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3

Economic issues : 2011. 9. 3. 22:10

1. [매일경제]인간관계 잘맺어야 `백세팔팔`

◆ Happy 100 호모 헌드레드 ◆

싱가포르 시내 티옹바루 플라자 내 1층 맥도널드햄버거 가게. 손님 대부분은 젊은 세대지만 주문을 받는 사람도 할머니고, 햄버거를 쟁반에 놓는 사람도 할머니다. 가게 한쪽에서는 켄기 할아버지(74)가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 매튜 지배인은 "직원 40%가 65세 이상 노인인데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을 잘하고, 젊은 손님들도 친절해서 좋아한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노인들의 일하는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활기차다. 하지만 속사정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생계형 노동이 많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65세 이상 노인 중 78%는 자신이 준비해놓은 중앙적립연금(CPFㆍCentral Provident Fund)이 모자라 가족이나 지역사회단체에 의존한다.

유교적 가족관계가 빠른 속도로 해체되면서 자식은 부모를 잘 부양하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를 직접 모시고 살거나 용돈을 드리면 세금감면을 해주고 2000년부터 자식이 부모 부양을 안 할 경우 소송할 수 있는 '효도법'까지 시행하고 있다. 부모 부양을 회피하다 소송에서 패하면 5000달러 이하 벌금이나 6개월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효도법이 혈연 관계마저 해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CPF에 많은 저축을 해놓든지, 아니면 자신을 부양할 자식이나 친척, 지인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요즘 한국도 끈끈했던 가족관계가 빠른 속도로 흐트러지고 있다. '2010 서울시 가구구조 변화 분석'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2세대로 구성된 서울 거주 전통 핵가족은 10년 새 153만가구에서 132만가구로 13.5% 줄었다. 반면 부부 1세대로만 구성된 가족은 29만가구에서 42만가구로 47.2% 늘었다. 1인 가구는 50만가구에서 85만가구로 70.2%나 증가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도 102만명에 이른다. 2020년에는 151만명, 2030년에는 234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흥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자식들의 부모 부양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부모의 부양 기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은퇴 후 자녀와의 동거 의향에 10명 가운데 6명은 부정적이다. 결국 행복한 100세시대를 살아가려면 스스로 자립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었을 때 많이 벌어 저축하고 부부, 자식들, 친구들, 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활력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모 헌드레드' 세대의 행복은 부부, 자식, 지인과 어떤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다.

■ 싱가포르 `효도법` 무용지물…노후에도 생활전선에

홍송이 싱가포르대학 교수는 "싱가포르의 노인연금정책의 기본은 본인이 열심히 벌어 CPF계좌에 저축하면 그 안에서 쓰는 구조이고 이게 모자라면 가족이 지원해주고 정부는 마지막으로 보살펴주는 체계로 정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노인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소득ㆍ생활수준과 비교할 때 미미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저축해 놓은 만큼 살도록 한 싱가포르 노인 복지정책의 결과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젊은 날 제대로 저축하지 않으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월 800싱가포르달러 정도 주는데 이것으론 생계 유지가 안 된다. 게다가 치아 2개를 뽑는 비용이 300싱가포르달러에 이를 정도로 전반적인 의료비용은 비싸다. 이런 의료비는 본인의 CPF계좌에서 그대로 빠져나간다. 아파서 치료를 받게 되면 자신이 노후에 받아야 할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연금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싱가포르 국민들은 '돈이 없는 사람은 아프지 말고 그냥 죽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속담을 내뱉곤 한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행복한 노후를 맞는 사람은 아주 상위 부유층에 속하거나 젊었을 때부터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많은 연금을 쌓아둔 사람뿐이다. 이는 자기책임과 효율성을 강조한 싱가포르 고유의 연금체계의 어두운 그림자다.

반면 멕시코 사례는 비록 가난하지만 아직 가족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 자식들의 부모 봉양률도 아직은 높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인근 식당에서 만난 마리아나 씨(64ㆍ여) 가족. 2남1녀를 둔 그는 미혼인 막내 딸 엘레스티나 씨(32)와 함께 살아가는 멕시코의 흔한 실버세대다. 그녀는 미혼인 딸과 아들 내외 등 6명의 가족과 주 2~3회씩 식사를 함께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고 있는 큰아들은 생활비를 보내준다.

마리아나 씨는 "6명의 가족이 모이는 저녁식사 시간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며 "대부분의 멕시코 가족관계는 우리처럼 끈끈하다"고 설명한다.

