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3
주가, 유가정보 : http://www.naver.com
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시장만능이 분노 불러"…"대륙간 성장협정 맺자"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지금 우리에겐 새로운 '글로벌 성장 협정(global growth pact)'이 필요하다. 아시아가 소비를 통해 성장을 이끌고,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에 나서면 전 세계는 다시 '성장의 선순환'을 탈 수 있다."
유로존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슬로바키아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에 반대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12일, 유럽의 리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지구 반대편 서울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혜안을 제시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유로존의 새로운 균열을 의식한 듯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내던지고 유로존의 각성과 선진국ㆍ신흥국 간 공조를 웅변했다.
그는 먼저 지금이 세계화 이후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위기이자 1차 산업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대변혁의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인류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쓸지, 아니면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큰 상처만 남기는 보호주의로 후퇴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세계가 함께 생존하기 위한 최선책은 상호의존성, 즉 공조를 재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국가가 탈동조화, 보호주의에 빠져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선 안된다는 경고다.
그는 이어 균형잡힌 '글로벌 성장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려면 '미국ㆍ유럽 대(對) 나머지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유럽ㆍ미국 두 대륙이 세계 경제 생산, 소비, 투자의 절반 이상을 떠맡았던 지난 150년이 역사적인 예외기간이었다"며 "이제 아시아 등 나머지 대륙이 이 역할을 절반 이상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늙은 대륙이 지친 몸을 달래는 동안 젊은 대륙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달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특히 중국의 소비 확대와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시장 개방을 촉구했다.
그 대신 유럽과 미국은 '신(新)뉴딜정책'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쓰는 동시에 강도 높은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세계가 다시 성장궤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브라운 전 총리는 아시아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아시아는 보건ㆍ교육ㆍ연금ㆍ보험 등에서 무한한 시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15년 내에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유로존을 향해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EFSF 확대 등 위기 해법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유로존 체제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특별연설에서 '정의(justice)'에 이어 '시장 만능주의(market triumphalism)의 종언'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의 본질도 바로 '시장 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는 통찰이었다. 샌델 교수는 "시장 자체가 정의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다"며 "시장원리를 적용할 부분과 적용해선 안 될 부분이 어디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0년간 교육, 법률, 보건, 환경 등 비(非)시장적 가치영역까지 시장 만능주의가 침범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치명적 한계를 노출했다는 진단이다. 이들 비시장적 영역은 돈으로 사고팔아서는 안되는데도 시장원리로 접근 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들 영역에 시장 메커니즘이 끼어들면서 공동체적 규범, 시민의 의무 등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낸 것이 문제"라며 "시장 가치는 다른 가치와 때론 경합하고 때론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공정사회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가정 배경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교육의 평등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회 제공에 있어 의미 있는 평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답했다.
한국사회를 향해서도 과연 교육의 평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자문할 것을 권유했다.
[이한나 기자 / 신헌철 기자 / 오재현 기자]
2. [매일경제]美·中 2차 환율전쟁 조짐…美상원 `보복법` 통과
미국 상원이 11일 중국 위안화 환율 평가절하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상원은 이날 저평가된 환율을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고, 미국 기업과 노동조합이 상무부를 상대로 외국 정부의 환율조작 의혹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환율감시 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국 찬성 63표, 반대 35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앞으로 하원 표결을 거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받으면 효력을 발휘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은 "중국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가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번 표결이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미국 의원들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40%까지 평가절하돼 있어 중국산 수입품이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고 미국의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양국 간 무역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법안 통과 직후 12일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해당 법안은 '환율불균형'이란 명분 아래 보호주의를 실행하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3. [매일경제]한·미FTA 美의회 13일 통과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미국 측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미 의회는 12일 하루 동안 하원에 이어 상원이 시차를 두고 본회의 표결을 실시해 법안 처리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한ㆍ미 FTA 미국 측 절차는 모두 종료됐다. 2006년 2월 한ㆍ미 FTA 협상이 공식 선언된 지 5년8개월 만이고, 2007년 6월 한ㆍ미 FTA 협정문이 공식 서명된 지 4년3개월 만이다. 한ㆍ미 FTA는 하원 세입위가 소집된 이래 회기일 기준으로 6일 만에 처리돼 미 의회 FTA 사상 최단시간 처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13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상ㆍ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1998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빈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상ㆍ하원 표결 절차를 모두 마친 FTA 비준안은 즉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돼 서명을 마칠 예정이다. 한ㆍ미 FTA는 향후 한국이 국회 절차를 마치게 되면 양국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는 확인서한 교환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후(혹은 두 나라가 따로 합의한 날) 정식 발효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은 이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막판 기싸움을 벌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 국회도 이달 중 한ㆍ미 FTA 비준안과 14개 이행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ㆍ미 FTA 강행처리 반대 공동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4. [매일경제]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70%로 늘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구개발(R&D) 인력 중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비중을 지금의 50%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트라이버전스(삼중융합)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삼성 사장단은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수요회의를 열어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를 초청해 '왜 소프트웨어인가'란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최 부회장은 "지금 추세로 볼 때 소프트웨어 인력이 전체 R&D 인력의 70%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R&D 인력은 총 5만명으로 이 중 소프트웨어 인력은 약 2만5000명이다. R&D 인력 자연 증가분을 제외하더라도 비중을 70%로 높이려면 최소 1만명 이상의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모바일 분야와 가전기기에 장착돼 특정 기능을 구현할 분야의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공채부터 소프트웨어 직군을 별도로 뽑고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과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이동인 기자]
5. [매일경제]美의회, 엿새만에 `일사천리`
◆ 미국서 FTA 통과 …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
지난달 14일 이후 주미 한국대사관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는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마당에 두 나라 간 최대 현안인 FTA가 미 의회에서 비준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한ㆍ미 FTA는 늦어도 지난 8월까지는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1년 예산안과 국가부채 상향 문제를 둘러싸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민주당이 올 초부터 지루한 정쟁을 벌이면서 FTA는 미 의회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져 갔다. 이에 한덕수 주미대사 등 한국 측 인사들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설득해 "9월 개원 후 한ㆍ미 FTA를 최대 현안으로 처리하기로 한다"는 성명서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의회는 9월에 개원했지만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무역지원법안(TAA)의 선처리 보장을 요구하며 한ㆍ미 FTA 이행법안의 의회 제출을 미뤄왔다. 의회는 백악관이 먼저 FTA 비준안을 넘겨야 TAA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한 달 이상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은 백악관과 공화당의 중개 역할까지 맡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달 21일 급히 워싱턴을 찾아 미국 행정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급기야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이행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 파트너 국가의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하는 마당에 FTA 이행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백악관과 의회 간 이루어진 것이다. 백악관이 이행법안을 제출한 이후 그 절차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개원일자 기준으로 6일 만에 상ㆍ하원 관련 상임위와 본회의를 모두 마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7년 6월 30일, 한ㆍ미 FTA 공식서명이 이뤄진 이후 한국 정부와 주미 대사관은 상ㆍ하원 의원 245명을 488회 면담했다. 2010년 3월 앨라배마주를 시작으로 31개 주 57개 도시를 돌며 현지 기업, 언론, 의원들을 상대로 한 풀뿌리 외교가 전개됐다.
한편 KOTRA가 미국 빅3 완성차 제조업체와 델파이, 아이신 등 5개 대형 자동차 부품 바이어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 기업 모두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부품 구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되는 등 관련 업계에서는 모두 환영을 표시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6. [매일경제]한국은 아직도 與野 기싸움
◆ 미국서 FTA 통과 …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미국 측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정치권은 12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막판 기싸움을 벌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아침 정당대표 연설에서 "미국 의회가 한ㆍ미 FTA 이행법안을 이번주 안에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회도 이달 중 한ㆍ미 FTA 비준안과 14개 이행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야4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한ㆍ미 FTA 강행처리 반대 공동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현실성 있는 피해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강행처리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ㆍ미 FTA가 이대로 통과되면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이 초토화되는 만큼 현행법과 충돌되는 부분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한다. 농업분야 예산도 더 줄어들어 피해 보전대책 마련도 안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여야 대치상황만 놓고 보면 한ㆍ미 FTA 비준안의 여야 합의처리는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물론 민주당 처지에서는 당내 강경파와 야권공조를 고려할 때 비준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재재협상 외에는 일절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유연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손 대표가 참석한 행사의 주제도 'FTA 처리 반대'가 아니라 '강행처리 반대'였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재재협상 고수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한ㆍ미 FTA와 관련해 재재협상이 필요한 10가지 이슈와 국내 제도 개선 두 가지를 담은 '10+2안'을 유연하게 해석해 비준안 통과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과의 재재협상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정부와 여당이 '10+2'에 대해 얼마나 성의 있고,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을 내놓는가를 따지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민주당은 10가지 재재협상 이슈 중 △농축산 분야 피해대책 마련 △중소기업과 중소자영업자 피해대책 마련 및 지원책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 △ISD(투자자-정부 제소) 조항의 중립성 확보 등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우리가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해 일정 부분 이익을 양보한 만큼 양국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 최대한 우리 입장을 문서 형태로 반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외통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비준안 통과의 요식행위로 피해대책을 마련했는지, 아니면 정말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향적인 안을 짜왔는지가 비준안 통과 기준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재재협상과 관련이 없는 두 가지 국내 보완대책도 민주당 요구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국내 보완대책으로 △국회가 통상협상과 보완대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도록 통상절차법을 개정 △FTA로 피해를 보는 제조ㆍ서비스업에 대한 무역조정 지원 제도를 강화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통상절차법 개정과 관련해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점도 주목된다. 남 위원장은 11일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통상협정을 전혀 보고도 받지 못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와 논의해온 만큼 이번에 통상절차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당 의견에 동의했다.
김동철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야권통합 때문에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철저하게 국익의 극대화라는 입장에서 한ㆍ미 FTA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표 기자]
7. [매일경제]한·미FTA 1월 발효하려면 14개법안 연내 처리
2012년 1월 1일 공식 발효.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가 우리 국회에서도 이달 말 최종 처리되면 내년 1월 1일 발효를 위한 9분 능선을 넘게 된다. 미국은 상ㆍ하원을 통과한 이행법안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14개 부수법안 처리까지 모두 끝내야 한다.
발효 일정을 맞추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11월 말까지 14개 부수법안 모두가 상임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 공정거래법, 상표법, 개별소비세법, FTA 관세 특례법 등 이들 부수법안은 한ㆍ미 FTA 협정문에 규정된 조항에 맞춰 국내 법ㆍ제도를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에는 공정거래 위반 사건에 대해 해당 기업이 자백과 함께 소비자 구제책 등 시정 조치를 취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 조치를 면해주는 '동의명령제' 등 민감한 쟁점도 있다. 정부는 11~12월 국회 회기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예산국회'라는 점을 고려해 각 법안이 계류된 상임위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입법 촉구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11월 처리가 불발될 경우 12월 중ㆍ후반까지는 어떻게든 14개 부속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속법안 처리가 끝나면 양국 통상장관들이 2012년 1월 1일 한ㆍ미 FTA를 상호 발효한다는 서신을 교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14개 부속법안 중 단 한 개의 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지연되더라도 1월 1일 발효 계획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정부 희망대로 11월까지 모든 입법 작업이 끝나 발효를 가로막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국내 수출기업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발효 효과는 12월 말부터 시작된다.
FTA 발효 때 적용되는 관세 인하ㆍ철폐 효과가 1월 1일 해당 국가에 들어오는 수입 품목부터 적용되는 만큼 선적이 시작되는 올해 12월 말부터 각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세관 당국에 따르면 EU FTA와 달리 한ㆍ미 FTA는 원산지 기준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다만 섬유ㆍ의류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실부터 재단ㆍ재봉 등 대부분 공정이 자국에서 이뤄져야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있어 사전에 철저한 준비작업이 요구된다.
[이재철 기자]
8. [매일경제]고든 브라운 "늙은 대륙 이젠 지쳐…젊은 대륙이 성장 이끌라"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유로존은 지금 형태로 생존할 수 없다. 지속 성장하려면 단일통화 시스템이 갖는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12일 세계지식포럼에서 '금융시장 붕괴를 넘어'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단일통화 핸디캡을 극복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현재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문제의 핵심은 '단일통화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국 통화 가치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조절 등 정책수단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금리도 유럽중앙은행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개별 회원국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 중앙정부라도 나서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연방정부 예산이 주정부를 합한 전체의 2%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절반인 1% 수준에 그친다. 또 미국은 특정 주가 힘들어지면 다른 주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유럽은 고소득 국가들이 저소득 국가를 도와주기 어려운 구조다.
브라운 전 총리는 두 번째 유럽의 문제로 은행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유럽 위기의 실질적인 원인 중 하나는 부채 의존도가 높은 유럽 은행들의 구조에 있다"며 "특히 모기지 관련 부문이 미국 은행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독일 은행의 경우 부채와 자본 비율이 32대1, 프랑스는 26대1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10대1보다 2~3배나 부채비율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유럽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브라운 전 총리는 지적했다.
그는 세 번째 유럽의 문제로 '성장과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한국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미 신흥국가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유럽은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수출을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EU는 이들 국가 수출 비중이 7.5%에 불과하다. 브라운 전 총리는 근본적으로 그리스 재정 문제가 여기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 경쟁력 부족으로 잠시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데 여기에 은행 문제까지 발생해 유럽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따라서 유럽 은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다시 은행의 자본 확충,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2조유로가 필요한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4000억유로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EU 회원국들이 조속히 구제책에 합의해야 한다"며 "자금이 풍부한 중동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눈앞에 보이는 암울한 경제 상황 때문에 미래 펼쳐질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10~15년간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급증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운 전 총리는 "특히 의료와 교육 분야 지출이 향후 10~15년간 2배 늘어나고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대책 등 앞으로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며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재의 모순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선진국과 신흥국이 공조해야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대륙 간 균형을 위해서는 중국의 내수 소비가 더 진작되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유럽과 미국은 적자 감축 계획을 실행하고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면 세계 경제가 선순환되면서 과실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국제 공조가 잘 진행되면 2014년까지 전 세계 성장률이 5% 이상 상승하고 5000만개 이상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며 1억명이 빈곤에서 탈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Speaker's Message
▶ 우리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국제사회의 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산업혁명보다도 더 큰 변화다.
We are in a period of perhaps the greatest change ever that is taking place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the time during the first industrial revolution in Europe," -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오재현 기자]
9. [매일경제]FTA가 위기해법? "Yes" 김종훈 본부장 - 드휘흐트 EU통상장관 대담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무역은 생산의 모든 수요를 창출한다. 무역 자유화는 위기 극복의 엔진이다."(카럴 드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감히 말할 수 있다. 한국은 교역을 할 수밖에 없고 이것만이 성장을 위한 윈윈 전략이다."(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위기 국면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무역 자유화' 노력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국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통상대표의 답은 "그렇다(Yes)"이다. 드휘흐트 집행위원(통상장관)과 김종훈 본부장은 지난 7월 역사적인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이날 세계지식포럼 참석을 계기로 다시 만났다.
먼저 한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한ㆍEU FTA의 질적 수준에 대해 드휘흐트 집행위원은 "한ㆍEU FTA는 매우 야망적이고(ambitious) 균형 잡힌 딜이다"며 "한국 기업은 구체적인 시장 자유화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한 "FTA 발효로 관세 절감ㆍ철폐 효과는 물론 관세 장벽이 사라져 많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A 검투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 본부장 역시 "EU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무역 투자자이자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시장"이라며 "EU가 한국을 첫 FTA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주요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세계지식포럼의 지적에 대해 한목소리로 염려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록 무역 자유화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무역 자유화를 통해 부를 창출해온 한국으로서는 적극적인 FTA 정책이 분명한 답안"이라고 말했다.
