컴퓨터 '리사'는 그래픽 사용자 환경에 맞게 내놨지만 너무 비싼 가격(9995달러)에 자리를 못 잡고 1년 후 매킨도시에 의해 밀려나게 됐습니다.
잡스가 잘나가던 시절에도 실패 작품은 있었습니다. 지난 2007년에 내놓은 애플TV는 안방에서 TV와 맥 컴퓨터를 연결해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었지만 설치와 사용이 불편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큰 성공 때문에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는 인격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약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직원들을 면전에서 몰아붙이는가 하면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잡스가 수많은 실패와 성격적인 약점에도 끝내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는 한 번의 실수나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잡스는 도전에서 실패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새로운 과제에 도전했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말썽쟁이 잡스를 끝까지 믿고 존중해준 양부모,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장점을 키워준 테디 힐 선생님, 실패도 용인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었다면 잡스 신화는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는 아마도 낙오자로 찍혀 재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을 것입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고아원에 맡겨졌을 것이고 학교에서는 정학이나 퇴학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다 대학에 갔다고 해도 중도에 포기한 자가 사회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요. 또 실패를 허용하지 않은 직장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도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잡스의 신화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그와 같은 혁신가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대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한 번 실패자가 영원한 패배자가 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환경부터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 발명가 에디슨의 말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분위기 입니다.
기업에서도 잡스처럼 괴짜라고 해도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대한 시선을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실패의 결과가 두려워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은 겁쟁이 직원을 만들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위정환 기업경영팀장 sunnywi@mk.co.kr]
46. [매일경제][Biz Buzz] 게릴라 매장 `팝업 스토어` 인기
짧은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철수하는 매장을 뜻하는 팝업 스토어가 유행이다. 사실 팝업 스토어는 대부분 패션산업군에서 많이 쓰이던 전략이었으나 요즘은 업종에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다.
푸마와 콤데가르송이 가장 먼저 팝업 스토어의 개념을 만들었고 이후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이 개념을 받아들여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카콜라, 애플, 구글 등이 팝업 스토어를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 만들어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닌 레스토랑처럼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개장해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릴라 매장이라고도 불리는 팝업 스토어는 적은 비용으로 한시적인 매장을 원하는 위치에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팝업 스토어를 개장하면 대부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샘플도 나눠주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이미 잘 알려진 기업들은 이미지가 좋아지고, 인지도가 없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름을 알리고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황미리 연구원]
47. [매일경제][Case Study] 무너진 휴대폰 제국 노키아가 주는 교훈
▶ 생각열기
지난 몇 년간 휴대폰 업계의 톱 뉴스는 단연 노키아의 추락과 애플의 약진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노키아는 휴대폰 매출액에서 이미 애플에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애플, 삼성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 애플에 세계 1위를 내주다
휴대폰 업계의 절대강자였으며 난공불락의 존재로 여겨지던 노키아의 쇠락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략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조직문화 측면에서 노키아가 쇠락하게 된 원인은 성공이 가져온 현실 안주의 조직문화(Culture of Complacency)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2007년)하기 3년 전 노키아는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으나,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 안주의 문화로 인해 스마트폰 개발을 중지하는 오류를 범했다.
당시 관리자였던 하카라이넨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노키아가 스마트폰 개발 중지라는 판단 오류를 범한 것은 성공이 가져다준 현실 안주의 조직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카라이넨은 노키아가 크게 성장하면서 매우 관료조직화되었다고 증언했다. 회사가 현실에 안주해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고객 요구에 둔감한 조직이 되어 갔다고 지적한다. 경영진 회의도 '소비에트 스타일(Soviet-style)'의 관료주의에 젖어 몇 명만 반대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GSM 휴대폰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노키아의 조직문화를 현실 안주의 문화라고 진단했다.
비근한 예로 노키아의 플랫폼인 심비안(Symbian)이 스마트폰 시대에 맞지 않아 이를 업그레이드해야 했는데, 느린 의사결정과 현실 안주의 문화로 인해 5년 여 시간을 허비해 시장을 장악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5년이면 업그레이드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운영체제를 내놓지 못했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조직문화와 이로 인한 느슨한 조직관리에 기인했다고 노키아 전직 사원들이 지적했다.
휴대폰에 3D 기능을 넣자는 아이디어도 2002년에 사내에서 제안됐으나 대당 2.5달러의 원가 상승 요인이라는 이유로 기각되고, 결국 2009년 삼성, LG가 세계 최초로 3D 휴대폰을 출시하게 됐다. 사내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올라왔지만 긴장감과 도전의식이 약해진 조직문화로 인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노키아는 올해 초에야 뒤늦게 자체 플랫폼 심비안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윈도 모바일7을 운영체제로 채택해 시장 회복에 나섰지만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시장을 장악한 틈새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는 탐탁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성공한 기업은 어떻게 몰락하나
노키아의 쇠락은 한때 뛰어난 성공을 거두었던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연구한 짐 콜린스의 책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제시된 기업 몰락의 모형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인다. 물론 몰락하는 모든 기업이 위 단계를 다 거치는 것은 아니며 기업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노키아의 경우 GSM의 상용화와 이에 따른 대성공을 거둔 후 1단계에 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많은 전ㆍ현직 사원들이 증언하고 있다.