레티시아 로블스 과달라하라대학 공공보건학부 교수는 "멕시코 가정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데 상당한 의의를 두는 전통이 있다"며 "빈곤층이 대부분이라 형편은 좋지 않지만 대신 가족 구성원 간의 친밀한 관계를 최대 과제로 여기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유대관계가 빈곤한 현실을 잊게 하는 멕시코와 달리 한국 실버세대 가정의 인간관계는 빠른 속도로 단절되어 가고 있다. 사는 게 각박해지는 상황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자녀의 출가가 당연시되면서 한국사회의 핵가족은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1~2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4~5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구구조의 패러다임이 변했듯이 핵가족의 형태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효' 개념에 바탕을 두고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도리로 여겨지던 아름다운 정서도 차츰 약해지고 있다. 자녀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심리적 유대관계도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녀가 노인세대 부모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줄 때 부모도, 자식도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자녀가 도움을 주지 않는 데다 도움을 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각각 51.8%, 2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움을 주는 자녀들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에게 정서적 도움을 줄 때에는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높고, 도움을 주고 싶지 않거나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도움을 줌으로써 갈등이 생긴다는 자녀층의 답변이 각각 40.0%, 22.5%로 나타났다.

실버세대의 갈등은 부모와 자녀 간에만 빚어지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실버세대 간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황혼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고령사회의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고령사회를 행복하게 살려면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유지하면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유대관계를 젊어서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획취재팀 / 동남아 = 서양원 팀장 / 북유럽 = 이창훈 / 일본 임상균 기자 / 미국 = 김인수 기자 / 중유럽 = 송성훈 기자 / 호주·뉴질랜드 = 전정홍 기자 / 남미 = 김유태 기자]


2. [매일경제]세계 제조업경기 동반 휘청

세계 제조업 경기가 휘청거리면서 향후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던 중국 같은 신흥시장에서도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1일 발표한 8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을 기록해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글로벌 제조업 PMI는 세계 주요국 연구소와 공급관리자협회(ISM) 자료를 모아 작성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만이 아니라 스위스 스웨덴 영국 등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유로존 제조업 경기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으로 돌아섰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ISM이 1일 발표한 8월 PMI는 50.6으로 지난 7월 50.9보다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도 비슷한 처지다. HSBC가 이날 발표한 중국의 8월 PMI는 49.9이다.

일본도 지난달 51.9로 나타나면서 3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 전망도 암울하다. 이날 미국 백악관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 2월 발표했던 2.7%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6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3.1~3.2%에서 2.7~2.9%로 조정한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3. [매일경제]MB "공기업 고졸 의무채용"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지금부터 의무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 출신 비율을 높여야 하고 많이 뽑아야 한다"면서 "공무원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고졸자 채용 우수기업인 수원시 반도체 검사장비 생산업체 윌테크놀러지에서 '제4차 공정사회추진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가 제도적인 것을 파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공무원 선발 시 일정 비율 이상 고졸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방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채용 때 지원자격을 '병역필ㆍ면제자'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240여 개에 달하는 공기업들의 인력채용 시 입사지원서의 학력과 병력난이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에 취업하는 고교 졸업자들은 호봉과 경력 산정에서 대학 졸업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다만 공기업 채용과정에서의 학력ㆍ병력 삭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일부 전문직군의 경우 고졸-대졸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졸 취업자로 4년 이상 근무하면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하도록 했다. 이는 신규 취업자와 함께 기존 근로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는 또 고졸 취업자도 대학 졸업생과 동등하게 24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부 특성화고 졸업자로서 중소제조업체에 근무한 경우만 입영 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것이 인문계 고교 졸업자이면서 업종 구분 없이 대기업을 취업한 경우에도 24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학생에 국한된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 선택제 역시 모든 입영 대상자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일부 특성화고 졸업자로서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했을 때만 입영 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것이 인문계 고교 졸업자이면서 업종 구분 없이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도 24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학생에 국한된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 선택제 역시 모든 입영 대상자로 확대한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중소기업 청년인턴 가운데 고졸인턴 규모를 1만2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제조업과 생산직 등 인력 부족 업종에 취업할 때 지급하는 취업 지원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1인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고졸 취업자에게 병역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교 공부와 직장, 군대에서 맡게 되는 업무 간 연계를 강화한다.