드휘흐트 집행위원은 구체적으로 △세계적 차원으로 교역 영향력 확대 △지정학적 중요성 확대 △소규모 국가들에 참여 기회 제공 등 3가지 관점에서 주요 선진국이 추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 확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우루과이라운드 때 농업시장 개방이 (여러 국가의 반대 속에)본격화했는데 농산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 첫걸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역협정이 제대로 체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으로 운영돼 경제적 혜택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한ㆍEU FTA 역시 성공적 이행 노력은 협상 단계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세션 마지막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참석자들은 EU 통상장관을 상대로 유럽과 유로존의 위기 극복 전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드휘흐트 집행위원은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로존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개편안을 부결시켰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다음주 슬로바키아 의회가 2차 투표를 하고 찬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설사 슬로바키아 의회가 끝까지 찬성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16개 유로존 국가가 개편안을 확고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10. [매일경제]돈으로 살수있는것·사서는 안되는것 구분을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마이클 샌델-임태희 대담 ◆
전 세계적으로 불공정에 대한 분노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의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샌델 교수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공정사회 화두를 놓고 대담했다. 지난해 7월 16일 취임한 임태희 실장이 개별 언론사가 주관한 대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임태희 실장=한국 정부의 공정사회 추진 의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마이클 샌델 교수=한국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많은 국가도 대부분 공정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례는 특히 인상적이다.
미국에서도 좋은 사회와 공정함, 정의에 대한 논의를 깊이 있게 다룰 기회가 적은 편이다. 서로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가 과도하면 균형을 잡아준다는 의미에서 공동체와 공익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를 '공동체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공동체를 위해 위계질서나 권위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활발한 사회적 담론을 통해 정의와 형평성을 논의해야 한다. 정의와 권위란 공동체 수장이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임 실장=한국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돼 아직은 초기 단계다. 공정함에 대해 발견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불공정한 현상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샌델 교수=문제는 이 같은 논의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체,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공정함과 정의, 공공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정의' 강연이 다양한 언어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비디오 전송 방식으로 일반 대중이 참여하는 포럼을 개최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다. 일종의 '글로벌 교실(Global Classroom)'을 마련해 글로벌 윤리 문제 등을 논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임 실장=기술 발달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글로벌 교실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문화를 가진 국가 안에서도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 교실 개념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염려된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정의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샌델 교수=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궁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도 안 된다. 모두가 합의하는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흥미로운 윤리 문제는 항상 논쟁적이다. 내 강의를 듣는 하버드대 학생들도 매주 15명 단위로 소그룹을 형성해 논쟁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다른 의견을 접하면서 교훈을 얻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함께 동일한 쟁점을 고민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임 실장=그동안 도덕과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져왔다. 다음 화두는 무엇인가.
▶샌델 교수=내년 출간될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통해 지난 20~30년간 시장원리가 우리의 전통적인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 북부가 시장주의 원리를 도입해 '징병제도'를 실시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병역의무를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합리화될 수 있을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나 보건, 형법제도, 환경보호 등 여러 이슈 중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끼어들면서 중요한 비시장적 규범(non-market norms), 공동체 규범(community norms), 시민의 의무(civic obligation)를 몰아내지는 않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시장 원칙이 생산적 활동을 위한 소중한 도구이긴 하지만 시장 고유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시장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 실장=자유시장경제에서 시장윤리가 살아 있도록 강조하는 것이 '시장의 진화'와 일맥상통한다. 공정과 정의란 가치를 국정운영 과정에서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여하는 영역에서 불공정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관료주의적 효율성을 강조한 탓으로 보인다. 소통과 개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샌델 교수=아주 흥미로운 지적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중요하지만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다른 가치가 함께 경합하며 가야 한다. 특정 사회가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경제효율성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삶의 수준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GDP 성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정의와 삶의 질, 공동체 문제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과 영국,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1980년 초부터 2009년까지 시장이 공정한 사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시장만능주의가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이 이 같은 주장에 도전하고 있다. 냉전 직후 미국이 범한 오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전 세계로 전파하려 한 것이다. 이는 너무 근시안적이었다. 자본주의는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나라마다 문화마다 여러 버전이 있을 수 있다.
Speaker's Message
▶신뢰나 우정과 같은 인간적 가치(these)를 시간이 흐르면 약화되는 소모품으로 보기보다는 단련시키면 커지는 근육과 같은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Rather than viewing these as commodities that grow weaker over time, they should be viewed as muscles that grow with exercise.
▶시장은 그저 도구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죄가 없는 건 아니다.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시작된 것이 사회 규범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The market is an instrument but not an innocent one. What starts as a mechanism becomes a norm.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정리 = 이한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11. [매일경제]미국이 금융위기 맞은건 시장만능주의 앞세운 탓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마이클 샌델 교수 특별강연 ◆
"시장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정의론'에 이어 두 번째 화두를 던졌다. 샌델 교수는 12일 세계지식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시장은 생산활동을 제도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시장 자체가 정의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며 "시장원리가 적용될 부분은 무엇이고 적용되지 말아야 될 곳은 어디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이 같은 시장만능주의의 한계를 꼬집은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What Money Can't buy)'을 내년 5~6월께 발간할 예정이다.
그는 "시장만능주의가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이 됐고 하나의 철학이 됐지만 그 누구도 근본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결국 시장만능주의로만 나라를 이끌다가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가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진단이다. 샌델 교수는 "월가의 시위는 정의(justice)에 대한 분노"라고 규정했다. 그는 "진보적인 월가 시위와 보수적인 티파티 시위의 원천은 결국 같다"며 "월가 금융권 자체 문제 때문에 사회 전체가 엄청난 비용을 짊어지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고 분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 월가에 대한 구제금융에는 정의롭지 못한 두 가지가 있었다"며 "첫 번째는 이득을 봤던 사람들이 손해도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지 월가의 탐욕이 지나쳤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1980년대부터 30년간 시장논리가 다른 가치관으로까지 확대된 점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제부터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에서 늦게 애들을 데려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2달러를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것이나 돈받고 헌혈하는 것 등 그동안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부분에 금전적 보상이라는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임성현 기자 / 윤형중 기자]
12. [매일경제]"좋은 커피는 그 자체로 단맛 난다" "아이디어가 최고? 실행이 모든것"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마이클 필립스 핸섬커피로스터스 공동창업자
마이클 필립스. 미국인 최초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다.
바리스타는 즉석에서 고객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커피 전문가다. 영화학도에서 커피 로스팅 회사 사장으로 변신한 '괴짜' 젊은이가 12일 세계지식포럼 현장에서 커피에 대한 그의 철학을 청중과 공유했다.
필립스 사장이 커피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마을에 생긴 작은 커피숍을 찾은 대학생 필립스는 가게에서 로스팅을 직접 하고, 주문을 받을 때마다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당시만 해도 커피 본래의 맛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설탕과 크림을 잔뜩 넣어 마시는 커피가 대세였다. 필립스 사장은 "그때부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영화의 길을 포기하고 커피 회사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Coffee & Tea)에 취직했다"고 밝혔다.
인텔리젠시아에 입사한 뒤 30세 젊은 나이에 교육 담당 이사로 승진해 전국 교육부서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미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됐고,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했다. 이처럼 커피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지난 5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그가 세운 커피 로스팅 회사 '핸섬커피로스터스(Handsome Coffee Roasters)'의 경영철학은 세 가지다. 품질ㆍ서비스ㆍ브랜드 이미지다. 필립스는 "질 좋은 커피는 설탕과 크림 등을 가미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단맛이 난다"며 "내가 마시는 커피의 질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회사 이름을 '핸섬'이라고 지은 것도 부르기 쉬우면서도 잘 만들어진 수공예품 이미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고가 논란을 빚고 있는 커피 가격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좋은 커피 한 잔을 얻으려면 농부의 정성과 청결한 시설에서의 프로세싱,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 섬세한 로스팅, 바리스타의 실력 등 갖가지 조건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며 "저렴한 커피를 구입하는 것은 농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고, 적정한 가격을 지급할 때만 커피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별 페이스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6년 전인 2005년 5만여 개 말풍선 스티커가 미국 뉴욕 도처 광고판을 메워갔다. 만화 대사가 들어가는 구름 같은 말풍선 안은 비어 있었다. 행인들은 그 안에 무엇이든 써넣을 수 있었다. '동물의 권리나 보호하라'(모피코트 광고) '나는 음악을 훔쳤다'(MP3플레이어 광고판) 등 흥미롭고 톡톡 튀는 문구가 5만여 개 말풍선 스티커를 채워나갔다. 전 세계는 '수상하고 솔직한' 말풍선 광고에 열광했다. 뻔한 광고를 재치 있게 역이용한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 '버블 프로젝트' 기획자는 8억명의 사용자를 둔 페이스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지별 씨(41)다. 갈색 단화에 청바지를 입고 12일 세계지식포럼 현장에서 강연에 나선 이씨는 "지금도 틈틈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며 웃었다.
항상 창의적인 일을 벌이는 그의 생활신조는 뭘까. 이씨는 "사람들은 인생의 29%를 잠으로 보낸다"며 "깨어 있는 71%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때는 돈($)만 벌고 사생활은 사랑(♥)하는 것으로 명확히 구분 짓는데 이 둘을 접목시킨 멋진 접점(awesome spot)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일하며 느낀 세 가지를 청중에게 제시했다. '자기 일이 재미있으면 좋은 일은 (저절로) 생긴다(When I have fun with my work, good things happen)' '개인적인 것과 프로페셔널한 일은 상호보완적이다(Personal and professional project complement each other)'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행이 모든 것이다(Ideas are nothing, doing is everything)'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실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지별 씨는 "무엇인가를 실행하는 일이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며 "수개월간 토론만 하기보다 당장 실행하는 일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페이스북 문화의 모토인 '빠르게 움직여라, 혁신을 꾀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것과도 통한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일과 개인적 성취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겁 없는(fearless) 문화'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지별'은 시인인 모친이 직접 지어준 순한글 이름이다. 하늘에 뜬 별처럼 빛나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10세 때 브라질 상파울루로 건너갔다. 이후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구글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Speaker's Message
▶페이스북 문화의 모토는 '빨리 움직이고 혁신을 꾀하라' 그리고 '실행하는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낫다'이다.
The mottos of Facebook culture are 'move fast and break things' and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이지별 페이스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유진 기자 / 강다영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13. [매일경제]SNS가 세계 문화를 하나로 묶어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SNS 글로벌지형 세션 ◆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소라야 다라비 푸드스팟팅(Foodspotting) 공동 창업자 겸 디지털 전략가는 12일 세계지식포럼 'SNS의 새로운 글로벌 지형(The New Global Geometry of SNS)' 세션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소셜(social)'의 의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바꾸는 세상을 소개했다.
이 세션은 다라비 창업자 외에도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에릭 김 매버릭캐피털 매니징 디렉터, 일리야 포노마레프 러시아 하원의원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라비 창업자는 "페이스북은 사진 공유 서비스일 뿐이지만 '인스타그램(Instagram)'은 페이스북, 트위터, 플리커, 텀블러 등 SNS에 기반해 사진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강력한 앱"이라고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은 아이폰 기반의 사진 공유 SNS로 일상을 12가지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으로 올리고 SNS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에릭 김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SNS로 몇 명이 모여 투자그룹을 형성하고, 그 수익금으로 가난한 학생들의 학비를 대주는 '스칼러 매치(scholar match)'가 생겨나면서 소셜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른 문화와 언어, 국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ㆍ텔레콤 장관을 역임한 포노마레프 의원은 "머지않은 미래에 PC, TV, 라디오, 신문 등 모든 전통 미디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의사소통 기기(universal communication device)'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종이가 아닌 태블릿PC로 신문 기사를 읽고, TV가 아닌 태블릿PC로 뉴스ㆍ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 방식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NS가 낳은 부작용도 지적됐다. 다라비 창업자는 "트위터 등을 통해 개인의 생활이 공공연히 기록되고 저장되면서 규칙이나 최종 목적 등의 개념이 없는 가상현실이 나타나게 됐다"며 "프라이버시 개념도 세대마다 다르고 개인에게 고유한 정체성이나 성격(idiosyncrasy)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신현성 대표는 "서류가 통과되고 인터뷰도 넘겼는데 인사 담당자가 당신의 페이스북을 뒤져 보다 당신이 숨기고 싶은 파티 사진을 발견한 후 고용을 취소하는 게 최악의 상황 아니겠냐"며 "SNS의 잠재적인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Speaker's Message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더딘 사람이 결국 뒤처지게 될 것이다.
The ones who will be left behind are the ones taking the slowest steps forward.
-소라야 다라비(푸드스팟팅 공동창업자 겸 디지털 전략가)
[황시영 기자]
14. [매일경제]아시아 고성장 비결은 `높은 기대치`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아시아노믹스 세션 ◆
'왜 아시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역동적인 성장을 하는 것일까.'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전 세계 경제 성장 엔진으로 부상한 아시아의 성공 비결, 아시아가 거둔 성공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12일 열린 '아시아노믹스 : 아시아 경제 성장의 역학' 세션에 참가한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회장은 아시아의 성장 비결을 '기대치 차이'로 설명했다. 기업과 개인들의 기대치 차이가 실제 결과의 차이로 이어졌고 미래 또한 기대치 차이에 의해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뷔르크너 회장은 본인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유럽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130억유로인 매출을 10년 뒤 200억유로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할 때 동종 업종의 아시아 기업 CEO는 '지난해 50억달러였던 매출을 2020년 500억달러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더라"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3~4% 성장을 얘기할 때 아시아 기업들은 30%, 40%, 심지어 50%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기업들의 목표와 기대치는 이처럼 굉장히 높다"며 "아시아의 특별한 성장은 이 같은 기대치 차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성장에 대한 믿음 속에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서기 위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생각과 목표의 차이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이 됐건 기업이 됐건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목표치를 높게 잡아야 한다"며 "기술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비요른 핸슨 노르딕아메리칸탱커스 회장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리더십 차이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핸슨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나라가 나아갈 방향, 주요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잘 제시했다"며 "이 같은 정치적 리더십은 서구 선진국들이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리더십 덕분에 삼성이나 현대처럼 성공적인 재벌기업들이 한국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핸슨 회장은 "한국인은 매우 공격적이고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경쟁에는 지식이 중요하고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서 알 수 있듯 지식을 쌓는 것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해왔고 이것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중국 경제 성장이 아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 위원장은 "중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중국 근로자 임금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면 중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큰 시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성장 과정에서 한국ㆍ일본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이것이 경쟁을 격화시킨다면 중국의 부상이 아시아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아시아적 휴머니즘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간 조화 △높은 교육열 △수출 위주 기업을 아시아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삼성을 예로 들며 "삼성 경영철학은 사회가 사람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은 사회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사람이 우선이라는 이 같은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극적인 생산성 증가가 있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아시아 기업과 국가가 성장을 지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 인구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결책으로 출산율 증가 노력과 적극적인 이민 정책 외에 인적 자본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사회 전반의 강력한 의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 등을 꼽았다.
Speaker's Message
▶우리는 갈수록 다극화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앞으로 특정한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중국 혹은 아시아만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We are living in an increasingly multipolar world. There will not just be one country dominating everything…I don't think it will just be a world centered around China or Asia.