현재 노키아가 어떤 단계까지 와 있는가에 대해서는 분석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올여름 필자가 미국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 일부는 노키아가 현재 3단계를 지나는 중이라는 사람이 많았고, 이미 4단계 초입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현재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전성기 대비 90% 이상 하락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휴대폰 사업을 개척한 모토롤라가 지난 8월 구글에 인수된 것을 보면 한때 '위대하다'고 불렸던 기업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노키아의 분발이 요구된다. 물론 현재 노키아는 모토롤라보다는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 아직도 세계 2위 휴대폰 제조 기업이며 뛰어난 기술력과 무선통신에 관한 수많은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 사례는 성공이 가져다준 현실 안주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보여준다. 블룸버그도 '노키아의 쇠락이 주는 교훈 3가지'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의식을 잃지 말며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산업 클러스터에 본사를 가까이 위치시키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성공한 기업이 어떻게 조직문화를 관리해가야 할지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 위기의식ㆍ혁신이 부족했던 노키아
노키아의 쇠락을 생각할 때 필자의 관심을 끄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매년 '위기'를 외치며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서도 또 위기를 말하기에 사원들이 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십 수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가 위기를 이야기하면 사원들은 일을 더 시키려고 그런 것인지, 혹은 사원을 내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노키아와 모토롤라의 현 상황을 볼 때 삼성의 위기 주장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잘나갈 때가 위기인 것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에 그런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수많은 경쟁 기업이 모방과 혁신을 통해 선도 기업의 경쟁 우위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전교 1등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교 1등은 매번 시험을 치를 때마다 위기의식을 느낀다. 학교의 모든 친구를 앞서야 하기 때문에, 언제 전교 1등 자리를 놓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전교 1등이 되는 순간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위기가 온 것이며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의 위기경영이 더욱 빛을 보려면 단순히 위기를 외치는 수준을 넘어 창조경영이 꽃필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혁신을 주도할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노키아가 주는 교훈이다.
노키아의 쇠락을 생각할 때 대비되는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 iMac(1998년)을 시작으로 iPod(2001년), iPhone(2007년), iPad(2010년), iCloud(2011년) 등 쉬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다. 각각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해에 걸친 연구개발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애플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해 갈채를 받는 바로 그 시점 혹은 그 전에 이미 '다음의 혁신적 제품(Next Big Thing)'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김성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48. [매일경제][Hello Guru] 가장 중요한 CEO역할은 `결단` 아닌 `직원 변화 유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환경, 장기화되는 위기 상황에서는 이전까지 은폐되거나 봉합돼 있던 기업 내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조직 내부의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기업에는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리더십 연구의 대가 조셉 그레니(Joseph Grenny) 바이탈스마트 회장을 만나 기업을 운영하는 CEO가 가져야 할 리더십과 기업 경영 비결을 들었다. 그레니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주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ㆍ리더십을 컨설팅해왔다. 세계 최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한국리더십센터가 주최한 제9회 글로벌 리더십 페스티벌에 연사로 초청돼 국내 CEO를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레니 회장은 "대부분의 CEO들은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신의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의 핵심은 '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CEO가 해야 할 주된 일"이라고 단언했다.
-'CEO는 결정하는 사람이기보다 직원을 변화시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의 운명이 걸린 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최고경영자가 할 일인 것은 맞다. 그걸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조직 안에서 인력과 자원이 제한돼 있고 CEO는 여기에서 결정을 하고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를 우리는 '전략'이라고 부른다. 모든 리더는 이걸 잘해야 하고 실제로 잘했기 때문에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이건 리더십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얘기다. CEO에게 더 중요한 건 영향력을 발휘해 직원들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직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직원들이 이를 쓸모 없이 만들게 할 수도 있다. 탁월한 의사결정도 수행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의사결정이 실행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이끄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CEO라면 당신의 하루 스케줄을 점검해보라. '눈에 보이는 결정'에 쓰는 시간이 90%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는 안 된다. 30~40%만 그 시간에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의 문화와 직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라."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십'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를 알려달라.
"대니 마이어라는 미국 레스토랑 CEO 사례가 떠오른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뒤 전략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들은 답변은 한결같았다. '남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 블루오션에 진출하라'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뉴욕에 2만개나 있는 '식당사업'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85년에 문을 연 마이어의 식당은 6개월 만에 뉴욕시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식당이 됐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이번엔 고가 음식점을 차렸고 곧바로 뉴욕에서 두 번째로 좋은 식당이 됐다. 그 다음엔 인도음식 레스토랑을 열어서 성공했고, 이후엔 전혀 다른 컨셉트로 햄버거 식당을 열었다. 다 성공했다. 마이어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고객과의 대화였다. 세심하게 고객들을 기억해서 챙겨주고 배려하자 사람들이 다시 식당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그가 직접 행동으로 고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종업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식당의 모든 직원이 마이어처럼 행동했다. 직원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 리더십의 아주 좋은 사례다. 내가 연구했던 모든 사례에서 성공한 CEO들은 전부 마이어 같은 리더십을 발휘했다. 데인 핸콕 록히드마틴의 회장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패배감에 젖은 1만3000명 직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00억달러짜리 합동타격 전투기 프로젝트를 따냈다."
-'영향을 끼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일 것 같은데, 모두가 소통을 강조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기업이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CEO는 본능적으로 회사 내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하지만 다들 '정치적으로 안전한' 발언만 할 뿐 진짜 조직 내 문제가 뭔지, 해결해야 될 일이 뭔지를 얘기하지 않는다. 기업 얘기는 아니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 직후 폴 브레머라는 서구 연합 과도정부 대표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사례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서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젊은이도 아니었고 은퇴하고 쉴 수 있는 위치였다. 즉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는 그가 파악한 이라크의 불안정성과 미국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 결국 한 마디도 대통령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가 볼 때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위기 역시 바로 이런 문제의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직원들이 포기하면서 도래했다. 그전까지는 내부 소통에 있어 모범이었던 기업이었음에도 순식간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면 원활한 소통여건, 진실을 말하는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우선 '안전하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보통 권위가 있거나 힘이 있는 사람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물리적인 공간의 구조부터 심리적인 분위기까지 모든 걸 바꿔줘야 가능하다. 즉 진실을 말하는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조건 형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회사의 경우 사무실이 다 떨어져 있고, 특히 관리자의 사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관리자와 직원 간에 소통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고 함께 공간을 쓰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보여야 한다. 특히 어떤 사소한 부분에서 직원이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고 피드백을 줘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의 회의테이블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주치고 함께 논의하는 것, 공동런치룸 등을 물리적으로 설치하는 것, 즉 문화에서 물리적인 공간의 배치까지도 가장 소통이 잘 되는 방식으로 연구해서 바꿀 필요가 있다. 개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팀이 공동체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형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원활한 기업 내 소통을 위해 특히 관리자나 CEO가 발휘해야 할 리더십은?