마이스터고에서 정밀기계과를 전공해 기업에서 자동차 정비업무를 담당하면 군대에서는 기계수리병을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ㆍ우량 중소기업과 고교 간 채용 협약을 확대해 마이스터고는 '100% 취업학교'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기업 사내 대학에 관련 중소기업 직원에 대해 입학을 허용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졸자 특별전형도 내년에는 30개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졸 출신이 세상을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고 출신이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면서 "어제 30대 그룹 총수들에게 고졸 출신들을 뽑아 인재로 키우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좋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또 "내가 운동선수 중에서 영국에 가서 축구를 잘하는 이청용 선수 팬"이라며 "팬인 이유는 그 친구가 중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이션'에 대해 "대학을 나와야 시집 장가를 가고, 애도 하나밖에 안 낳으니 자식 하나 있는 것을 대학에 보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도 기자 / 이진명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매일경제]MB "학력보다 능력 갖춘 인재 찾아야"

이렇게 되면 일부 특성화고 졸업자로서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했을 때만 입영 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것이 인문계 고교 졸업자이면서 업종 구분 없이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도 24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학생에 국한된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 선택제 역시 모든 입영 대상자로 확대한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중소기업 청년인턴 가운데 고졸인턴 규모를 1만2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제조업과 생산직 등 인력 부족 업종에 취업할 때 지급하는 취업 지원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1인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고졸 취업자에게 병역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교 공부와 직장, 군대에서 맡게 되는 업무 간 연계를 강화한다.

마이스터고에서 정밀기계과를 전공해 기업에서 자동차 정비업무를 담당하면 군대에서는 기계수리병을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ㆍ우량 중소기업과 고교 간 채용 협약을 확대해 마이스터고는 '100% 취업학교'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기업 사내 대학에 관련 중소기업 직원에 대해 입학을 허용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졸자 특별전형도 내년에는 30개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졸 출신이 세상을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고 출신이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면서 "어제 30대 그룹 총수들에게 고졸 출신들을 뽑아 인재로 키우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좋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또 "내가 운동선수 중에서 영국에 가서 축구를 잘하는 이청용 선수 팬"이라며 "팬인 이유는 그 친구가 중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이션'에 대해 "대학을 나와야 시집 장가를 가고, 애도 하나밖에 안 낳으니 자식 하나 있는 것을 대학에 보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도 기자 / 이진명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4. [매일경제]UAE국부펀드, 주식 하루 5천억 샀다

자산 규모가 최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한국 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최근 주식 500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쓸어담은 데 이어 다음달 국내 위탁운용사 2~3곳을 선정해 추가 투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아부다비투자청은 이미 국내 증시에 3조~5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수조 원을 추가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이 지난 1일 하루 동안 국내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5000억원어치를 대거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날 두 달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절반이 UAE 국부펀드 자금으로 추정됐다. 대규모 순매수를 주도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5000억원) 네덜란드(1700억원)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투자금은 프로그램 매수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인 것인지, 추세인지는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국내 운용사 대표는 "아부다비투자청이 이머징국가 중에서 유독 한국을 집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 같다"며 "신흥시장 내에서도 우리나라 성장의 질과 양이 단연 돋보이는 데다 최근 주가마저 급락해 매력적으로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중동계 국가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국내 증시 투자 규모가 크다. 아랍에미리트 자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2009년 말 5조4455억원에서 2010년 말 6조8357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 "오일머니 수조원 추가유입 가능성"

시장에선 아랍에미리트 자금의 한국 증시 유입이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운용주체인 아부다비투자청은 최근 국내 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지 위탁운용사 선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국내 한 대형 운용사 운용담당 임원이 ADIA를 직접 방문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아부다비투자청 요청에 따라 비공식 접촉을 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밝히기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부다비투자청 측과 접촉했다는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아부다비투자청이 잠정후보군을 압축하는 단계로 이르면 10월쯤이면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ADIA는 피델리티 등 글로벌 펀드를 통해 한국에 투자해 왔으나 투자 전문성 제고를 위해 현지 운용사 선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 왕실 자금을 운용하는 ADIA는 투자 대상과 구체적 자금 규모가 베일에 가려 있지만 최소 6000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3000억달러 규모인 중국투자공사에 비해 2~3배에 이르며 국부펀드로는 세계 최대로 알려져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ADIA가 한국 주식을 사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라며 "현지 운용사 선정에 착수했다는 것은 한국 관련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기업 경쟁력, 경제 펀더멘털 등에 대한 평가가 매우 우호적이며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ADIA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도 관여하고 있다. 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인 아바르(AABAR)는 ADIA가 관할하는 투자기관이다.