-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
[노현 기자]
15. [매일경제]아프리카엔 원조? 고정관념 깨라
◆ 제12회 세계지식포럼 / 아프리카 세션 ◆
"아프리카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미국의 2배가 넘습니다."(잭 레슬리 미국 백악관 아프리카위원회 위원장) "아프리카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떳떳한 자립을 통해 존중받기를 원한다."(아샤 로즈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
12일 세계지식포럼 '아프리카 : 지구가 펼치는 새로운 장(章)' 세션에 참가한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지역이 '아프리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를 단지 원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한국을 경제성장 모델로 삼고 있다"며 "특히 내전 이후 빈곤문제를 극복한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공조 체계와 함께 한국은 아프리카에 많은 경제 원조를 해왔다"면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조가 아닌 자립에 도움을 주는 개발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쿠아 세나 단수아 가나 관광장관은 "과거 한국과 지금 가나의 상황이 비슷하다"며 "국제적, 양자적인 협력 틀을 통해 한국과 계속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네갈 공항에서 이유 없이 1시간을 갇혀 있었다"는 한 청중의 질문에 레슬리 위원장은 "지금 그런 일들은 미국의 공항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단수아 장관도 "아프리카에서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화를 이뤘고 보안과 안전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도영심 유엔 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이사장도 "방탄조끼 같은 것은 모두 편견"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아프리카를 도우러 가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아프리카 정부가 과거 부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은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배워야 할 것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동욱 기자]
16. [매일경제]인시아드 학장 "위기엔 공격적 마케팅 충성고객 만들 기회로"
'고객 중심(customer centric)과 마케팅 예산 확대.'
세계 3대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인시아드(INSEAD)의 디팍 자인 학장이 내놓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해법이다.
12일 자인 학장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고객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위기가 지나간 후에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없다"며 "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을 잃어서는 안된다(Don't loose your customers)"고 충고했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예산을 전략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휘몰아칠 때는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점도 감안한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자인 학장은 "위기일수록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이 충성고객들에게 스페셜 프로모션을 펼친다면 고객에게 어려운 시기에도 언제나 기업이 함께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는 든든한 친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닛산, 모토롤라 같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하는 등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자인 학장은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이 가장 돋보이는 기업으로 삼성을 꼽았다.
그는 삼성의 마케팅 파워를 '매우 뛰어나다'고 표현하고 "삼성은 모토롤라보다 마케팅을 잘 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자인 학장은 또 "대한항공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하늘색 승무원의 옷과 머플러, 다른 항공사에서 볼 수 없는 고급 와인잔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프리미엄 마케팅 광고 전략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경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려면 좀 더 창조적인 마케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희철 기자]
17. [매일경제]美·中 `무역전쟁` 까진 안갈듯
미국 상원이 '환율 감시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과 중국 간 '2차 환율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은 경제위기 책임을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탓으로 돌리면서 중국 측과 심각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미국 상원이 이날 통과시킨 법안이 하원마저 통과돼 시행된다면 저평가된 환율을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 해당국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 기업과 노동조합은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외국 정부의 환율조작 의혹 조사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은 사실상 이 법을 통해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외교부와 상무부 등 2개 부처가 동시에 '절대 반대'를 표명했다. 미국이 성장률 하락, 고실업률,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에 처하자 이를 위안화 절상으로 풀려 한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이에 앞서 법안 가결 직전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환율법안이 통과돼 최종 확정되면 중ㆍ미 모두 손해를 보는 무역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국도 무역보복으로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셈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위안화값이 2005년 7월 제2차 환율개혁 이후 30.37%나 평가절상돼 양국 간 무역불균형이 위안화 절상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위안화가 30% 이상 절상됐지만 같은 기간 미국 실업률은 7%에서 9% 이상으로 높아져 위안화값과 미국 실업률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해당 환율보복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법안이 효력을 내려면 미국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 주요 경제단체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이 처리되면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며, 설사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미국이 아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이 제조업계와 고용시장 부양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란 점에서다.
앞서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공화)도 "미국 의회가 중국 화폐 가치를 놓고 보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4.3% 평가절상된 상태다.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은 11일 6.348위안으로 국경절 연휴 직후보다 0.013위안 절상되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가 12일 6.359위안으로 다시 0.011위안 절하됐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위안화 12개월 선물은 달러당 6.4~6.5위안으로, 인민은행 고시환율을 넘어서는 게 이를 방증한다.
시장에선 6개월 정도는 지금처럼 점진적 위안화 절상 추세가 대세라고 보지만 그 후 장기적으론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미국 경기 부진과 유로권 채무위기가 지속되면서 중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 내년엔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18. [매일경제]현대車, 브라질 수출 40% 감소 우려
글로벌 환율 전쟁에 한국 기업도 피해를 입고 있다. 브라질은 자국 화폐인 헤알화 급등으로 수입품이 밀려들어오자 산업 보호 조치를 전격 단행하기로 했다. 특히 수입차에 대해서는 오는 11월부터 201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산품 세율을 30%포인트나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관보를 통해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사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향후 5년간 지속한다고 밝혔다.
환율 전쟁과 경기 침체 염려로 세계 각국에서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시형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브라질이 자동차 수입을 규제하면서 현대ㆍ기아차 수출이 40% 정도 줄어드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조정관은 "현대차가 브라질에 연산 15만대 규모인 소형차 생산 공장을 짓고 있지만 완공 시기가 이번 규제가 끝나는 내년 말이어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소송 기일상 실익이 없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브라질에 수출하는 규모는 14만대 수준이다. 통상교섭본부는 브라질이 포스코를 상대로 반덤핑 규제에 나서는 등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산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확대된 상태다. 인도 재무부는 지난달 한국산 플라스틱 가소제인 무스프탈산에 대해 세이프가드 예비 판정을 공고했다. 한국산 때문에 인도 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으로 인도 정부는 일단 180일간 10% 종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만제지협회는 한국산 코트지(컬러인쇄물 종이)에 대해 반덤핑관세 14%를 부과할 것을 대만 정부에 촉구한 상태다.
문제는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시형 조정관은 "유로존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반덤핑 규제 등 보호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19. [매일경제]점점 커지는 中경제 불안감…9월 물가도 6%대 과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경착륙을 염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한 데다 동남부 지역 중소기업 도산 사태에 수출 감소 염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과열이 식는 과정일 뿐 경착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진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성장률이 여전히 9%대를 넘는 데다 곧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 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행은 '4분기 중국 경제ㆍ금융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물가 조절과 성장 촉진이란 두 가지 목표가 중국 통화정책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도 곧 전환점을 찍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행에 앞서 중국사회과학원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9.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예측치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중국 내 통화긴축이 지속되고 소비 활성화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9%로 정점을 찍은 뒤 2분기 10.3%, 3분기 9.6%, 4분기 9.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9.7%, 2분기 9.5%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3분기엔 9.2% 정도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내외 20개 금융사 경제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분기 중국 GDP 성장률을 메릴린치 등 9개 금융사는 9.3%로 전망했다.
중국이 유로존에 대해 보유한 채권도 금융위기 후 두 배로 급격히 늘어나 위험이 커졌다.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새로 늘어난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을 유럽 채권을 사는 데 썼다.
허즈청 중국 농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금융위기 후 사들인 유럽 채권이 3000억위안(약 55조원)에 달한다"며 "유럽 채권 보유액이 2008년 3000억위안에서 이젠 6000억위안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부진 전망도 걱정거리다. 유럽 재정위기로 상당 기간 정체를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엔 수출 감소란 직격탄이 염려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는 "중국 일각에서 내년 수출이 올해에 비해 전혀 늘어나지 않거나 줄어드는 최악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중국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8.3으로 2009년 5월 이래 처음 50 아래로 떨어져 수출 전망 악화를 반영했다.
여기에 원저우 중소기업 도산 사태로 대변되는 자금난과 고리대금 사채 문제까지 심각하게 불거져 불안감은 커졌다. 지난 4월 이후 저장성 원저우 지역에서만 중소업체 사장 29명이 회사 문을 닫고 몰래 도피했고, 저장성 전역에선 올해 1~9월 기업인 228명이 도주했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급등한 데다 주문이 줄고 통화긴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저우더원 원저우 중소기업지원회장은 "은행 대출 여건이 좋아지지 않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원저우 기업 40%가 조업 중단 또는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경착륙을 논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롄핑 자오퉁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정부 긴축정책에 따른 것일 뿐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경착륙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판젠핑 국가경제정보센터 경제예측부 주임도 "신흥시장에 대한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 선진국 저속 성장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 주임은 "내년 중국 수출증가율이 10% 안팎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9년처럼 대폭적인 마이너스 성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원 우리환아투자자문 베이징연구센터장은 "일각에서 경착륙과 중국 금융체계 붕괴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지적"이라며 "10일 중국 국부펀드가 은행주를 대거 매입한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당국의 자신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20. [매일경제]"40억짜리 인테리어 공짜로" 도넘는 요구
◆ 일그러진 명품공화국 ② 비용 떠넘기기 만연 ◆
지난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대구점. 알짜 매장인 1층 정문 바로 왼쪽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입점해 있다. 화려하게 꾸며진 330㎡(100평) 규모의 이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샤넬이 현대백화점 측에 전액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3㎡(1평)당 인테리어 비용은 무려 4000만원으로 총 40억원 이상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상당수는 입점 업체와 백화점이 50대50, 60대40 등 비율로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샤넬 등 초특급 브랜드들은 인테리어 비용을 '한푼도 내지 않는 것'을 글로벌 원칙으로 삼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수입 자재를 쓰고 해외 인테리어 업체와만 일한다"며 "대체 어떤 자재를 어디서 들여다 쓰는지 알 길이 없지만 공사비가 국내에 비해 무려 5~10배는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공사비 내용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지 않는 것이 이 업계의 불문율"이라며 "명품 업체가 주라는 대로 공사 업체에 지급한다"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의 비용 떠넘기기는 점입가경이다. 부유층 전유물로 여겨지던 명품이 일반 대중 깊숙이 파고들면서 명품 업체가 백화점에 우월적 지위를 점하게 된 결과다.
단기간에 시장이 커지면서 기형적인 관계가 뿌리를 내렸고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명품 업체의 봉'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업체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 B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은 인테리어비를 백화점이 전액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백화점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줄을 서다보니 '싫으면 관두라'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들은 명품 유치 과정에서 위치와 면적 배정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명품 업체들은 경쟁 브랜드가 자사 브랜드보다 조금이라도 넓은 면적을 차지하려고 하면 백화점에 거세게 항의하고 매장을 빼겠다고 협박하기 일쑤라는 것이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자사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의 다른 브랜드도 동반 입점시키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소위 '네이버링 브랜드(Neighboring Brand)'를 따지는 일이다. 비슷한 격의 브랜드가 같이 모여 있어야 고객 유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면세점 역시 명품 업체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명품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은 3.3㎡에 2000만~5000만원 선이다. 지명도 있는 브랜드일수록 면세점에 부담을 더 많이 떠넘긴다.
A면세점 관계자는 "바닥용 수입 대리석은 그냥 바닥에 깔면 3.3㎡당 한 개면 되는데 원하는 문양을 넣기 위해서는 최대한 4장을 써야 한다"며 "그런 이유로 인테리어 비용이 3.3㎡당 50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명품 업체들의 '끼워 팔기 요구'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특정 상품을 30개 발주하면 20개밖에 못준다고 하다가 얼마 후 10개를 맞춰줄테니 비인기 제품 10개를 추가로 구매하라는 식"이라며 "비인기 제품 재고가 계속 쌓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명품 업체들은 판매에만 몰두할 뿐 애프터서비스(AS) 요구에는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월 지방 모 백화점에서 330만원을 주고 루이비통 가방을 구매한 서 모씨는 가방 지퍼를 몇 번 여닫다가 고장이 나 루이비통 매장에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백화점에도 항의를 해봤지만 백화점 측은 명품 업체와 계약 관계는 다른 브랜드와 달라 백화점이 해당 업체에 지시할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남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국내 매출 상위 20대 해외 명품 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만 상담 신고 건수가 총 27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버버리 등 매출 상위 10개 업체에 대한 신고 건수가 2325건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특히 루이비통, 구찌 등 디자인만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하고 실제 생산은 제3국에서 하는 '어셈블리(Assembly) 명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루이비통은 2008년 21건에 불과했던 불만 상담 건수가 2010년 109건으로 5배 이상, 구찌와 샤넬 역시 각각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소비자 불만에도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 불만에 대해 실제 피해를 구제받은 경우는 고작 14%에 불과했다.
[심윤희 기자 / 차윤탁 기자 / 채종원 기자]
21. [매일경제]루이비통·구찌…FTA불구 가격 안내려
◆ 일그러진 명품 공화국 ② 비용 떠넘기기 만연 ◆
지난 7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가죽 가방 의류 등에 붙었던 관세 8~13%가 철폐되면서 소비자들은 명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 명품 업체는 FTA 발효 전후로 가격을 갑작스럽게 인상해 FTA 효과를 무력화시켰다.
루이비통은 FTA 발효 직전인 지난 6월 24일 모든 제품 가격을 평균 4~5% 올렸다. 루이비통은 올해 2월에도 가격을 평균 5~6% 올렸다는 점에서 5개월 만에 10%가량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프라다 역시 FTA 발효 후 품목별로 가격을 최대 12%, 까르띠에는 9%가량 인상했다.
FTA 발효 후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에르메스는 품목별로 평균 5% 정도 가격을 인하했고, 샤넬도 가격을 3~10% 내렸지만 이미 지난 4월 가격을 25% 인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명품 업체들은 가격 인상 근거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업계는 백화점 등과 따로 상의하지 않고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많고 인상 근거에 대해 문의를 해도 대략적인 내용만 설명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명품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또는 유럽 본사 정책 등을 인상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비싼 제품일수록 구매율이 높다는 소비 심리를 이용해 명품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유럽 현지에 비해 20~30% 정도 비싼 편이다. 루이비통 '스피디30'의 프랑스 판매가는 495유로(약 78만원)지만 국내에서는 96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178만5000원짜리 '템즈 다미에 GM'은 870유로(약138만원)면 살 수 있다.
[심윤희 기자 / 차윤탁 기자 / 채종원 기자]
22. [매일경제]EFSF 확대안 부결…슬로바키아의 반란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할 자금줄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타개에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표결한 EFSF 법안은 승인에 필요한 과반(76표)의 찬성표 중 5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유로존 1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만 발효되는 이 법안은 슬로바키아 의회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베타 라디초바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 법안을 정부 신임과 연계해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부결됨에 따라 현 내각은 실각하게 됐다.
그러나 EFSF 확대안 승인이 완전히 좌절된 것은 아니다. 슬로바키아 의회에서는 부결된 법안에 대해 정당들 간 타협을 통해 재투표가 가능하다. 더욱이 제1야당 스메르 당수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현 연정이 실각한 뒤 치러지는 재투표에서는 EFSF 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혀 재투표가 실시될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가에서는 실각한 라디초바 총리가 스메르와 새 정부를 구성해 EFSF 법안 지지를 위한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에 재투표가 실시돼 EFSF 확대안이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 재투표를 통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EFSF 재원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유럽 은행 자본 확충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이 이달 말까지 유럽 은행 자본 확충 계획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EFSF 증액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확대된 EFSF 재원을 유럽 은행 자본 확충에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지를 놓고 이견을 조율해왔기 때문에 EFSF 법안이 최종 비준되지 않으면 논의는 실효성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유로존 회원국들은 슬로바키아 정치권에 조기 재투표를 통한 승인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메르켈 총리는 12일 기자들에게 "EFSF 확대안이 이달 회의에서 비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회의'란 23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가리킨다. 이와 관련해 독일 dapd 뉴스통신사는 메르켈 총리가 이날 "23일 이전까지 모든 국가가 EFSF 확대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 속에 유로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돼 자산건전성에 위협을 받자 EU는 12일 역내 은행 자본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11일 "내일 유럽의회에서 유럽 은행 재자본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오는 23일 EU 정상회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EU의 은행 자본 강화 방안은 유럽 은행의 의무 기본자본(Tier 1) 비율 상향 조정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행감독청(EBA) 감독위원회는 유럽 은행이 보유한 유로 위기국 채권 손실을 상각한 후 의무 기본자본 비율을 9%로 높이는 것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는 업계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기준이다.