"내가 책으로 쓴 바 있는 '결정적 순간의 대화'에 해답이 있다. 리더가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곧 모든 상황을 결정한다. 첫 문장, 30초 안의 첫 답변이 가장 중요하다. CEO나 관리자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직원에 대해 '나는 당신의 목표에 대해 함께 하고 있다. 당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안전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은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시작하고 상대를 관찰하고 안전감을 형성하라. 행동으로, 구체적 실천으로 피드백을 줘라. 그러면 결국 직원의 행동이 바뀌고 조직이 변한다."
-좀 막연한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커뮤니케이션 성공이 곧 기업의 성공이 됐던 경우로 앞서 언급한 록히드마틴을 다시 한 번 예로 들어보겠다. 아까 얘기했듯이 1998년 그들은 2000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합동타격전투기 사업을 따냈는데, 그 회사 직원조차도 자신들이 그 일을 해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기업의 문화는 매우 폐쇄적이었고 경쟁사였던 보잉에 비해 별로 혁신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의 시니어 리더들은 대화의 기술을 확립하는 데 투자를 했고, 이를 정기적으로 측정했으며, 리더들이 직접 그 모델이 됐다. 그리고 이렇게 소통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보상을 해줬다. 직원이 변했고 문화가 변했고 조직이 변했다. 프로젝트를 따는 데 결국 성공했다. 이런 변화의 상황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세 가지 핵심 기술을 알려주면 '100% 정직, 100% 존중'이 이뤄지는 '공명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책임성', 신속하면서도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영향력'이다. 이걸 구현하면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에도 한국 내 각 조직과 기업에 남은 권위주의 문화가 원활한 소통을 막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다소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있을 수 있고 이것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도덕적인 문제로 보고 접근하면 안 된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무엇인가의 측면에서 접근하라.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정말로 나쁜 성과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면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가야지, '권위주의는 나쁘다'는 말만 반복하고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면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얘기만 계속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2세 경영을 넘어 3세 경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창업주나 그를 직접 보면서 컸을 2세와 달리 리더십 문제, 소통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은데 한국의 대기업 3세 경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보통 창업주보다 2~3세가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회사 내부에서만 대접받으면서 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3세 경영이 굳혀졌다면, 그리고 오너십 자체에 문제가 없고 그래서 기업의 발전과 함께 오너십을 지속시켜야 한다면 리더로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에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계발 계획'을 짜고 후세들이 넓은 시각과 폭넓고 깊은 소통능력을 가진 리더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유독 아시아 국가, 아시아 기업들이 예전의 권위주의적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기존의 수직적 문화를 넘어서는 소통구조 변화에 관심이 많다. 지금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은 한국의 문제만도 아니고 한국 기업의 문제만도 아니다. 내가 얘기한 사례 대부분이 미국 사례 아니었나. 한국은 진정 놀라운 성장을 한 국가다. 50년 전과 심지어 같은 행성에 있는 나라가 맞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나라고 국민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권위주의적 문화가 남아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걸 자각했다면 이를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 He is…
바이탈스마트 공동 설립자인 조셉 그레니(Joseph Grenny) 회장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0만부 이상 팔린 '모든 것을 바꿔라' '결정적 순간의 대화' '인플루엔서' 등의 공동 저자다. 미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인도, 유럽 등 전 세계 리더들에게 강연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컴퓨터 공동 설립자로서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1990년 공동 설립한 바이탈스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교육 및 조직개발 기업 중 하나로, 그간 300개 이상의 포천 '500대 기업'들이 신속하고 지속가능하고, 측정가능한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입증된 방법들을 사용해 성과를 높이도록 도왔다. 이런 공로로 그레니 대표는 2007년 자신의 동업자들과 함께 올해의 언스트&영 기업인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 바이탈스마트가 미국 교육사업자협의회에 의해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고승연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49. [매일경제]"잡스는 매의 눈 가진 혁신가…어린아이도 쓸수있게 만들어"
이 시대 최고 혁신가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인터넷에서는 잡스의 업적과 스타일은 여전히 가장 큰 화젯거리로 회자되고 있고 그를 추모하는 세미나도 이어지고 있다. 굳이 '애플빠'가 아니라도 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달 하순에 전 세계에 동시에 출간될 그의 자서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잡스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자서전이기에 궁금증을 더하면서 사전 예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잡스 자서전은 '타임'의 전 편집장인 월터 아이잭슨이 2009년부터 2년 동안 40번의 인터뷰 끝에 저술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이잭슨보다 먼저 잡스와 150번 이상 만나면서 그에 대한 책을 쓴 사람이 있다. 기자 출신인 제프리 영 작가다. 영은 2005년 '아이콘 (iCon)'이라는 제목의 잡스 전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경영학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서적으로 꼽혔다.