모건스탠리는 유로존 은행들의 기본 자본 비율을 9%로 올리면 은행들이 총 2750억유로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 등이 9% 인상안에 반대해 6~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BA가 역내 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평가)를 했으며 많은 은행이 탈락했다고 11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이 그리스 제2차 구제금융과 관련한 채권단의 국채 손실비율(헤어컷)이 6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김주영 기자]
23. [매일경제]태국 홍수로 현지 200여개 日업체 올스톱
태국의 대홍수로 이곳을 동남아 지역 부품 및 완성품 제조 거점으로 삼아온 일본 기업들의 가동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홍수가 집중된 태국 중부 지방 아유타야주 산업단지에 입주한 혼다, 니콘, 히타치 등은 공장 침수로 현재 재가동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이외의 지역에 위치한 일본 기업 공장들도 침수 피해는 없지만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엔고와 전력난을 피해 태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긴 일본 산업은 홍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태국 중부 아유타야주를 덮친 50년 만의 대홍수로 이 지역 공단에 입주한 200여 개 일본 기업들의 조업이 중단됐다.
특히 로짜나공단에 입주한 일본 대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연산 24만대 규모의 라인에서 시빅, CR-V 등을 생산해 온 혼다는 지난 4일부터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7일에는 생산라인이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노무라증권은 이로 인해 혼다가 생산대수 6만대, 영업이익 기준 250억엔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계설비 침수로 인한 특별손실도 200억엔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생산하는 니콘 공장도 일부 침수됐다. 니콘은 고급 제품은 일본에서, 보급용은 태국에서 생산한다. 이 공장은 전체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렌즈 생산 비중도 60%에 이른다. 태국에서 일본을 포함한 각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복구가 지체될수록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스즈자동차도 픽업트럭에 이어 12일에는 소형 트럭 생산라인마저 중단했다. 같은 공단에 입주한 TDK와 니혼덴산 등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침수 피해로 인해 가동이 멈췄다.
로짜나공단 측은 입주 기업에 단지의 침수 높이가 최대 4m 이상이며 앞으로 1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배수작업은 11월에야 시작할 수 있으며 완료하는 데 최소한 1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청소와 생산시설을 복구하자면 생산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인근 첨단기술산업단지도 12일 오전부터 방수역 일부가 손상되면서 침수가 시작됐다. 태국 정부는 이 지역도 대규모 침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공단 내 직원과 주민들에게 대피 권고를 내렸다.
이 지역에는 캐논, 소니, 호야, 아지노모토 등 일본 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부분 기업은 이미 7일부터 생산을 중지했으며, 소니는 11일부터 디지털 카메라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없지만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라인을 멈추는 일본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도요타의 태국 제3공장은 동부 지방에 위치해 직접적인 홍수 피해는 없지만 아유타야주 소재 부품업체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부품 공급이 끊기자 10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은 연 생산능력이 62만대로, 특히 세계 180개국에 수출하는 1t 픽업트럭의 주력 생산기지다. 1t 픽업트럭은 태국에서만 생산되는 부품이 많기 때문에 피해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요타 본사 측은 15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이후 재가동 여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부품을 일본 내에서 긴급 수송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유키 가즈 도요타모터태국(TMT) 사장은 "동일본 대지진 때도 감산을 1개월 만에 마무리했는데 이번에는 전망조차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는 중부 지방뿐 아니라 강 하류에 위치한 방콕 지역도 홍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류댐에서 방수한 물이 도달하고 태국에 접근 중인 태풍이 겹치는 16~18일 사이에 방콕 지역에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수 경계 지역에는 일본계 기업의 사무소와 비즈니스센터, 주재원 거주 지역 등도 포함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태국은 자동차와 전자를 중심으로 약 7000 개의 일본계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전 세계를 향한 수출 기지 역할을 한다"며 "생산 중단 장기화로 각 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피해로 태국 27개주에서 270만명이 피해를 봤으며 28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24. [매일경제]中, 러시아펀드 10억달러 투자
중국 국부펀드가 러시아 투자펀드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중국ㆍ러시아 간 합작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방중에 맞춰 양국 간 금융 협력을 확대하는 신호탄이다. 또 그동안 가격 절충이 난항을 겪으면서 교착됐던 중ㆍ러 양국 간 천연가스 공급 계약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국 간 경제적 밀월관계가 깊어질 조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지난 6월 설립된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에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직접투자펀드는 중국 측에서 조달한 10억달러에 자체 자금 10억달러를 덧붙여 중국ㆍ러시아 투자펀드 자금으로 쓸 방침이다.
새 합작펀드에는 중국투자공사 외에도 다른 중국 투자자들이 참여해 추가로 10억~20억달러를 더 투입할 예정이다. 새 합작펀드는 투자자금 중 70% 이상을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등에 투자하게 된다.
중국투자공사는 러시아 정부가 직접투자펀드 출범을 추진할 때부터 러시아 쪽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다 이번에 푸틴 러시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투자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푸틴 총리 방중 직전 71억달러에 달하는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방중 기간엔 중국개발은행이 러시아 알루미늄회사 루살의 시베리아 제련소 건설에 투자하는 등 양국 에너지ㆍ전기ㆍ금융ㆍ통신기업들은 총 38건, 55억달러에 달하는 경제 협력에 서명했다.
푸틴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에 2016년부터 30년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에너지협력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격 문제 때문에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못했던 가스공급 협상은 곧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25. [매일경제]美투자은행 `볼커룰` 초안에 초긴장
미국 대형 투자은행의 무분별한 자기자본거래(프롭트레이딩)와 고위험 투자를 규제하는 '볼커룰' 초안이 공개됐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미국 금융규제 당국은 11일 대형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 운영방안과 헤지펀드ㆍ사모투자펀드(PEF) 규제방안을 담은 볼커룰 초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13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내년 7월 2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인 폴 볼커 전 FRB 의장(사진) 이름을 딴 이 규제안은 지난해 입법된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의 하나로 마련됐다. 해당 은행은 2년 안에 규제 대상 영업을 접어야 하며 외국 법인도 규제에 포함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예금자 보호를 받는 미국 내 투자은행들은 특정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거래 등 일부 예외 외에는 모든 자기자본거래를 할 수 없다. 시장 조성과 유가증권 인수 주선을 위한 거래도 예외로 뒀다. 자기자본거래는 고객 돈이 아닌 은행 고유계정 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행위다.
이 법안은 또 투자은행들의 헤지펀드나 PEF에 대한 지분 투자를 최대 3%까지 제한하고 있다. 주로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헤지펀드나 PEF 투자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위험도 커 해당 회사가 큰 손실을 보면 전체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이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계 대형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자기자본거래와 헤지펀드, PEF 투자를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 매출을 올렸던 게 사실이다.
당국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이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법안 규정이 모호하고 복잡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26. [매일경제]오바마 `일자리 법안` 美상원 부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제시한 '일자리 창출법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됐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표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해 오바마 대통령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실시된 미 상원 전체회의에서 법안의 심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 표결' 결과 찬성 50, 반대 49로 부결됐다. 심의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법안은 심의조차 안 되고 자동 폐기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자리 법안은)형편없는 발상"이라며 "(공화당은) 어떠한 형태의 세금 인상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 2명은 오바마의 일자리 법안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법안은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감세와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교사ㆍ경찰ㆍ소방대원 등 지방 공무원 해고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으로 연간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등 총 447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법안 부결 후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 투표가 결코 싸움의 끝은 아니다"며 "의원들은 상식적인 법안에 왜 반대하는지 유권자에게 설명하든지,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수많은 미국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온 법안이 무산돼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실업률이 9.1%에 달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 차이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영구적인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재정지출 확대와 일시적인 세금 감면을 원하고 있다.
딜로이트 택스의 클린트 스트레치 세금정책 담당 최고책임자는 "오바마의 일자리 창출법안은 사실상 입법 생명이 끝났다"며 "이제 의회 쟁점은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슈퍼 커미티'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서찬동 기자]
27. [매일경제][표] 주택담보대출
28.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10월 12일)
29. [매일경제]정부, 인천 송도에 외국병원 강행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병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하 경자법)에 대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외국병원 투자 유치가 또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요청을 전격 수용해 단독으로 세부 규정(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외국 면허를 소유한 의사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 △보건복지부령에 외국병원 개설허가 절차를 위임 △외국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병원 유치 시행령을 만들어 올해 연말 이전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인천 송도에 병원 유치를 추진 중인 ISIH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 시한 종료가 올해 연말로 다가온 가운데 세부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 유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비상조치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국회에 상정됐던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세부 규정들이 장기간 표류함에 따라 뉴욕장로병원, 존스홉킨스병원 등 투자 의사를 표명했던 외국병원들과의 협상이 두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세부 규정 마련이 지연돼 ISIH와의 협상이 또 결렬될 경우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맺은 ISIH는 일본 다이와증권이 60%를 투자하고 삼성증권,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40%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현재 협상 중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병원 설립 1단계 사업 비용을 6000억원으로 산정했다"며 "시행령 세부 규정이 마련됨에 따라 ISIH와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투자 유치는 2002년 12월 제정된 경자법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현행 경자법은 의료법상 요건 외에 자본금과 외국인 투자 비율만 규정하고 있을 뿐 외국인 의사 고용 비율 등 세부 규정이 포함되지 않아 그동안 외국병원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시행령을 정부 단독으로 입법예고한 것은 외국병원 유치와 의료허브 육성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이번에 발표한 시행령은 국회의 법안 처리 여부를 지켜본 뒤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에 따라 확정 시기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국회에는 외국의료기관특별법 제정안과 경자법 개정안 두 건이 의원입법 형태로 계류 중이지만 여야와 각 정당 및 이해집단 간 견해 차이로 인해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돼 왔다.
이에 앞서 정부와 국회는 2002년 12월 경자법을 제정하고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국인 투자 비율 50% 이상의 규정을 담은 외국병원 설립 근거를 마련한 바 있지만 세부 규정이 국회에서 번번이 표류되면서 외국병원 설립 협상이 두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의사단체, 송영길 인천시장이 소속된 민주당 일부 의원은 그동안 외국병원 설립에 대해 영리병원의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보여 왔다. 경실련은 특히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이 제주도나 인천 송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 의료비 상승을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채수환 기자]
30. [매일경제]몰려오는 돈, 은행들만 신났네…가계대출은 둔화
최근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도 지난달 은행 수신 규모가 7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서 빠져나간 예금 인출액이 대부분 은행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수신 규모는 6조7678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8월 증가 규모(3조8682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대부분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음에도 오히려 수신 규모가 늘어났다"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실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함께 91개 전체 저축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만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또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새마을금고 발언이 와전되면서 발생한 상호금융회사 인출 사태 때문에 새마을금고에서 3조원, 신협에서 4000억여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은 5조9789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MMDA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2조2992억원 줄었다.
한편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9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48조6511억원으로 전월보다 6253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저 증가액이다.
[전정홍 기자]
31. [매일경제]금융위, `1만원 이하 카드 거부` 없던일로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 방안에 카드 이용자에 이어 카드 업계와 가맹점마저 반발하고 나서자 금융당국도 물러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금융위는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과 관련해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0일까지만 해도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방안 추진에 대해 "기관 협조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난 7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소액 결제 의무 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언급한 이후 일파만파로 번졌다.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려면 여신전문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는 법적으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끔 돼 있다. 만약 금융위가 법을 개정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어렵고 내년 임시국회에서나 가능하다.
법안 개정에 대해 카드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주장하고 나선 데 이어 가맹점주들은 물론 카드 업계도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는 전체 신용카드 결제 건수의 20% 안팎으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카드가맹점에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면 앞으로 거부 허용 한도가 더 큰 액수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식업체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소 상인의 가맹 수수료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업주들에게 부담만 준다는 주장이다. 카드 수수료를 현행 3.0% 수준에서 1.5%로 낮춰달라는 카드 가맹점의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하루 매출의 90% 이상이 카드 결제일 정도로 현금 결제 고객은 많지 않다"며 "1만원 이하 카드 결제를 하지 못한다면 고객들과 실랑이만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역시 18일로 예정된 '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에서 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회원 대부분이 소액 결제 거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정책은 외식업체와 소비자의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진 기자 / 손동우 기자]
32. [매일경제]전기車 살때 최대 420만원 稅감면
내년 1월부터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구입 가격의 약 10%에 달하는 세제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대당 468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블루온은 내년부터 420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간다.
지식경제부는 전기차 기술개발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 세제지원 공동기준을 마련하고 판매 가격별로 최소 123만원에서 최대 420만원까지 세제감면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12일 발표했다.
이번 방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대당(5000만원 기준) 개별소비세(200만원), 교육세(60만원), 취득세(140만원), 공채 할인(20만원) 등 최대 420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채수환 기자]
33. [매일경제][2011전자산업대전] 삼성 전제품 스마트화…LG 3D로 총력전
"요즘은 힘들지만 내년은 나아질 것 같습니다."
12일부터 15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가전ㆍIT 전시회인 '2011 한국전자산업대전'에 참석한 국내 대표 IT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처럼 입을 모았다. 전자업계 CEO들은 최근 D램ㆍLCD 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경영여건이 쉽지 않지만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12일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업황 악화로 3분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0나노급에 이어 20나노급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초 양산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내년 경영계획에서 투자비중은 다소 줄일 것"이라고 말해 최근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권 사장은 "LCD 업황이 아직은 바닥이 불투명하다"며 "그러나 내년엔 런던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가 많기 때문에 싸고 좋은 TV가 많이 나오면 내년 하반기에는 시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은 "아직 D램 업황이 살아나는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는 그래도 메모리보다 낫긴 하지만…"이라고 염려했다.
'2011 한국전자산업대전'에 참가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최첨단 스마트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불꽃 튀는 경쟁에 나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만남'을 주제로 내건 이번 행사에서 주요 업체들은 스마트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간 콘텐츠를 공유하는 컨버전스 기능을 중점 선보였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모바일관을 대폭 확대하고 60여 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품해 수요자인 하드웨어 업체와 교류를 강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윤상직 지식경제부 차관, 윤종용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등 IT 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1368㎡ 규모 전시 공간을 마련해 스마트 TV,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가전 등 혁신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 기기를 앞세워 '스마트 리더십'을 널리 인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시장 중앙에 46인치 디스플레이 48대 등으로 8.5m 높이의 '스마트 기념비(Smart Monument)'를 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 식재료 주문이 가능한 스마트 냉장고를 포함한 스마트 가전 라인업과 에너지 효율을 강조한 스마트 그리드 제품도 선보였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TV 판매가) 올해 걱정한 것보다는 장사가 잘되고 있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시장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 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신흥시장도 올해 30~40% 정도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3D가 대세, 스마트는 기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1370㎡ 규모 전시장에서 3D TV, 3D 모니터, 3D 프로젝터, 3D PC, 3D 스마트폰 등 3D 토털 솔루션을 공개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370인치 초대형 3D LED 스크린을 설치했다. 내수시장에서 3D 제품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가볍고 눈이 편한 3D 안경 2만개를 준비했다.
3D 통합체험존에서는 옵티머스 3D 스마트폰으로 3D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기기와 공유하고 시네마 3D TV 등 대화면으로 즐기거나 시네마 3D 노트북을 통해 편집해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마케팅 일환으로 3D 게임존에서 MS의 키넥트 게임 등 다양한 3D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한 개의 디스플레이로 두 명의 사용자가 각각 다른 화면으로 게임을 하는 '듀얼 플레이' 기능을 선보였다.
[고재만 기자 / 이동인 기자]
34. [매일경제]D램값 또 떨어져 0.5달러
D램 가격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0.5달러 선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D램 제품인 DDR3 1Gb(기가비트) 128M×8 1066㎒의 10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후반기보다 3.85% 떨어진 0.5달러에 형성됐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HP나 델 등 대형 PC메이커에 공급하는 가격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5월에는 2.72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초에는 최저 0.88달러까지 내려갔다. 지난 5월 한 달간 1달러 선을 잠시 회복했지만 6월 전반기부터 다시 떨어져 8월 후반기에는 최저가인 0.52달러로 떨어졌다. 그 후에는 한 달간 같은 가격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 안팎에선 D램 값은 바닥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DDR3 1Gb가 아닌 다른 제품 가격은 혼조세를 보였다. DDR3 4GB(기가바이트) SO-DIMM 1066㎒는 19.5달러로 지난달 후반기와 같은 가격을 유지했고, DDR3 2Gb 256M×8 1066㎒ 역시 1.06달러로 이전 반기와 동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성수기를 앞두고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 0.5달러 선 붕괴도 우려되지만 일본 엘피다나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인 기자]
35. [매일경제]서울반도체, LED 수명 3배 늘린 신제품 내놔
LED 전문기업인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가 기존 LED전구보다 수명이 최대 3배 더 길고, 전력 소모는 절반으로 줄인 LED조명 모듈 '아크리치2'를 본격 판매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집적화한 IC(집적회로)와 함께 제공하는 LED조명 솔루션으로, 수명이 1만5000시간 정도에 불과한 컨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LED전구 수명을 최대 5만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서울반도체 측은 설명했다.
또 기존 제품 대비 역률(Power Factorㆍ전력사업자가 공급한 전체 전력량 중 유효전력량 비율) 개선으로 전력효율을 90% 이상 높여 소비전력도 절반으로 줄였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조명업체들이 별도 부품 없이 LED조명을 개발할 수 있게 돼 LED조명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된 가격이 너무 높다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보인 '아크리치2'는 4W, 8W, 12W, 16W 등 네 가지로 각각 MR16 할로겐램프와 40W, 60W, 100W 백열전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서울반도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필립스전자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최용성 기자 / 윤재언 기자]
36. [매일경제]카카오톡서 인기스타·맛집과 친구맺는다
"제2의 페이스북이 될 겁니다."
전 세계 25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단순 모바일메시징 서비스를 넘어 '모바일 플랫폼(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를 실행하는 기초 시스템) 사업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새로 추가되는 서비스 '플러스친구'와 '카카오링크2.0'을 처음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당분간 수익모델보다는 플랫폼 정착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페이스북같이 여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용자들도 만족하는 생태계를 꾸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아직 독보적인 메신저 서비스가 없는 일본에 소녀시대 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콘텐츠를 얹어 카카오톡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새 서비스도 그의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플러스친구는 카카오톡 사용자가 친구 추가를 통해 관심 있는 브랜드 소식이나 인기 연예인, 잡지, 신문ㆍ방송사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모바일 기기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SM엔터테인먼트의 f(x)를 플러스친구로 등록하면 사용자는 이들의 공연이나 팬미팅 소식, 사진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
또 무비위크를 플러스친구하면 영화정보를 볼 수 있고 아웃백스테이크에선 오늘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카오는 우선 1차적으로 SM타운 소속 연예인들과 무비위크, GO, 옥션,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21개 콘텐츠 파트너와 손잡고 해당 서비스를 운영한다.
플러스친구는 친구 등록 및 삭제 방법이 기존 카카오톡 친구와 동일해 사용자가 편리하게 리스트를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카카오는 앞으로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를 활용하고 싶은 기업이나 브랜드는 누구나 이 서비스를 등록한 사용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모바일 웹페이지를 친구와 공유할 수 있었던 카카오링크도 진화했다. 그동안 웹페이지로만 연결이 가능했던 카카오링크가 2.0이 되면서 앱과 앱 연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이로써 카카오톡 이용자는 친구와 뉴스나 게임, 음악, 지도정보를 다루는 앱의 콘텐츠를 곧바로 함께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앱 개발사들의 카카오톡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만큼 카카오는 앱 개발사들이 손쉽게 앱 속에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카카오링크2.0을 오픈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공개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에 중국어, 터키어 등 10개 언어의 추가 지원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카오톡의 해외 사용자 비율은 20%(500만명)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북미 지역이 165만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100만명, 중동 71만명 순이다.
애플의 새 운영체제인 iOS5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메신저 서비스 '아이메시지'에 대해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아이폰 사용자 간에서만 가능한 메시지 서비스이기에 잠재적인 경쟁 콘텐츠로 보고 있지 않다"며 "아이폰4에서 처음 선보였던 '페이스타임'처럼 애플만의 독자 서비스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37. [매일경제]삼성 "애플 기술 아예 안 쓴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법원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특허 분쟁 소지가 있는 기술을 피해 특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에는 사진을 넘기는 기술의 일부인 '포토 플리킹(photo flicking)'이 적용되지 않았다.
포토 플리킹은 스마트폰 사진을 확대한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일 때 다시 가운데로 튕기듯이 돌아가도록 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포토 플리킹 기술이 제외된 것은 이들 제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포토 플리킹 기술을 침해했다며 네덜란드 내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애플은 갤럭시에이스, 갤럭시S, 갤럭시S2가 총 10건의 특허와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포토 플리킹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은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포토 플리킹 기술을 버리면서 네덜란드에서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가 정상적으로 공급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에서 특허 공격을 받으면서 앞으로도 특허 분쟁 소지가 없는 대체 기술 채택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3세대(3G) 특허 관련 제소의 무효화를 시도했다. 미국 IT전문지인 일렉트로니스타는 애플이 법원에 '일방적 신청서(ex parte application)'를 제출해 퀄컴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방적 신청서란 법원이 소송 당사자 양쪽의 자료를 모두 검토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는 제도다.
애플은 신청서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모든 아이폰4ㆍ4S에는 이미 로열티를 지불한 퀄컴의 칩셋이 들어가 있으므로 애플이 직접 삼성전자에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그동안 유럽이동통신(GSM) 방식의 아이폰4와 관련해서도 해당 제품이 인텔 인피니온의 칩셋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애플이 직접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 <용어설명>
포토 플리킹(photo flicking) =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키운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일 때 사진이 모서리에 부딪친 것처럼 튕기듯이 가운데로 돌아가게 하는 기술.
[황지혜 기자]
38. [매일경제]CJ헬로비전, 저가이통사업 진출
CJ헬로비전이 KT와 손잡고 연말에 저가 이동통신서비스(MVNO)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MVNO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20% 이상 싼 요금이 특징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영화, 음악, 방송, 식음료, 유통 등 CJ그룹의 특화된 콘텐츠와 CJ헬로비전의 방송통신서비스가 결합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차세대 뉴미디어 콘텐츠를 이동통신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계획"이라며 "합리적인 요금제로 가계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KT의 이통망을 활용하는 동시에 KT의 재고단말과 부가서비스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또 KT는 CJ헬로비전의 휴대폰에 내장할 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 제작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헬로비전은 기존 MVNO 사업자들이 음성 통화 중심의 사업을 펼쳤던 것과 달리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CJ계열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 CJ E&M의 음악ㆍ방송ㆍ게임 콘텐츠, 뚜레쥬르ㆍ투썸플레이스ㆍ콜드스톤ㆍ빕스 같은 CJ푸드빌의 요식상품, CJ올리브영이나 CJ오쇼핑 같은 유통망을 통해 가입자들을 1차 대상 고객으로 잡았다.
기존 이통서비스보다 싸다는 장점을 갖춘 데다 CJ그룹의 제품들과 결합시킨 멤버십 카드나 쿠폰, 가격 할인 등을 통해 다양한 혜택까지 제공하면 고객은 풍부한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고 해당 사업 부문은 더 많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통사업 진출로 CJ헬로비전은 초고속인터넷 방송, 모바일, 인터넷전화 등 방송 통신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모두 갖추게 됐다.
[황지혜 기자]
39. [매일경제]중국 수혜株 온도차 심하네
올해 3월 '성장보다 분배'를 내건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이후 증시에서 훨훨 날았던 중국 수혜주가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임금 등 원가 부담 증가와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소비 둔화 조짐 등 중국 내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 가운데 의류ㆍ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과 실적 악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화장품이나 제과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 비용 증가에 울상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로 분류됐던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3월 이후 급등했던 주가가 3분기 들어 급락해 24.3%나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중국 미국 등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8월 이후에는 무려 48.5% 하락해 주가가 반 토막 났다. 8월에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다 3분기 실적도 신통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베이직하우스는 3분기에 영업이익이 6억원으로, 16억원 정도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
장정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공격적인 매장 확장을 계속하면서 3분기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최근 깜짝 유상증자 발표 소식에 타격을 받은 이후 좀처럼 주가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반기 실적 하락 충격이 워낙 큰 데다 3분기 이후 내수 둔화 우려감이 겹쳤다는 점에서 베이직하우스와 닮은꼴이다.
락앤락 주가는 3월 이후를 기준으로 12.9% 올랐지만 8월 이후에만 29.2% 빠졌다. 3분기 성적표 눈높이도 높지 않다. 락앤락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1336억원과 26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전년도 실적 고점으로 인한 기저효과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둔화 등으로 이보다 낮은 24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3월 이후 치솟았던 주가가 8월 이후 힘을 못 쓰고 있는 롯데쇼핑은 국내 요인인 판매수수료율 인하와 백화점ㆍ대형마트의 쌍두마차 실적 둔화 우려감에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 실제 국내 여성의류 판매 부진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품 매출 감소로 3분기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에서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중국 사업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아 실적에 대한 고민을 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중국 내 대형마트 90여 곳과 백화점 2곳의 동일점 성장률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B2B 사업은 상대적 선전
반면 코스맥스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중국 악재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8월 이후에도 주가 하락이 소폭에 그치고 있고, 3월 이후 기준으로는 코스맥스 54%, 오리온 46.3%, 아모레퍼시픽 16.3% 등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3월 이후 코스피가 6.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상반기 중국 매출 188억원을 기록한 코스맥스는 하반기 실적도 순조로운 편이라 올해 예상 중국 매출액 400억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진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가 아니라 80여 개 중국 업체에 공급하는 B2B 사업이라 긴축 영향을 덜 받고 있다"며 "소비 감소 여파를 의류보다 화장품이 덜 받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국 직원 임금이 올해에만 15% 정도 올랐기 때문에 경상이익률은 9% 내외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 시장에 직접 진출한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3월 대비 16.3% 상승해 나름대로 괜찮은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분기 대비 매출액 예상 증가율이 1%대에 불과하고 영업이익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여 향후 실적 개선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2%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돼 내년에는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지난 2분기에 예상보다 많은 광고비 지출로 영업이익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아 주가가 잠시 휘청했던 오리온도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 이후 하락했던 주가가 회복돼 3월 이후 주가 상승률은 46.2%에 달하고 있다. 현 추세면 10%대 영업이익률에 중국 매출 7000억원(상반기 3200억원)을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형규 기자 / 김정환 기자]
40. [매일경제]소녀시대가 끌어올린 SM주가…첫 5만원대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5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2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9.72% 급등한 5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M의 대표 주자인 소녀시대가 주가 상승의 1등 공신이다. 이날 소녀시대의 신곡과 더보이즈 음원ㆍ뮤직비디오를 전 세계에 공개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여름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SM 주가는 급상승 중이다. 8월 초에 2만6600원이었던 주가가 두 달 반 사이에 무려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유럽 위기로 코스피가 휘청거리던 시기여서 SM의 주가 상승은 더욱 돋보였다.
너무 가파른 상승에 SM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45배 안팎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내년 영업이익이 690억원 안팎까지 2.5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내년 기준 PER는 14.5배 수준이다. 적정주가 여부는 내년 해외 사업이 예상만큼 수익을 낼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로열티 수입과 관람객 증가 등을 감안하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무리한 숫자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2분기 실적이 나왔을 때 주가가 2만원대 초반까지 빠졌던 것처럼 조정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41. [매일경제]SK그룹, 증권지분 해외매각?
SK그룹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외국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2일 "공정거래법 위반인 상황에서 SK네트웍스가 SK증권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없기에 SK그룹 내ㆍ외부로 처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외국계 사모펀드 등) 다양한 지분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며 확정되면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에 놓인 지난 7월부터 증권가에선 SK그룹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22.71%를 내부 계열사나 외부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SK C&C가 인수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에는 외국계 사모펀드(PEF)에 SK증권 지분을 넘길 것이라는 설이 제기돼 왔다.
SK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지만 재보선과 예산안 처리 등 여러 국회 여건상 연내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이르면 10월 중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이 나오면 납부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SK증권 지분 처분 쪽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여부에도 일부 기대를 걸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지난 7월 4일 기준 SK그룹은 법 위반이 확정돼 징계 절차를 밟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과징금 부과를 위한 SK증권의 장부가액을 공식적으로 산정하고 SK그룹의 반대 논리를 듣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날 조회공시를 통해 "SK증권 지분처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SK 측 지분 매각으로 경영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인지 최근 주가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SK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4.4% 오른 1300원으로 마감했고, 평소보다 5~10배나 많은 2545만주가 대량 거래됐다. 최근 5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24.4%나 껑충 뛰었다.
[황형규 기자 / 강계만 기자]
42. [매일경제]연기금의 힘!코스피 1800회복
연기금의 힘으로 코스피가 20일 만에 1800 고지를 탈환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81%(14.48포인트) 오른 1809.5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9월 22일 1800.55를 기록한 이후 번번이 180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등공신은 '큰손' 연기금이었다. 연기금은 이날 2040억원의 주식을 사모으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상승장에서 6거래일 연속 매도하는 개인의 '팔자' 공세와 장 마감 후 매수로 돌아섰지만 장중 내내 주식을 조금씩 매도하며 시장을 관망하던 외국인은 큰손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연기금은 지난 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9월 이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하락장의 저가 매수뿐 아니라 반등 국면에서도 이들의 주식 모으기는 계속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오늘 대량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수가 앞으로 상승한다는 쪽의 판단이 크기 때문"이라며 "더 주가가 오르기 전에 늦지 않게 사두자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연기금 등 기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거래일 연속 주식을 매수 중인 투신권도 '실탄'을 상당 부분 확보해 놓고 있어 추가 매수 가능성이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투신권에는 ETF를 제외한 펀드 자금이 13주 연속으로 유입돼 총 4조원가량의 여력이 있다"며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800선 안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줄고는 있지만 당장 이들이 완전히 매수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호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13일 옵션 만기일은 별 탈 없이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10월 들어 현ㆍ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새봄 기자 / 서태욱 기자]
43. [매일경제]유럽보다 러시아펀드가 더 깨졌다…3개월 수익률 -33%
"재정위기가 발생한 곳은 유럽인데 러시아 주가가 더 빠지는 이유는?"