매일경제 MBA팀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영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잡스의 생활과 경영 스타일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스티브 잡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그는 역시 혁신가다. 비즈니스맨이 아닌 진정한 기업가(entrepreneur)였다. 그는 분명히 위대했지만 토머스 에디슨 같은 발명가는 아니었다. 그가 만든 모든 제품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것들이 남들이 만든 것이다. MP3플레이어는 물론이고 태블릿PC 등 히트한 제품은 모두 다른 이가 발명한 것들이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보고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너무 기술적이고 쓰기 어려운 하이테크놀로지 제품들을 '사람답게(humanize)'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일반인에게 어렵기만 한 물건들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물건으로 탈바꿈시킨다. 생각하는 방식이 남달랐던 잡스는 그저 상상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이 생각하는 이상의 것을 생각해내고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했는데 그는 어디서 영감을 얻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 냈는가.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초등학생처럼 작은 아이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했다. 아이폰을 생각해보자. 아이폰은 사실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잡스는 어떻게 만들었는가. 윈도즈처럼 부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온ㆍ오프 스위치로 손쉽게 켜고 끌 수 있는 작은 컴퓨터를 창조해 냈다. 잡스가 중요시했던 다른 한 가지는 디자인이다. 그가 애플의 2세대 컴퓨터를 만들 때였다. 그의 목표는 거실에 자랑스럽게 내놓고 거실을 꾸미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는 스테레오 같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컴퓨터가 집안에 있어야 한다면 집을 꾸밀 수 있는 가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같이 사람들이 직접 들고 다니는 제품은 패션감각이 더욱 뛰어나야 했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예쁜 제품을 추구한 것은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잡스는 단 한 번도 비즈니스맨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않았다.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는 제품을 추구했지만 잘 팔리는 물건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잡스는 다른 기업인들과는 달리 단 한 번도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는 단적인 예만 봐도 알 것이다. 애플의 고객들은 애플이 새로운 것을 출시하면 기다렸다가 무조건 사야 했다. 제2의 물건을 집어들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잡스 입맛에 맞는 단 한 가지 제품을 내놓던 사람이다. 애플의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타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만큼 잡스는 자신의 제품에 자신이 있었고 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대단했다. 오만했고 세상이 자기 중심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대중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매우 거만한 사람인 것 같다. 결국 그의 그런 면 때문에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겪은 것이 아닌가.
"확실히 잡스는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일 수 있다. 고집이 엄청나게 셌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언제나 사람들을 당황시켰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았고 천재적인 감각으로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렸다. 잡스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있어서 라이선스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1985년 매킨토시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빌 게이츠는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서 디자인 라이선스를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잡스는 한마디로 거절했고 그 후에도 계속되는 게이츠의 전화를 무시했다. 잡스는 항상 게이츠를 무참히 밟았다.
게이츠가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거절했고 같이 일하자고 해도 무시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을 때도 그저 비웃기만 했다. 사실 잡스의 이런 행동은 매킨토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잡스를 밀어내자마자 매킨토시는 게이츠에게 라이선스를 주었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들은 보기 좋은 제품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윈도즈의 시장은 매킨토시의 것보다 몇 배나 컸기 때문에 그 효과는 대단했다. 물론 잡스가 애플로 돌아가자마자 게이츠가 애플 라이선스에 손댈 수 있는 시대는 끝났고 애플은 다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잡스의 독선적이고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은 그럴 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유지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잡스의 완벽주의자적 성향과 그것이 어떻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좀 더 설명해 달라.
"잡스는 만족할 줄 모르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누구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제품에 손대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이 만든 것에 토를 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잡스는 모든 면에서 보통사람들과는 달랐다. 잡스는 항상 IBM이나 삼성의 제품을 보고는 '너무 못생긴 물건이다. 이렇게 생긴 걸 부끄러워서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똥 같은 디자인이다'며 크게 비웃었다. 잡스는 컴퓨터, 플랫폼, 디자인까지 모두 자신이 컨트롤하기 좋아했다. 단 한 가지라도 빠뜨리거나 관여하지 않았던 적이 없고 자신의 기준에 꼭 맞춘 보기 좋고 쓰기 좋은 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은 제품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주변 환경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 차, 쓰는 사무용품까지 그에게는 너무 중요한 요소였고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참지 못했다. 사실 잡스는 언제나 탁월한 결정을 내린 사람이다. 자기 멋대로였지만 항상 천재적인 완벽함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니까."
-잡스는 시장조사나 소비자의 취향을 잘 파악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창조자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 없이 어떻게 가능했나.
"그는 확실히 발명가는 아니었으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준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장조사나 대중에게 의견을 묻지는 않았다. 잡스는 '대중은 무엇이 가능한가를 가늠할 수 없는데 어떻게 무엇을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제품들은 대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후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것일까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었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잡스는 미치광이 같았다. 로커펠러, 에디슨, 그 어떤 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이름을 대더라도 잡스 같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잡스의 영감은 오직 애플만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그의 인생은 애플이었다. 아니 애플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매일 애플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냈다. "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가 중간에 바뀌지는 않았나.
"물론 시간이 갈수록 일반 대중에 대한 배려심이 커졌다. 이 모든 것은 가족 덕분이다. 잡스의 아내와 자녀들은 그가 일을 끝내고 돌아갈 곳을 만들어준 사람들이었다. 젊었을 때는 몰랐던 공간이었지만, 가정이 생긴 후 잡스는 여자들이 쓰기 쉬운 제품,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의 첫 작품들은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키보드도 없는 이상한 컴퓨터였다. 하지만 최근 작품일수록 더 많은 기술이 탑재되었지만 더욱 쉬운 사용법이 돋보이는 제품들이다."