해외 펀드 수익률이 말이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모든 지역 펀드 수익률을 마이너스 두 자릿수대로 주저앉혔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하게 빠진 지역이 러시아와 동유럽이다.
◆ 유럽계 자금 철수에 동유럽 타격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현재 수익률 꼴찌에 해당하는 펀드는 러시아 펀드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3.60%, 6개월 -37.12%, 연초 이후 수익률이 -30.91%다.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 투자하는 신흥유럽 펀드가 3개월 수익률 -30.2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 펀드가 이처럼 크게 빠진 데는 국제 유가 하락이 첫 번째 원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관련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70~80%를 점하는 곳이다. 따라서 국제 유가와 러시아 증시는 정확히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상반기 러시아는 지역 펀드 중 가장 잘나가는 펀드였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가 침체 기미를 보이고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러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 선언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푸틴 총리는 과거 석탄산업 국유화 과정에서 외국 투자가들에 대해 여권 허가를 불허하는 등 반기업적 성향을 보였다"며 "외국 투자가로서는 푸틴 총리의 재집권이 썩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흥유럽 펀드가 부진한 것은 러시아 비중이 60~70%로 절대적인 데다 동유럽 국가가 유럽 재정위기의 직접적 영향권 내에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위기가 시작되면서 유럽계 은행들이 현금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가장 손쉬운 회수 대상이 투기자금이 많이 들어간 상품시장과 2009년께 대규모 자금 공여가 있었던 동유럽"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 출처가 대부분 선진국이다 보니 위기 진원지인 유럽보다 주변 동유럽이 더 타격을 입는 결과가 됐다.
서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유럽 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 -16.83%로 신흥유럽 펀드 손실에 비해 절반에 그치고 있다.
◆ 미리 빠진 일본 펀드는 선방
소버린 사태 이후 주요 해외 펀드 중 가장 선방이 돋보이는 곳은 일본 펀드다. 3개월 수익률이 -13.18%로 중동아프리카 펀드(-8.11%)에 이어 두 번째로 좋다. 1개월 수익률은 0.23%로 드물게 마이너스를 면했다.
쓰나미 사태를 겪으며 8월 급락장 이전에 이미 주가가 빠져 있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덜했다. 하반기 들어 쓰나미로 붕괴됐던 공급망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점, 엔화 강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 노다 요시히코 총리 부임 후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정체에 접어든 지 오래인 일본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반등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지역 펀드에 비해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따른다.
유럽 펀드와 더불어 선진국 펀드에 속하는 북미 펀드는 글로벌 유동성 유출에서 자유로운 만큼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은 -16.70%를 기록 중이다.
브라질은 다른 브릭스 국가와 마찬가지로 8월 이후 주가가 크게 폭락했지만 10월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노원명 기자]
44. [매일경제]적대적 M&A 무작정 개입땐 `흑기사` 채권銀 큰코다쳐
별다른 자본 없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시도하는 한 개인이 사냥감으로 삼은 기업의 주채권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은행은 제안을 받아들여 공격자를 도와주는 흑기사로 M&A전에 뛰어들었다. 향후 더 큰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은행은 향후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데도 시세보다 다소 비싸게 지분을 대량 매입했다. M&A를 제안했던 개인은 보관 중이던 남의 주식까지 은행에 임의로 파는 횡령을 저질렀다. 이들은 일단 경영권을 뺏는 데는 성공했다. 은행은 과연 적법하게 투자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은행에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신호제지 적대적 M&A 사건'과 관련해 엄 모씨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아람파이낸셜 전 대표 이 모씨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씨와 신한은행에 대해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를 기초로 경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 중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신한은행과 이씨는 엄씨에게 245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피인수기업 채권은행이 적대적 M&A에 참여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졌다.
2005년 엄씨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만들고 이씨 명의를 빌려 신호제지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러나 변심한 이씨가 추후에 명의신탁 주식 270만여 주를 신한은행에 매각하는 수법으로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국일제지를 내세워 몸집이 10배 이상 큰 신호제지 M&A에 나섰고 신한은행 도움으로 신호제지를 인수했다. 법원은 "신한은행이 적대적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식 매매가 위법한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주의 의무를 해태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적대적 M&A 시 경영권 프리미엄 인정 범위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법원은 상속ㆍ증여세법에 의한 평균 주가에 30%를 가산하는 할증평가 방법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산정한 경영권 프리미엄 평균에 근접해 가장 객관적인 감정가액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우호적 M&A가 아니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지만 불법행위가 관여됐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박용범 기자]
45. [매일경제]헤지펀드 대가들이 말하는 위기속 투자전략
"경기 회복의 불씨는 보인다. 그러나 11월 G20 정상회의 전까지는 투자 방향을 못 정한다. 주식ㆍ원자재 보다는 채권이 낫다. 한 곳만을 바라본 투자보다는 다각화가 안전 수익률의 핵심이다."
이 같은 보수적 투자 시각은 동물적 감각으로 맹렬히 수익을 좇는 헤지펀드의 입을 통해 나왔다.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에 초청된 헤지펀드 대가 6인은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 투자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고객 자산을 2조원 이상 굴리고 있는 큰손이다. 공격성의 대명사인 헤지펀드지만, 현재 투자전략은 모두 관망이었다.
헨리 케너 애로그래스 캐피털 파트너 설립자(CEO)는 "11월 3~4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결과가 나와야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헤지펀드는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운용사다. 컴플러스 자산운용 공동창업자인 체스터 캠(상무이사)은 "유럽 정상이 시장에 신뢰를 불어넣는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며 "단순히 '좋은 정책이다' 수준이 아니라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강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투자 자산이 부실덩이로 치부되면서 싸졌지만, 헤지펀드는 숨 한 번 크게 쉬면서 조금 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유럽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역사상 최고치에 달해 매력적이지만, 당장 삼킬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캐너 CEO는 "유럽 기업 내재 부도율이 50%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온다"며 "정상적 시기에는 10%임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도율이 높아진 만큼 가격은 싸졌지만 G20 정상회의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해도 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은 주식보다는 채권이 매력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정성뿐만 아니라 저평가 측면에서 채권을 더 매력적으로 봤다. 스티브 쿤 파인리버 캐피털 채권운용 부문 대표는 "채권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위기로 인해 혼란해진 투자 환경 속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채권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는 방망이를 길게 잡는 전략은 안정된 수익률에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일본 소재 헤지펀드인 MCP 자산운용의 벤저민 킹 파트너는 "헤지펀드들은 절대수익률을 고수하기 위해 한 가지 전략에 롱포지션(장기 매수)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킹 파트너는 "최근 폭락장에서도 선방한 헤지펀드는 다각화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며 "지역과 투자자산 등 한 가지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들은 움츠리고 있는 듯하지만 한 방을 노리는 속내를 감추지는 못했다.
킹 파트너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분기에 어떤 투자자산을 막론하고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투자자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치 CEO는 헤지펀드는 "2008년 당시는 아니더라도 모든 투자 환경이 비정상적"이라며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블랙스완이란 새가 미국 유럽 중국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 모든 곳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기민하게 기회를 포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최고 투자처는 미국 국채"
변동 심한 아시아 시장선 수익내기 힘들어
헤지펀드 눈에 유럽과 미국은 다르게 보였다. 미국은 2008년보다 낫게 여겨졌다. 미국 주택시장 투자 전문가인 스티브 쿤 파인리버 캐피털의 채권운용부문 대표는 "2008년에 비해 주택 가격이 30% 이상 낮아졌고, 대출금리(모기지론)도 하락해서 집을 사기는 40년 만에 가장 쉬워졌다"며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쿤 대표는 "미국 부동산을 보면 위기 전에는 160만호가 지어졌다면 작년에는 40만호만 신규 건설됐다"며 "엄마 아빠 지하실에 여전히 대학생들이 살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부모 품에서 떨쳐 나올 자녀만 고려해도 미국 부동산은 바닥은 쳤다고 쿤 대표는 설명했다. 미국이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2%대 수익률이라도 채권을 통해 누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스티븐 제이컵스 BTG팍투알파트너는 "2주 전에 미국에 가서 만난 투자자 중 60%는 미국 국채가 2011년 최고 투자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나마 낫다"는 말이 나오지만 유럽을 보는 시각은 차갑다. 각 국가의 정책 합의를 빼면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체스터 캠 컴플러스자산운용 상무이사는 유럽의 정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말 한국 외환위기를 빗대며 유럽은 국민들이 금을 모아 적극적으로 국가 부채를 갚을 정서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채 상환을 위한 저축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은행이나 기업 매각은 자존심 때문에 녹록지 않다. 해결책은 결국 통화가치를 낮추거나 돈을 더 찍어내는 것뿐이다."(캠 상무이사)
중남미의 가장 큰 독립 투자은행답게 제이컵스 파트너는 브라질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사람들이 중산층이 많아지고 차를 사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브라질 항공 이용객 중 30%가 처음 비행기를 탄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브라질의 아킬레스건은 교역국 1위인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브라질은 감기에 걸린다"고 표현했다.
한편 헤지펀드에 아시아는 큰 변동성 때문에 매력 없는 시장으로 간주됐다. 오치 데쓰오 MCP에셋매니지먼트 사장은 "모두 아시아에 목을 매고 있지만 이는 변동성을 간과한 인식"이라며 "아시아 시장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률이 8%인데 변동성이 40%라면 매력적인가"라고 말했다. 절대수익률을 노리는 헤지펀드에 불확실성이 큰 아시아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대원 기자 / 서유진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46. [매일경제]HSBC 부회장 "중동소요 일시적…신흥시장 주식 저평가"
"이집트 경제는 2년 뒤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사이먼 쿠퍼 HSBC그룹 부회장이 12일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의 '신흥시장 투자전략' 세션을 통해 밝힌 전망이다. 쿠퍼 부회장은 2009년 5월부터 HSBC은행의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직전에는 3년간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쿠퍼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어지는 재스민 혁명은 발전을 위해 겪는 성장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스민 혁명으로 중동 17개 시장 중 15개가 영향을 받고, 7개 국가의 정부가 바뀌었다"며 "정치적 측면에서 위험 상존은 분명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 부회장은 "중동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요에 투자자들은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경제 축이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전되고 있다고 쿠퍼 부회장은 말했다. 그는 "중동과 아시아의 무역 핵심 상대는 더 이상 미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련 예로 한국과 중국에서의 고가품 소비 증가를 들었다. 쿠퍼 부회장은 "한국에서 '럭셔리시장(고가품)'은 일본을 능가할 정도"라며 "신흥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보험, 고가품 등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동과 아시아는 전 세계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며 "중동과 아시아 지역 간 연관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쿠퍼 부회장은 "이틀 전 두바이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탄 A380은 중동과 아시아의 높은 상관성에 확신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A380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다.
쿠퍼 부회장은 중국과 중동 간 돈독해지는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과 아랍 지역 국가 간에 파트너십 체결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중동과의 협력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과 아시아 간 활발한 협력관계를 두고 '신(新)실크로드'라고 표현했다.
쿠퍼 부회장은 '중동=석유'로 굳어진 인식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루미늄 등 각종 원자재 광산 보유도 중동의 매력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쿠퍼 부회장은 석유만이 아닌 소비력만 봐도 중동의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쿠퍼 회장과 함께 세션에 참가한 친 영 피라미드글로벌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성을 고려하면 신흥시장은 매우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 증시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의 1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친 영 CIO는 "여전히 투자 결정을 위한 연구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며 "미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아시아로 관심이 이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은 매력적이다'는 틀림없는 명제지만, 단기적으로 투자에 앞서 유럽 위기는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투자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존 프라빈 푸르덴셜 국제투자자문 수석전략가는 "향후 신흥시장의 수익률이 선진시장을 앞서겠지만, 앞으로 12개월은 유럽 경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원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47. [매일경제][마켓레이더] 증시 낙관론은 너무 이르다
최근 유럽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위기 해소 방안이 마련되는 국면을 보이고, 미국 고용지표도 생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주식시장이 최근 일주일 새 10% 이상 급등했고, 유럽 주요 국가들의 CDS프리미엄도 하향 안정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코스피도 일주일 새 5% 이상 올랐고, 원화 환율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이 같은 미니 랠리는 유럽 은행 자본확충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2008년 말 금융위기의 절정에서 실시한 미국 정부의 부실자산 매입 및 은행 자본확충 조치로 이듬해 3월부터 주식시장이 급반등했던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유럽 주요국들의 공조, 유럽중앙은행(ECB)의 4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 본드 매입 및 장기 대출 지원, 영란은행의 750억파운드 규모 2차 양적완화 돌입 등이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행 자본확충은 다수 국가 간의 합의가 필요하므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은 개별국가 수준에서 자국 은행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은 유럽안정기금(EFSF)을 통한 은행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또 유로존 가운데 슬로바키아 의회가 최근 EFSF 증액안을 부결시켜 시장 예상보다 최종 합의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007년에 합의됐지만 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미국 하원과 한국 국회 통과 가능성이 구체화된 것과 엇비슷하다. 즉 유럽 국가들 간 은행 자본확충 관련 합의는 장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 내에서도 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데에는 상당 기간 진통이 있었다. 2008년 중반 해당 정책이 미 하원에 상정됐으나 부결됐고 리먼 파산 후 미국 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 긴급하게 미국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고 부실자산을 매입한 후 의회에 사후 동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먼이 파산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미국이 이러한 은행 자본확충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증시 변동성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한국 경기 동행지표들은 아직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선행지표는 이미 하락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그러므로 단기 랠리를 즐기되 국내 9월 경기지표를 지켜봐야 하고,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과 EFSF 증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문성필 한국證 고객자산운용 본부장]
48. [매일경제]MKF지수
49. [매일경제]명문大 출신도 줄서는 직업학교
#1 의료임상시험 자료처리 업체에서 근무하는 임덕상 씨(36)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낮 시간을 이용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그가 다니는 곳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호서전문학교 오라클데이터베이스과. 회사에서도 임씨에게 낮 시간 교육활동을 허락했다.
임씨가 다니는 학교는 일반 전문대와 다른 직업전문학교다. 정식 대학은 아니지만 2년제 교육과정인 만큼 올 가을학기만 마치면 임씨는 전문학사 학위까지 얻는다.
사실 임씨에게 학위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재자이기 때문이다. 군 병원과 일반 병원에서도 근무했지만 간호학 전공 남성으로서 일반 간호업무와는 판이한 의료 관련 IT분야에 더욱 많은 흥미를 느꼈다.
#2 헤어전문가를 꿈꾸는 김새봄 씨(21)는 최근 MBC 미술센터 분장팀 취직에 성공했다. 김씨는 2008년 문화예술 분야 직업전문학교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헤어디자인학과에 입학해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정규대학을 나온 임씨와 달리 김씨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후 과감히 직업전문학교를 택했다. 게다가 김씨는 4년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취직과 함께 일반학사 학위도 손에 얻게 됐다.
고1 때부터 헤어디자이너 꿈을 꿔온 그는 지금까지 무려 9개의 자격증을 따냈다. 국가헤어 자격증은 물론이고 네일아트, 메이크업, 헤나(미용문신), 속눈썹 관리, 스포츠마사지 자격증도 갖고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직업교육' 중심에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 1970년대부터 자리 잡아온 직업전문학교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이 학교가 고교에서 학업 실력이 모자라는 학생들만 가는 곳 정도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다르다. 고교 졸업자는 물론이고 일반대 졸업생이나 직장인도 대거 이곳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직업전문학교는 총 730여 개. 대부분 개인이 학원처럼 창설한 곳이 많지만 60여 곳은 일반 대학처럼 법인으로 운영되는 대형 학교다. 호서전문학교와 한국IT직업전문학교,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등은 평판이 좋아 명문대 졸업생이나 인문계 고졸자도 많이 지원한다.