-잡스가 내면적으로 성장한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그가 애플을 창업하고 보여줬던 리더십과 한 번 쫓겨난 후 돌아와서의 리더십은 어떻게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무조건 게이츠를 거부했던 잡스의 태도였다. 애플에 복귀한 후 잡스는 애플에 투자하겠다던 게이츠의 제안을 무시하지 않았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던 애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끌어안는 것이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첫 아이팟은 모두 매킨토시에서만 사용했어야 하는 맥마니아를 위한 제품이었다. 아이팟은 잡스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받아들이고 호환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나서야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제품이다.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고 성장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알게 됐다."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애플은 2~3년 동안은 건재할 것이다. 이미 잡스가 죽기 전에 충분한 먹거리를 만들어 놨다. 문제는 중간지점인 5년 안팎일 것이다. 잡스는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엄청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항상 꿈꾸는 창조자였다. 하지만 팀 쿡은 그렇지 못하다. 쿡은 잡스처럼 공상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이상적이지도 못하다. 잡스의 피에는 '디지털'이 흐른다. 쿡은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게 정상이다. 아무에게서도 잡스와 같은 것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제프리 영은 누구
제프리 영이 스티브 잡스를 처음 본 것은 1982년이었고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였다.
그는 LA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IT 전문으로 머큐리 잡지에 스카우트돼 실리콘밸리로 활동지역을 옮긴 상태였다. 매킨토시가 1984년 1월에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잡스가 스타로 부상하기 전부터 인연을 맺은 셈이다.
영은 "아직도 잡스를 처음 만난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잡스는 매킨토시사 잔디에서 BMW 오토바이를 신나게 보고 있던 광기 어린 젊은이였다.
탁구 테이블과 비디오 게임기가 널부러져 있는 매킨토시사에서 장난꾸러기처럼 떠들던 잡스는 기자인 영을 보고 정색을 하고 물었다.
"대체 당신은 누구야?(Who the hell are you?)" 정말 예의 없고 직설적인 젊은이였다. 영은 재빨리 서류가방에 있던 기사들을 꺼내 보여주며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다.
그후 잡스는 영을 마치 매킨토시의 팀원처럼 받아들여줬다. 영은 매킨토시사의 모든 사람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놀았다. 그는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매킨토시로 출근했고 잡스와 매일 대화했다고 밝혔다.
[황미리 연구원]
50. [매일경제][잡스의 경영학] "해적이 되자" 아이디어 믹싱 새것을 창조
잡스가 이끈 애플의 최고 경쟁력은 누가 봐도 '혁신'적인 제품과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경영학의 또 다른 주제인 리더십과 마케팅, 경영전략 등 측면에서는 전문가마다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경영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부터, 세부적으로 경영학 원칙에 충실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제품 혁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오만하거나 위험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잡스는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경영 방식을 구사했지만 결과가 좋았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 리더십과 인재관리 : 홀리는 리더십
'스티브 당하다(being steved).'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업무에 대한 질문을 던져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직원을 가차없이 자른 것을 일컬어 '스티브 당하다(해고되다)'고 사람들이 표현하면서 생긴 말이다.
리더십만큼 잡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은 없다. '괴팍한 성격의 독재자'라는 그의 이미지와 그런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일련의 사건들은 스티브 잡스 리더십을 기존 경영학계에서 주장하는 '바람직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만들었다. 스티브 워즈니악, 매킨토시 최초 개발자 제프 래스킨, 픽사의 기술적 대부 알비 레이 스미스 등 실제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자기 중심적 행동과 폭언, 전횡에 상처를 입고 떠나간 동료와 직원들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을 비롯한 핵심 인재들에게 동기부여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기존 경영학에서 다룬 그 어떤 리더보다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준모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잡스가 운영하던 100인 핵심 비밀 그룹에서 아이폰 출시를 논의한 과정을 보면 그의 리더십을 확실히 알 수 있다"며 "당시 아이팟용 아이튠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던 중 한 엔지니어가 '폰 기능 추가' 얘기를 꺼냈고 이를 들은 잡스가 곧바로 진행하던 회의를 뒤집어 곧바로 폰 출시 회의로 바꿨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처럼 그는 자신이 신뢰하는 인재들이 브레밍 스토밍 수준에서 던진 말도 곧바로 제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동기부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핵심 인력, 특히 엔지니어에 대한 동기부여는 "the journey is the award" "beyond the box" 같은 애플 초기 '선문답식' 구호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부분이 엔지니어였던 당시 애플 직원들은 잡스의 구호를 들으면 자신들이 우주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황홀감에 사로잡혔고 강하게 동기부여가 됐다는 것이다.
잘나가던 존 스컬리 펩시 사장을 애플 CEO로 영입할 때도 바로 이 같은 홀림 리더십이 통했다. 잡스는 스컬리 사장에게 자기 비전을 설명하고 '평생 설탕물이나 팔 겁니까, 아니면 나와 같이 세상을 바꿀 겁니까'라는 최후 통첩을 날린 끝에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 경영전략 : 독점(Exclusive)과 공존, 그리고 디자인 경영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쳐온다."
잡스식 혁신의 핵심을 보여주는 이 모토는 '아이디어 믹싱'을 통한 창조를 의미한다. 애플 초기에 '해군이 될 바에 해적이 되자'는 구호를 공공연하게 내걸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에 엄청난 'R&D 투자'부터 떠올리게 하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단어의 교과서적 의미를 바꿔놨다. 그는 창조의 강박에서 벗어나 이미 창조된 것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낸 새로운 방식의 혁신가였던 셈이다.
이처럼 재창조된 혁신적 제품, '자신 있는 제품'을 그는 시장 1위 업체가 아닌 2~3위 업체에 '독점(exclusive)' 방식으로 공급했다.