개설된 학과도 미용부터 애견, 제빵, 조리, 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 직업전문학교는 크게 '양성과정'과 '향상과정'으로 나뉜다. 양성과정은 일반 고졸자를 비롯해 직장인 가운데 전문ㆍ일반학사 학위까지 원하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곳. 따라서 2ㆍ4년제로 전문ㆍ일반대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향상과정은 실직자나 이직자 등이 지원하며 3개월 또는 6개월 단기과정으로 운영된다. 양성과정은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대로 다른 전문대와 비슷하지만 단기 코스인 향상과정은 그보다 저렴한 편이다.
현재 직업전문학교 설립ㆍ승인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는 전국 직업전문학교 재학생 규모와 취업률을 따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 학교 취업률은 대부분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가 가장 큰 호서전문학교는 올해 2월 졸업생까지 12년 연속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
[서진우 기자]
50. [매일경제]헌집줄게 재건축 새집다오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16)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정은이는 2년 전 새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예전에 살던 낡은 집이 재건축을 통해 새 집으로 변신을 마쳤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전 정은이네 집은 5층짜리 아파트였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지하주차장도 없었습니다. 집도 좁았죠. 하지만 지금 정은이네 집은 32층짜리 아파트로 변신했고, 각종 편리한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예전 아파트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죠. 살기 편해진 것은 물론이고 집값도 많이 올랐다고 부모님은 좋아하십니다.
부동산 기사를 읽다 보면 정은이네가 경험한 '재건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재건축은 쉽게 말해 낡고 오래된 집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낡은 집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이 지났어도 튼튼하지만, 어떤 곳은 지은 지 20년이 갓 넘었는데도 수도관이 녹슬어 녹물이 나오고, 아파트 벽에 금이 가 위험해요.
어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낡은 집을 빨리 허물고 새 집을 짓고 싶어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인 사례도 있을 수 있어요. 정확한 기준이 없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기준을 정해뒀어요.
그런데 이 기준은 도시마다 조금씩 달라요. 서울시를 예로 들어볼게요. 서울시에서는 1981년 이전에 공사를 마친 아파트는 2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지만 1992년 이후에 공사가 끝난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해요. 1982~1991년 사이에 공사가 끝난 곳은 단지별로 20~40년 후 재건축이 가능해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비강남 아파트 재건축 연한 완화'라는 공약을 발표했는데 나 후보가 말한 재건축 연한이 바로 이것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10월 10일자 A1면 "나경원 '재건축 규정 손질'" 기사에 잘 나와 있어요.
그렇다면 이 기간만 지났다면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해요.
안전진단은 건축물이 안전한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인데요, 안전진단 결과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을 할 수 있어요. A~C등급은 보수공사만 하면 아직 건물이 쓸 만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할 수 없어요.
이제 재건축을 진행하는 순서를 알아볼 차례예요. 재건축은 법이 정한 순서를 따라야 해요.
가장 먼저 아파트 단지가 속한 시청이나 구청이 '정비기본계획'이라는 것을 세워요. 전체 도시 차원에서 특정 지역 재건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다음 단계는 앞에서 설명한 안전진단이에요. 안전진단까지 통과했다면 각 아파트 단지들이 구체적인 개발계획(정비계획)을 세워야 해요. 새로 지을 아파트는 몇 가구로 할지, 도로나 공원 등은 어떻게 배치할지를 정하는 것이죠.
다음에는 아파트 단지 집주인들에게 동의를 얻어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만들어야 해요. 조합을 만들 때는 재건축 사업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나누어 낼지, 전체 단지에 몇 평짜리 아파트를 몇 가구씩 지을지 등에 대한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요. 조합이 만들어지면 집주인들은 조합원 자격을 갖게 돼요.
이제 새 아파트를 지을 건설사를 정해야 한답니다.
여기까지 정해졌으면 만들어진 계획을 시청이나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해요. 허가가 끝나면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자신이 분양받을 아파트 면적과 분양금액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라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살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돼요. 이주가 끝나면 건물을 헐어내는 철거가 이루어지고, 새 아파트 공사가 시작됩니다. 집주인들은 2~3년 후 공사가 끝나면 새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거쳐야 할 절차가 참 많죠? 그래서 재건축을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려요. 10년이 넘도록 사업이 잘 안 되는 곳도 많답니다.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 재건축이 그동안 인기가 있었던 것은 헌 집이 새 집으로 바뀌는 데다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한 정은이네를 예로 들어볼게요. 재건축 전 정은이네 집은 60㎡였는데 별다른 추가 부담 없이 재건축 후 114㎡짜리 아파트를 갖게 됐어요. 정은이 부모님이 예전에 그 집을 살 때는 6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억원이 훨씬 넘는다니 재건축이 효자 노릇을 한 게 맞는 것 같네요.
하지만 재건축을 한다고 모두 정은이네처럼 그냥 넓은 집을 받게 되는 건 아녜요. 원래 가지고 있던 면적과 주변 집값 등을 감안해 추가로 돈을 더 낼 때도 많아요. 정은이네가 재건축을 추진할 때는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기였지만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지고 있을 때는 내야 할 돈이 더 많아져서 재건축이 쉽지 않아요.
8월 26일자 A30면 '재건축 투자 패러다임이 바뀐다' 기사를 보면 재건축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잘 설명돼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도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큰돈을 벌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나중에 살 집 한 채 장만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답니다.
[이은아 기자]
51. [매일경제][클릭 현장에서] 한국은행 재탄생 가능할까
한국은행이 들썩거리고 있다. 대규모 조직개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 조직개편은 불가피했다. 물가관리와 함께 한은 설립 목적에 새롭게 추가된 금융안정 기능을 담당할 새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예상을 넘어선 것은 조직개편 폭이다. 단순히 금융안정 부서를 하나 더 만드는 수준에 그칠 것 같지 않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조직을 완전히 들었다 놓을 정도로 확 바꿀 것이란 전언이다. 이미 선전포고도 했다.
김 총재는 최근 "2200여 명 조직에 200개 팀이 있다"며 "효율성 측면에서 팀당 20~30명의 팀원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중간간부 자리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세분된 팀제를 손대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셈이다.
금융안정 업무가 추가됐지만 당장 인력을 충원할 계획도 없다. '사람 더 뽑아 조직이나 확대하려고 한은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느냐'는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결국 기존 조직을 폐쇄ㆍ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한은법 통과로 조직 위상은 높아졌지만 간부들이 설 자리는 줄고 업무는 급증해 조직원 입장에서 별로 좋아질 게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배경이다.
인가ㆍ제재권 없는 검사권 확대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커졌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동안 한은은 경제위기 발생 시 사후 조치만 하면 됐지만 금융안정 기능 추가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책무도 맡게 됐다.
이를 위해 국회에 1년에 두 차례 금융안정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예방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짚어내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면 한은이 꼼짝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책임론에서 한은이 비껴나 있었는데 앞으로는 경제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면 한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커진다는 점에서 이성태 전 한은 총재도 금융안정 기능을 한은 설립 목적에 포함시키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변화에 선천적인 거부감을 갖는 조직문화 때문에 직원들이 대규모 조직개편 움직임과 갑작스레 커진 책임감을 버거워할 수 있다는 점을 김 총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중앙은행이 경제위기 해결은 물론 위기 방지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만큼 한은의 패러다임 변화 자체를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판을 완전히 뒤흔들어 급격한 변화를 주려는 것도 기존 패러다임을 유지한 채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직원들에 대한 경고다. 도전의식을 가지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라는 김 총재와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내부 직원 간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지에 따라 한은 재탄생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박봉권 경제부 차장 peak@mk.co.kr]
52. [매일경제][해외석학칼럼] 경제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
2007년에 시작된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동안 많은 사람은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만약 우리가 위기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경제 회복 전략을 짤 수 없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위기를 금융위기라고 불렀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금융회사 회복에 집중했다. 임시 처방으로 준비된 경기 부양책은 금융 부문 회복이 목적이었다. 그 결과 은행들 수익성이 회복됐고 은행 임직원들 보너스가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그러나 장기와 단기 금리 모두 저금리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대출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은행들은 약화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대출해줄 만한 신용도 높은 기업들이 줄었기 때문에 대출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자료들은 이 같은 은행들의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현금을 수조 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돈줄이 말라 은행 대출 창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위기의 명백한 원인은 금융 부문 규제 완화로 인한 무모함에 있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인의 과도한 모기지 차입도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위기 이전에도 경제는 취약했지만 부동산 버블이 그 취약성을 상쇄했다. 만약 부동산 버블이 없었다면 위기 이전에도 엄청난 총수요 부족이 일어났을 것이다. 미국 하위 80% 계층은 부동산 자산 증가의 영향으로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반면 저축률은 곤두박질쳤다. 금융회사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미국인들은 소비가 본인 소득 대비 100%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부동산 버블은 꺼지고 있지만 민간 소비는 결코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경제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했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했다.
우리는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해야만 한다. 미국과 전 세계는 자신들이 이룩한 성공의 희생양이 됐다. 제조업의 급격한 생산성 개선은 총수요의 성장보다 앞서 나갔다. 제조업 생산성의 빠른 개선은 고용 감소를 의미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나마 남아 있는 제조업 일자리조차 비교우위 논리에 따라 신흥국가로 이전되면서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제조업 고용 감소로 인해 제조업 기반 도시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이는 총수요를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노동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해야만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 고용 창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도 소득 중 상당 부분을 소비할 계층에서 소비할 필요가 없는 계층으로 부를 이전시켜 총수요 감소를 불러왔다. 이와 함께 에너지 자원 가격의 상승은 부를 미국과 유럽에서 중동 지역 산유국들로 이전시켰다. 산유국들의 막대한 저축도 총수요를 감소시킨 원인이다.
세계 경제의 총수요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은 신흥국들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이다. 이는 1997~1998년 동아시아 위기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가 잘못된 처방을 내렸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다. 신흥국들은 경제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쌓아 놓고 결코 소비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세계 경제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신흥국들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을 필요가 없는 금융시스템 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53. [매일경제][세상읽기] 교육공익에 기여하는 행복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은 계절. 시큼한 푸른 물이 떨어질 듯한 사과하늘이다. 입안에 공연히 침이 고여 올라온다. 살아 있는 감각의 충일감이 혹시 행복지수의 원천은 아닐까.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늘 아침, 우리는 정말 행복한지 자문해본다.
굳이 야외에 나가지 않아도 대학 캠퍼스에서 바라보는 이즈음 하늘은 청춘들의 꿈만큼이나 높고 푸르다. 어쩌다 옛 친구를 만나면 젊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니 좋겠단다. 친구는 그래도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라는 '청춘예찬' 구절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즘 청춘들은 많이 고달프다. 이들에겐 비싼 등록금, 아르바이트, 외국 어학연수, 휴학, 졸업, 취업난이라는 허들이 통과의례처럼 기다린다. 미래에 교사가 될 인재들도 마찬가지다.
교원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절박한 상황이다. 유권자 표를 만지작거리며 국가와 정치권이 직무유기한 결과다. 비겁하다. 아무도 거품을 거품이라 말하지 않는다. 타협과 조정의 용기도 보이지 않는다. 교원 신규 수요가 양성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이제 전 국민이 다 안다. 중등교원은 5% 정도다. 100명에게 자격증을 주고 5명만 교원으로 임용하는 상황이 누적되면 사범대학은 존립할 이유가 없다. 조만간 교원인력 양성체제가 임계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체제 불만이 체제에 대한 분노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교육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교육정의의 불안정한 상황이다. 공교육을 믿을 수 없는 구조가 점점 고착되고 있다. 무한경쟁체제가 지속되고 소수에 의한 자본 독점이 온존하는 이상 공교육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강한 경쟁력을 요구하려는 사교육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부가 대물림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도 대물림되며, 공교육은 우리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서서히 침몰해간다. 오늘 여기를 보라. 우리 사는 이곳은 고위공무원의 아내도 자녀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 황당하고 서글픈 사회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는 질 좋은 교육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팽창한 교원양성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도서산간벽지 학생들이라든지, 사교육이 발달하지 못한 소규모 도시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회균등 특별교육과정을 국가 차원에서 기획할 수 있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양성기관을 선정해 교육기부 희망자를 선발한 다음 졸업하기 전 한 학기 정도를 해당 지역에 가서 봉사하도록 한다. 제도 운영에 따르는 재정은 '착한 기업'에서 후원을 받으며 이를 관리하는 비영리재단 설립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동기와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다. 저소득 지역에 명문대학 졸업생들을 파견하는 미국 비영리재단 '티치 포 아메리카'가 성공한 것도 사실은 이 두 가지 요인이 작동했다. 미국 재단이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면 우리는 졸업 대상자들을 선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전국 교원양성기관들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구촌 곳곳에 '글로벌 앵거'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경제난과 부족한 일자리 탓이다. 소수의 탐욕과 대다수의 궁핍 구조가 대치되는 한 우리 삶의 행복은 요원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까운 곳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게 교육 기부다. 기회균등 특별교육과정은 교육 기부를 하는 학생도 행복하고 수혜자도 행복하며 재정 기부를 하는 기업도 행복해진다. 분노의 물결을 지혜롭게 잠재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재웅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
54. [매일경제][사설] 한국에도 상륙한 금융 탐욕 규탄 시위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금융계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투기자본에 경종을 울리는 세계적 운동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 규제 강화와 잘못된 금융정책에 대한 책임 규명, 금융소비자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여의도 점령’ 시위를 벌이겠다며 각계에 동참을 촉구했다. 같은 시각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도 노동ㆍ빈민ㆍ철거민단체 연대체인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시위를 벌일 것이라 한다. 저녁 때는 모두 한데 모여 ’1%에 맞선 99%의 행동’ 집회로 세를 불릴 계획이다.
15일에는 전 세계 25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시점에서 금융자본의 탐욕과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거듭되는 금융위기로 국민의 고통이 커진 만큼 금융계의 뼈아픈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귀담아들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금융가 점거 시위에 불법과 폭력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월가에서도 그런 전례가 없다. 금융계 규탄은 어디까지나 엄정한 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결했던 제주 강정마을과 부산 한진중공업 시위 현장들을 돌며 전문 시위꾼 노릇을 하던 바로 그 세력들이 이날 시위에도 선봉에 선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것이다.
더욱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막으려 선발대 격으로 여의도 금융가에 정권 반대 투쟁의 깃발을 집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면 공권력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 교통 흐름을 가로막거나 금융회사 유리창 하나라도 함부로 깨트리면 즉각 공권력을 행사해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비판이라 하더라도 불법ㆍ폭력 시위로는 시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질서를 흐트러트리면서 탐욕스러운 금융계와 책임지지 않는 정책당국에 맹성을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55. [매일경제]中企제품은 못생겼다고?…천만에! 대기업 못지않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동강의료기기 이준혁 대표는 지난해 4월 신제품 X레이를 만들면서 '디자인으로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소 딱딱하고 무서운 공간으로 인식되는 병원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의료기기들로 채워져 있다면 찾는 이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이 대표는 즉시 인터넷을 뒤져 '예쁜' 의료기기를 디자인 해 줄 만한 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산업디자인 업체 중 그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조건에 맞는 곳들은 너무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두 달가량 디자인업체를 찾았지만 결국 성과를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일 때문에 중소기업청을 찾았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다"고 했다. 행정 업무차 중기청을 방문했다가 중기청과 디자인진흥원이 기술력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이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그는 제품 개발비 일부를 지원받고 디자인 업체도 추천받아 성공적으로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원적외선 온열기 제조기업 에너지코리아(대표 이광성)도 정부 지원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원적외선 패널에 대한 국제특허를 보유한 에너지코리아는 천장형 원적외선 히터로 기술력을 인정받던 기업이었다. 원천기술의 적용범위를 넓히고자 책상 밑에 놓고 쓸 수 있는 족열기를 개발하려 했으나 마땅한 제품 디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천장형과 달리 탁상형은 사람들 시야에 자주 노출되므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때마침 중기청과 디자인진흥원의 지원사업을 접한 이광성 대표는 즉시 신청해 도움을 받았다. 이 대표는 "디자인 업체 제안에 따라 명품 브랜드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런 격자무늬 디자인으로 제품 방향을 잡았다"면서 "이달 중 샘플을, 올해 중 상업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술력만으로 승부하는 기업들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반면 애플 아이폰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과 디자인을 겸비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승승장구한다.