이 전략과 관련해 안 교수는 "잡스는 자기 제품을 갖고 고객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부터 전략을 그렇게 짰다기보다 자기 철학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잡스 경영, 특히 애플 복귀 이후 만들어낸 성공 스토리에서는 '공존 생태계 전략' 또한 핵심으로 등장했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스티브 잡스가 콘텐츠 사업자와 앱 개발자들을 위해 '공허하지 않은', 7대3(개발자 대 애플) 수익배분 구조를 제시해 공존의 IT 생태계를 만든 것에 크게 주목했다.
여기에 각 기업마다 한 번씩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디자인 경영' 전략이 더해졌다. 잡스는 "디자인이란 그냥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이 애플식 디자인 경영의 핵심전략이었다.
산업ㆍ기술 디자인 구루 도널드 노먼 박사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빼어난 외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기반해서 편리하게 쓸 수 있으면서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라며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을 제대로 구현한 기업이 바로 애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마케팅 : 고객 기반 마니아 마케팅의 역설
"아이폰에 수신 불량이 발생한다고? 그건 당신이 휴대폰을 손으로 잘못 잡았기 때문."
아이폰 3G에서 나타난 전파 수신 불량 문제에 대해 잡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라면 마케팅 차원이나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바로 그런 대응 방식이 '오직 마니아층만을 위한 마케팅'이라는 애플 특유의 마케팅을 잘 보여준다"며 "그러나 아이폰 수신 불량 사태를 거치면서 애플도 서서히 일반적인 대중 마케팅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팟의 대히트와 아이폰 혁명을 이끌어내기 이전까지는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확실한 마니아를 확보하는 브랜드였다.
'apple evangelism'이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애플컬트' 특유의 마케팅은 애플 사용자들끼리 긴밀히 교감하면서 애플에 대한 조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제품과 사용자 간 교감과 일체화가 그 핵심이다.
김경훈 베인&컴퍼니 이사는 "애플이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객 욕구를 반영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거나 고객을 무시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마니아들이 요구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찰'을 통한 니즈 반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아이폰 앱스토어 시스템을 해킹해 빠져나가는 이른바 '탈옥' 현상 역시 애플은 항상 주시하면서 해커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집어넣는지를 보고 OS 업그레이드 시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런 관찰을 통한 니즈 반영에다 디자인 경영 특유의 '일관성' 마케팅이 적용돼 애플스토어의 인테리어, 제품을 사서 처음 받게 되는 포장부터 포장을 뜯는 부분 그리고 제품까지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시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애플식 마케팅ㆍ브랜딩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51. [매일경제]PT의 달인 잡스의 비결? "One more thing" 외쳐라
스티브 잡스가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가면 전 세계인이 열광한다. 어떤 제품을 내놓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그가 펼치는 환상적인 프레젠테이션(PT)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초 매킨토시 공개 행사부터 2010년 아이패드 공개 행사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에 걸쳐 PT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잡스의 발표는 훌륭한 배경에 적과 영웅, 조연이 등장하는 3막의 드라마로 구성된다. 제품 발표회가 곧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쇼이자 소비자를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가 된다. 이 파티의 주최자 잡스의 연미복은 리바이스 501 청바지와 검은 터틀넥 스웨터,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였다.
매일경제 MBA팀은 잡스의 PT에 대해 깊게 연구한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의 저자 카마인 갈로에게서 PT 비결을 들었다.
갈로는 "잡스 PT의 마법은 '간결함'과 '재미ㆍ놀라움', 그리고 '전달력'에서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PT만큼은 잡스의 노력의 결과이자 고도로 계산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PT의 가장 큰 힘은 무엇인가.
▶간결함이다. 그의 슬라이드들은 사진이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가끔은 한 단어나 한 가지 숫자가 그의 슬라이드의 전부였다. 또 그는 쉽게 설명한다. 기술적인 면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한다. 예를 들면 친환경 소재에 대한 설명을 하는 대신 그는 아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매우 친환경적인 노트북PC'라고 표현할 뿐이다. 잡스는 그림과 언어가 적절히 섞였을 때 적혀 있는 글보다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잡스처럼 '미치도록 대단한(insanely great)' PT를 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지는 않지만 단번에 되는 건 절대 아니다. 1984년 잡스는 매킨토시를 알리기 위한 발표회에서 지금껏 대중이 겪어보지 못한 당대 최고의 PT를 한다. 잡스는 그 이후로도 2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PT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PT를 할 때만큼은 최고 배우가 된다. 각본이 있지만 즉흥 연기도 하고 농담도 한다. 잡스의 혁신성과 창의성은 '타고난 것'이지만 PT 기술만큼은 노력에 의한 것이다.
-잡스의 PT는 정보와 재미가 적절히 섞여 있는 인포테인먼트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 2007년 아이폰 발표회에서 잡스는 스타벅스에 전화를 걸어 카페라테 1000개를 주문하는 연출을 했다. 애플 안에 탑재된 인텔을 소개할 때는 인텔 CEO 폴 오텔리니에게 토끼 의상을 입혀서 무대에 나타나게 했다. 청중은 재미를 기대하고 재미를 원한다. 물론 스턴트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작은 웃음을 중간 중간 넣어주고 스토리텔링을 하며 청중에게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PT 마지막 부분에서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 이 말을 좋아했을까.
▶그것은 잡스의 '놀라움 전략'이다. 잡스는 드라마 같은 연출을 위해 소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놀라움을 위한 전략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청중은 의외성을 좋아하고 잡스의 깜짝 발언을 기대한다. 잡스의 '한 가지 더'는 언제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한마디였다.
[황미리 연구원]
52. [매일경제]What`s HOT ! in this week
◆ 일 미루기 습관 고치기
Stop Procrastinating ... NOW
할 일을 미루고 꾸물대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환영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 일 처리를 미루는 것은 타인은 물론 본인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꾸물대기를 멈추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도 없게 된다. 어떻게 하면 꾸물대기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근 성공하기 위해 사람이 버려야 할 습관으로 꾸물대기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꾸물대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1.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가를 알아내라.
만약에 무슨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왜 미루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일인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일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왜 일을 하려 하지 않는지를 알고 나면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2. 자신만의 마감 기한을 만들어라.
'최대한 빨리' 따위의 애매모호한 기한은 별 소용없다. 몇 월 몇 일 몇 시까지 일을 끝내겠다는 마음의 다짐이 있어야 한다. 다이어리에 적든 포스트잇에 적든 상관없다. 정확한 마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상을 늘려라.
너무 많은 일을 할 때가 있다.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거나 신나는 상이 기다리는 일로 바꾸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 혼자 고민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협조하라.
혼자 고민하는 것처럼 답도 안 나오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없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모자라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고 함께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5.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 같지만 꾸물대지 않기 위해 바로바로 일을 처리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원래 이래'라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너무 힘들면 일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매일매일 일한 것을 기입하면 어느 순간 할 일들이 지워져 나가는 게 눈에 보이고 그럴 때마다 긍정의 힘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 혁신을 잘하려면
There Are Three Types of Innovation. Here's How To Manage Them
자동차 회사든 컴퓨터 회사든 제조 회사든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지속적인 성장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길밖에 없고 그 길은 혁신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혁신은 너무 많은 곳에 너무 많은 용도로 쓰이고 있어서 그 용도나 관리에 있어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패스트컴퍼니는 최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혁신이 같은 종류의 결과물을 낳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것을 파괴하는 제품들이 히트를 치고 혁신이라고 불린다는 착각 속에 많은 기업은 잘못된 길을 걷는다. 파괴적인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제조한다든가 당장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한시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일이 많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다른 종류의 혁신을 경영하는 방법은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번 성공적이었던 경영 방법이 다른 것을 관리할 때도 무조건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경영이 그러하듯 혁신에 있어서도 각 상황에 맞는 다른 종류의 경영으로 다가가야 한다.
세 번째로 위기와 보상을 관리하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항상 같은 종류의 포상이나 같은 종류 위기를 맞닥뜨리면 안 된다. 혁신의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아예 혁신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 혁신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한 때다.
▶ 금주의 You Tube 비즈니스 동영상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행복을 얻는 방법
공간건축디자이너이자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에코 저널리스트인 그레이엄 힐의 TED 강의가 인기다.
각계각층의 명쾌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TED 콘퍼런스에서 신선한 제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힐의 제안이 담긴 내용이다. 그는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행복을(Less stuff, more happiness)' 누리는 방법을 소개했다.
언론인이지만 디자인을 전공한 힐은 디자인적인 통찰을 통해 보다 일반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물리적인 공간을 줄이고 물건을 적게 두면 좁은 공간을 넓히고, 그 공간에 들어가 있던 수많은 용품을 절약하게 되며, 보다 경제적인 동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공간 배치에 대한 조언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방식을 추구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제언도 제시한다. △가차 없이 재구성하고(edit ruthlessly) △'작게' 생각할 것(think small)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것(make multifunctional)을 주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초 덕목이지만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원론으로 치부될 때가 많다. 그것은 이론이 현실에 접목되었을 때 야기하는 각종 부작용이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더 큰 성장, 규모의 경제를 좇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반면, 환경 문제 등 그에 수반하는 각종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경영인들에게 진정한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떤 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준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최근 직면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진 기업에 조언이 될 만하다.
힐은 '녹색 CNN'이라는 별명을 가진 에코 블로그 'TreeHugger.com'의 창업자이자 디자인 회사 익셉션랩(ExceptionLab)을 운영하는 경영자다. 지난해 TED 강의에서도 '평일 채식주의자'라는 흥미로운 제안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인간이 육식을 함으로써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배기가스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안 후 채식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차선책으로 평일에만 채식을 한다면 세계 인구의 약 70%가 채식주의자가 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미리 연구원]
53. [매일경제][Insight] 알수없는 미래, 시나리오 경영으로 맞아라
◆ 모니터그룹과 함게하는 新 경영트랜드 ◆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영자들의 위기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보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제위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근 경영 흐름만 제대로 읽어내 대처한다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고 수준 글로벌 컨설팅펌 중 하나인 모니터그룹과 함께 마케팅, IT, 전략 등 여러 측면에서 '신경영 트렌드'를 게재해 최근 경영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경영 트렌드나 특징, 그리고 전략을 소개한다.
◆시나리오 플래닝, 왜 필요한가?
"오늘날 미국 안보상 최대 리스크는 미국 심장부인 워싱턴ㆍ뉴욕의 주요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 공습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2001년 2월, 대통령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무서울 만큼 정확하게 9ㆍ11 테러를 예견한 사람은 바로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모니터그룹의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기관인 GBN의 회장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였다. 슈워츠의 이 시나리오를 당시 미 행정부는 가볍게 무시했고, 정확히 7개월 후 건국 이래 최대 본토 테러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왜 9ㆍ11 테러 시나리오를 무시했을까? 슈워츠는 "당시 미 행정부는 미국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테러리즘이 아니라 새로운 슈퍼파워 '중국'의 부상이라 단정했습니다. 따라서 9ㆍ11 테러가 나기 전까지 미 행정부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만 쏠려 있었죠" 라고 지적했다.