중기청과 디자인진흥원은 기술력 있는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이 디자인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도록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출 중소기업 산업디자인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에 채택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진흥원은 회사 규모에 따라 최대 3000만원까지 제품 개발비를 지원하고 검증된 전문 산업디자인 업체를 소개해 준다. 세부적인 지원 내용은 제품 디자인 설계, 도면 작성, 실물크기 모형(Mock-up) 제작 등이다. 사업 첫 해인 지난해 30개 기업에 대해 지원이 이뤄졌으며 올해는 지원기업 수를 73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디자인개발 수행 전문회사의 수도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53개로 늘었다.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높은 기술수준을 갖춰야 한다. 동강의료기기가 개발한 디지털 '씨암(C-arm) X레이'의 경우 LCD패널을 설치해 직관적인 기기 운용을 가능하게 했고 좁은 수술실에 적합하도록 삼각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기에 타사 제품과 차별화되도록 곡선미를 살린 디자인까지 가미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성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동강의료기기 제품에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첫 해 190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올해는 2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중동,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코리아 제품도 기술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기에 디자인진흥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에너지코리아가 구상한 족열기는 사람 몸에 이로운 원적외선을 열원으로 하며 히터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니크롬선 등을 이용한 히터와 비슷한 수준의 열을 발생시키지만 전기 사용량은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에너지코리아는 이 제품으로 내년에 3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자인진흥원은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홍보자료 제작도 지원한다. 제품소개서나 광고책자 등을 제작하는데 있어 현지 고객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원금은 매출 규모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이며 주요 지원내용은 제품설명서, 홍보 동영상, 수출제품용 포장디자인 등이다.
초음파의료기 제조기업 제이비의료기(대표 성기돈)는 디자인진흥원에서 소개받은 디자인컨설팅회사의 도움으로 러시아어 제품소개서를 제작해 이를 바이어 상담 및 제품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홍보자료 덕분에 지난달 러시아에 유통법인을 설립했으며 베트남 유통법인 설립도 협의 중이다.
이 밖에도 자국 언어 제품소개서를 요청하는 바이어도 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디자인 지원사업 혜택을 누린 이들 회사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이준혁 대표는 "자체적으로 했다면 우수한 디자인업체를 만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경험을 통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태 디자인진흥원장은 "중소기업들은 소수 제품으로 승부하는데 이에 따른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라며 "우리나라 수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들이 디자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지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 최용성 차장(팀장) / 홍종성 기자 / 노현 기자 / 박준형 기자 / 정순우 기자]
56. [매일경제][금융장터] `롤러코스터 환율` 걱정 덜어드려요
중소기업들의 최대 경영애로 중 하나는 환위험이다. 대기업에 비해 환율 예측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통화결제 수단이 한정적이라 환율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일쑤다. 환헤지마저 쉽지 않다. 상당수 기업이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험까지 있어 환위험 관리에 극히 소극적이다. 전통적인 환헤지 방법인 선물환거래를 이용하려고 해도 규모가 작아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 기업은행은 환위험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4시간 환율우대 서비스다.
기업은행은 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업체를 위해 연말까지 외환 시장 마감(오후 3시) 후에도 장중과 동일하게 원ㆍ달러 환율을 고시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장 마감 후 기준 환율에 통상 ±0.50원까지 적용하는 '은행 간 매입ㆍ매도 스프레드'를 장중 수준인 ±0.1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달러당 약 0.4원씩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은행 간 매입ㆍ매도 스프레드란 외환시장에서 은행끼리 사고파는 달러값 차이를 말하는데 여기에 은행 마진을 더해 고시 환율이 결정된다. 따라서 스프레드를 축소하면 그 폭만큼 고객은 환율을 우대받는 효과를 본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치로 장 마감 후 외환거래가 잦은 수출입업체들의 외환거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생긴 이익은 중소기업에 최대한 돌려주는 게 기업은행의 정책"이라며 "중소 수출입업체들이 환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또한 수출입 기업에 최고 90%까지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대상은 기업은행과 처음 외환거래를 시작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이란을 상대로 수출입하는 기업, 선물환거래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기업은행을 통해 수출입 경상거래를 할 경우 최고 90% 환율우대가 적용된다.
금융시장정보도 제공한다. 신청업체에 한해 매일 오전 8시 30분 '모닝커피와 마켓'이라는 제목의 시장정보 보고서를 이메일로 배포한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상황 및 핫이슈 분석(매일), 주요 글로벌 빅 이슈에 대한 세부 분석과 전문가 코멘트(수시) 등이다.
거래기업체 임직원의 수출입 실무능력 향상을 돕기 위해 무역실무 아카데미도 개최한다. 수출입업체 무역실무 담당자와 무역 관련 실무이론 습득을 원하는 고객이 대상으로 일선 기업은행 영업점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접수한다. 하반기 행사는 다음달 중순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오는 12월 30일까지 기업은행과 신규 거래하는 우량 외환업체(신용등급 BB+ 이상, 최근 1년간 10만달러 이상 거래)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도 제공한다. 총 154개 업체에 최고급 만년필과 명함지갑, 식사권, 영화관람권 등을 증정한다.
환위험을 제거한 외환상품도 판매 중이다. '원화경상거래'가 그것. 기업은행이 국내 은행권 최초로 시행하는 상품으로, 무역거래에서 결제통화를 기존 달러화 등의 외화에서 원화로 전환해 환위험을 제거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수출입거래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화예금업무는 물론 원화수출입거래, 원화송금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이란 제재조치로 인해 지난해 10월 1일 시행한 대이란 원화경상결제 거래에 이은 기업은행의 후속 조치로 '원화대외결제시스템'을 구축해 적용 대상 무역거래를 이란 외 국가로까지 확대했다. 기업은행의 해외 네트워크가 구축된 베트남 미국 일본 홍콩 영국 등 지역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현지 외국 은행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거래 가능 지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원화경상거래는 기업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은행 측은 밝혔다. 환전비용과 환위험관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보다 탄력적인 수출단가 적용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기업은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에서 해방돼 안정적인 이익관리가 가능해진다. 해외 수입기업이 부담하는 환리스크는 기업은행 해외지점에서 환헤지상품을 제공해 해소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지역은 미 달러화의 송금거래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실정으로 현지 진출기업들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기업은행은 설명했다.
57. [매일경제]수출 中企 돈 떼일 염려없게…국제 팩토링 서비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와 환율변동성 확대 등으로 무역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이 수출입 중소기업 돕기에 적극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 팩토링(factoring) 업무다. 기업은행은 무역 거래 방식이 외상거래 방식으로 변화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국제 팩토링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 팩토링 업무란 쉽게 말해 외상 무역거래를 은행이 지급보증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거래를 하는 수출입 업체와 업무 계약을 맺은 신용보증기관이 수입업체를 대신해 수출대금 지급을 보증함으로써 신용장 없이 수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은행이 수출자 요청에 따라 수입팩터를 통해 해외 수입자의 신용조사 결과와 지급보증 한도를 받으면 이를 근거로 수출자는 물품 선적 후 매입 의뢰를 진행하며, 기업은행은 향후 수입팩터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 업무를 통해 무신용장방식 또는 외상거래방식에서 발생하는 대금 미회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수입팩터의 보증으로 무역대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어 현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제 팩토링 업무는 외상거래 방식의 대금 회수가 염려되는 기업, 구매자가 신용장 개설을 꺼리는 기업, 반복되는 신용장 개설이 번거로운 기업 등에 적합한 무역거래 방식"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시스템으로 수출입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 밖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IBK 수출강소기업 500'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2년까지 우량기업 500곳을 선정해 수출강소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출강소기업 500 프로그램의 지원은 크게 금융지원과 비금융지원으로 나뉜다. 금융지원의 핵심은 '수출기업 육성자금대출'이다. 수출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대출금리를 최초 1년간 최고 2%포인트까지 우대한다. 비금융지원으로는 해외바이어 발굴지원, IBK 기업부동산 자문, 참! 좋은 무료컨설팅, 맞춤 환위험 관리, 수출입업무 지원 등 다양한 특화서비스를 제공한다.
58. [매일경제]中企 바라보는 색안경 이젠 벗으세요
20대 직장 여성인 이은선 씨(가명). 미모에다 유명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주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그녀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부모님이 너무 간판만을 중시한다고 생각해 반발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경제적인 면과 장래 발전 가능성 등을 따지고 보면 무턱대고 부모님 뜻을 반대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찬밥 신세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50%,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지만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임금은 물론이고 사회ㆍ문화적으로도 소홀한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중기청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중소기업 인식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만드는 385개 세계일류상품(2009년 지식경제부 선정) 중 228개가 중소기업 제품이며 이 중 67개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사자가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개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중소기업들의 장점을 제대로 알려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덜어주는 데 한몫하겠다는 것이 중기청 생각이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인식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대국민에 대한 인식 개선이 가장 기본적이라는 생각으로 사업 초기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캠페인을 추진했다. 2009년에는 케이블TV(69회), 영화관(45개관), 지하철,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등과 함께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캠페인(KBS, SBS 등 198회)'을 전개했다.
올해에는 중소기업 관련 퀴즈를 통해 중소기업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KBS '1대100' 프로그램에서 중소기업 특집을 방영했고, 중소기업 취업자와 창업자 성공스토리를 소개하는 휴먼 다큐 10편을 방영해 중소기업 취업의 이점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특성화고 학생 간 재능 대결을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 등에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제작ㆍ방영(24편, 11월 예정)해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작지만 강한 우리 중소기업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대국민 인식 개선과 더불어 주요 대상별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취업예비군인 대학생과 고등학생, 전역 예정자의 중소기업 인식을 개선하고, 학생, 교사, 신임 사무관을 대상으로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업 예정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는 중소기업 체험학습이 있다. 이 사업은 우수 중소기업 현장연수를 통해 청년층 인식을 개선해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방학기간 중 중소기업 연수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연수비(월 40만원), 기업에는 지도비(1인당 15만원), 학교에는 운영비(최대 250만원)를 지원한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장기연수(4주 이상) 6만명, 단기연수 45만명 등 수많은 학생들의 중소기업 인식 변화에 기여해왔다.
전역 예정 전경ㆍ군인 인식 개선 교육은 올해부터 국방부, 경찰청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이는 취업전선에 뛰어들 전역 예정자에게 중소기업 이해와 취업전략을 교육해 중소기업 유입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1300여 명의 전경ㆍ군인이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에 참여한 전경들은 큰 만족(5점 만점에 4.42점)을 보였고 참여자의 83.7%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사고 형성기에 있는 초ㆍ중ㆍ고등학생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교육을 통해 잘못된 인식이 배양되지 않도록 각급 학교 교과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ㆍ편향적 서술 23건을 발굴ㆍ개선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서울ㆍ대구 지방교육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교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중기청은 이 밖에도 매년 개최하는 '중소기업 사랑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을 통해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했다. 또 근로 여건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12월 예정)한 뒤 고용센터 등에 배포해 구직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우량 중소기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을 주도할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는 생각에 5급 공채 공무원의 중소기업 현장 체험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국가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며, 공채 사무관은 정책 입안을 책임질 인재라 중소기업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로 올해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있는 신임 사무관 329명을 대상으로 일주간의 중소기업 현장 체험을 실시했다. 체험을 마친 사무관들은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우리 중소기업의 가능성과 고충을 실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빵기계를 만드는 대흥제과제빵기계에서 현장 체험을 한 고미소 사무관은 "근로자들이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과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는 분위기가 좋았다"면서도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근무 조건과 전문 인력 부족, 자금지원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레미콘에서 일한 최영환 사무관은 "을의 입장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다"며 "중소기업들에 대한 좀 더 많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은물산에서 현장 체험을 한 박판규 사무관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해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수많은 근로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59. [매일경제][중소기업 컨설팅] 숨은 빚 파악후 M&A 해야
중소기업이 사업 확장 등을 목적으로 경쟁 중소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수ㆍ합병(M&A)은 인수를 추진하는 회사 경영자가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자칫 본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인수 시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인수 기업이 제시한 재무제표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금물이다. 인수 대상 기업은 정밀 실사를 피하고 인수협상을 일찍 마무리하기 위해 자체 실사 재무제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재무제표는 부실자산 중 일부만이 감액됐거나 부외부채가 가산되는 등 분식이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무작정 신뢰해 자체 재무실사나 회계법인의 정밀실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다. 최소한 약식 검토라도 해야 한다.
둘째, 특수관계자 채권ㆍ채무를 조심하자. 특수관계자 채권ㆍ채무는 자체 실사 과정 중 가장 집요하게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다. 실사 당시 기존 경영진의 가지급금 또는 가수금, 피인수기업 관계회사 채무 등을 파악하고 처리 방법을 분명하게 협의해야 한다. 실제 계약 후 기업을 매각한 측에서 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수가격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거나 부당 계상된 가수금, 관계사 채무 등의 상환을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세무 이슈가 예상되는 가지급금은 전액 상환 요구하고 부당한 채무는 부존재를 주장해 이를 인수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부실자산이나 부외부채 대상을 집중 점검하자. 실사 과정에서 발견한 회수 불가능한 매출채권, 불용 또는 장기체화 재고자산 등 자산 과다 계상이나 부채 과소 계상 항목을 파악해 인수가격에 정확히 반영하고 발생 원인 또한 점검해야 한다.
넷째, 우발부채의 완전한 파악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자. 현실적으로 실사를 아무리 정교하게 하더라도 우발부채를 전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영진 인터뷰 등을 적극 활용해 소송사건, 세무상 우발채무, 관계사 지급보증 등 우발부채를 파악하고 파악되지 않은 향후 발견될 우발채무는 매각자에게 부담시키는 규정을 인수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하자.
다섯째, 이해관계자가 적은 기업을 인수하자. 주주, 채권자, 관계회사 등 이해관계자가 다수 존재하는 중소기업은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관계회사 매각 정리, 주식소각 등을 통한 주주 정리, 여신 제공 금융회사 정리 등 매각자가 사전에 사업내용을 간소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중소기업 매매는 일상적인 거래가 아니므로 매각자와 매수자 간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인정하고 충분한 평가 과정을 통해 인수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향후 우발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복잡한 거래조건을 인수계약서에 규정하기보다 철저한 평가를 통해 애초에 적정가치로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현수 회계사 기업은행 IBK컨설팅부]
'Economic issu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10.15 (0) | 2011.10.16 |
---|---|
2011.10.14 (0) | 2011.10.15 |
2011.10.12 (0) | 2011.10.12 |
2011.10.11 (0) | 2011.10.11 |
2011.10.10 (0) | 2011.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