시나리오적 사고가 비교적 널리 퍼진 구미 선진국에서도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활동에의 접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실제로, 90년대 초반만 해도 미래 예측이나 시나리오 플래닝 없이도 충분히 기업 경영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더 이상 미래를 강 건너 일로만 치부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변화의 방향은 더 불연속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자신의 예상 또는 관심사항과 전혀 다른 환경이 전개될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반업계다. 과거 이들은 속 편하게 CD만 팔려고 하다가, mp3와 iTunes 같은 온라인의 등장과 함께 초토화되었다. 2000년 이후 음반 시장은 단 5년 만에 반 토막이 났지만, 이들은 90년대 고성장 시기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다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래예측 vs 시나리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한마디로, '하나의 미래'만을 예견하는 전통적인 미래예측 기법(Forecast Planning)에서 벗어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복수의 미래'로 상정해 시나리오를 만든 후, 각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경영 전략들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족집게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도구는 아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무한한 가능성과 불확실성 가운데 중요한 요소를 찾아낸 후 3~4개의 '있을 법한 미래'를 그려보는 작업이다. 가장 출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즉 '정답'은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많은 CEO들이 그 정답을 찾아주길 원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접근하면, 전통적인 미래예측 기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과거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개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마법사의 수정구슬처럼 하나의 미래상을 정확히 예측하여 맞히는 것이 아니라 경영환경에 심각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찾아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만 보려 하지 않는 지혜
단순한 예측과 전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 그렇게 되면, 미래 환경변화의 불확실성이 내게 위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기회를 가져다 줄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된다. 결국 '위험의 간과'와 '기회의 상실'이라는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시나리오 플래닝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만일 생각하지 못했던 위험이 현실이 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임기응변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험의 종류와 영향을 미리 파악해 놓는다면 선제적인 준비와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임에도, 이를 통해서도 예견하지 못했던 환경적 변화는 분명 있어왔다. 그만큼 미래에 어떠한 상황이 도래할지 파악하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부터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에 도전하기 보다는, 가능한 모든 변수와 대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만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에 최선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은…
1983년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를 비롯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이 설립한 세계적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0개 사무소를 포함한 전 세계 17개국 25개 지사에서 2009년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략 컨설팅에 특히 집중하고 있으며, 기업 전략 및 경쟁 전략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마케팅, 신사업, 조직 및 리더십, 혁신, 기업 금융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1990년 외국계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중 최초로 진출했으며 현재 전자, 자동차, 소비재, 에너지 및 자원, 금융, 비영리 기관 등 다양한 산업분야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장승세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54. [매일경제][21세기 人文學] 공자가 마오쩌둥을 만났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는 고대문화의 주체로 여겨졌던 황제나 성인을 부정하고 그 자리에 세계 문화를 창조하는 동력이자 역사의 주체로서 '인민'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중국 문화 속에 뿌리 깊게 흐르던 천인합일(天人合一), 즉 조화와 화해 그리고 인간과 하늘의 합일을 중시하던 전통사상은 급진적이고 능동성을 중시하는 인민 주체의 '속문화(俗文化)'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마오쩌둥이 끼친 영향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 피해도 만만치 않다. 그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등에게서 '폭력만능론'을 계승해 이를 절대화시켰다. 이 폭력이론은 폭력 혁명을 통해 무산계급의 전제정치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절대화해 정권 수호적인 측면에서 독재를 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 결국 이것은 지식인에 대한 학대와 탄압으로 이어져 상당수 지식인들이 '반동적인 학술의 권위자'로 낙인 찍히며 고초를 겪어야 했다.
탄압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때가 바로 문화대혁명 기간이었다. 이때 문화 사업은 완전히 마비됐고, 중국은 일시에 경직된 사회로 전락하게 됐다. 문예계 인사 중 문화부 모함으로 박해를 받은 사람은 무려 2600명에 이르고, 저명한 작가나 예술가 등 마오쩌둥에 반대되는 세력은 모두 실각되거나 숙청됐다.
이 기간에 선동적인 문예 풍조는 문화의 허무주의를 잉태했고, 2000년이 넘도록 중국을 지탱해 왔던 유가의 예교사상(禮敎思想)은 마오쩌둥에 의해 일순간 붕괴됐다.
한편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보수파와 오랜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실권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ㆍ개방 노선을 선택했다. 이 개혁ㆍ개방은 엄밀히 말해 과거 마오쩌둥이 추구했던 정통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현실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길을 채택했지만, 사회주의라는 정치적 기본 노선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를 지지해줄 만한 이론적 근거가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1989년 톈안먼 사건이 터졌다.
이에 다급해진 덩샤오핑은 1992년에 남순강화를 통해 "좌도 경계하고 우도 경계해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사회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도노선을 택하게 됐다. 중국 현 정권의 정체성인 '사회주의 초급단계인 중국식 사회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식 사회주의'의 골자는 사상적으로는 투쟁이 아니라 화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전제정치, 경제적으로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형인 '관리형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고, 유산계급인 자산가도 공산당원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빈부 차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사회주의 기본 이념을 모두 상실한 이 상황에서도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권을 잡은 공산당이 정권 유지를 위한 고육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오쩌둥이 세운 사회주의 간판 위에 공자 얼굴을 덮어 '중국식 사회주의'란 명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듯 현 사회주의 정권은 공자를 죽이면서 탄생했고, 공자를 죽이면서 세워졌던 정통 사회주의 정권은 또 죽으면서 공자의 탈을 쓰고 다시 완전히 변형된 모습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은 마치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리를 위해서는 '솔연'이란 상산의 뱀처럼 어디를 공격하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아 치다가"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필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올해 톈안먼 광장 마오쩌둥 동상 맞은편에 공자의 상이 건립되었다. 숙적 간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희대의 아이러니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전명용 강남대 중국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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