아랍에미리트 자금 유입은 외국인 투자국 다변화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유난히 큰 변동성을 보인 것은 외국인 전체 보유액 대비 6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 4개국이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중관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걸프산유국의 국외 투자 자산 중 주식에 투자 가능한 금액은 약 8000억달러다. FTSE 기준 신흥금융시장 투자 비중, 신흥시장 중 한국 비중을 고려하면 연간 4조원이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라면 하나를 수출하더라도 쇠고기 건더기 재료는 할랄(HALALㆍ이슬람 율법이 허용하는 것) 인증에 따라 도축된 재료를 써야 중동 투자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정과 사회생활뿐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 자체를 다문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유럽을 비롯한 기존 선진국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이슬람 지역은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슬람 시장을 무시하고서는 앞으로 자금 조달에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 박용범 기자]


5. [매일경제]경고음 울리는 美·유럽 제조업 경기

전 세계 제조업이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재정위기 여파로 타격을 받고 있는 선진국 경기 탓이다.

요즘 유로존 국가들은 물론 미국 경제는 재정긴축 여파로 크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신흥국에서도 제조업 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실물경제의 근간으로 향후 경기의 바로미터가 된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둔화 신호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접어들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 위축 현상의 원조는 유럽이다.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인 마르키트에 따르면 8월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7월 50.4보다 하락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상승세를, 50 밑이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이는 유로존의 8월 제조업경기가 2년 만에 가장 악화된 것은 물론 사실상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PMI가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등 국가와 함께 50 이하로 떨어졌다. 더욱이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지난달 제조업이 부진을 겪은 점은 유럽 전체 제조업 경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8월 PMI는 50.6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48.5)를 웃돌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지수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수주지수만 소폭 상승했을 뿐 재고, 고용, 수출수주 등 나머지 세부 지수들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신규 수주보다 재고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제조업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출에 있다. 미국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수출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8월 신규 수출지수는 50.5를 기록해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 수주가 줄어들면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수출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이던 아시아 국가들도 휘청거리는 선진국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8월 PMI는 49.9로 전월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5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으로 제조업지수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제조업 둔화세를 기록했다. 9개월째 이어지던 신규 주문 증가세도 끝났다.

이 같은 글로벌 제조업경기를 감안하면 경제 비관론이 확산될 만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내년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이 60%를 넘는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거의 정체됐다"며 "미국만이 아니라 유로존과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정책도구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책도구가 없어 고민인 것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제조업 경기가 악화됐다"며 "아시아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결국 세계는 8일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완화된 통화정책만 기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투자자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을 대책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9월에 대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정혁훈 기자]


6. [매일경제]잘 버티던 중국도 신규수출 최악

지난 7월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했던 중국이 앞으로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2년여 만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가 지난 1일 발표한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하며 5개월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PMI 세부항목 가운데 수요를 반영하는 신규 주문지수와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모두 약세였다. 특히 8월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8.3으로 7월 50.4보다 2.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PMI는 실물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가 상승세를 탄다는 것이고 50 밑이면 하락세로 도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50을 밑돌면서 중국의 수출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장리췬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PMI가 소폭 반등해 경기둔화 추세가 완화됐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대폭 하락해 수출증가세가 크게 약해질 것을 예고한다"며 "수요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7. [매일경제]한국 리튬전지 점유율, 日 꺾고 세계 1위 됐다

한국의 세계 리튬이온전지 생산규모가 일본을 누르고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2일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분기(4~6월)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2.6%로 일본(33.7%)을 누르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 한국은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이 4.9%포인트 오른 반면 일본은 4.3%포인트 내려갔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한국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 일본에서는 파나소닉, 산요전기, 소니 등이 생산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 삼성SDI가 전 분기 대비 4.3%포인트 점유율을 올리며 25.3%를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랐다. LG화학도 전 분기 대비 0.7%포인트 오른 17.3%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산요전기는 1.4%포인트 하락한 18.4%에 머물면서 2위를, 소니 역시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7.9%로 점유율이 추락해 4위를 기록했다. 5위는 4.6%를 기록한 파나소닉이 차지했다.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소니가 처음 개발한 이후 2008년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국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엔고로 일본 기업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원화 약세와 영업력을 앞세운 한국 기업의 거센 공세로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 1분기 일본 38%, 한국 37.7%로 바짝 따라붙은 데 이어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 한국 업체가 스마트폰용 전지 판매 호조로 영업이 잘된 반면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여파로 소니 공장 2곳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게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 성장 배경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 호조 덕분"이라며 "기존 휴대전화나 노트북PC용 전지에서는 일본이 우위를 지켰지만 스마트폰용 전지에서는 한국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한국이 리튬이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시장에서 사용량 1위로 오르면서 리튬이온시장 세계 1위 등극을 예고했다"며 "한국 업체가 일본에 비해 공격적인 양산 투자에 나서고 있고, 특히 전기차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이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IT전문 조사기관인 IIT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으로도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올해 리튬이온전지 생산목표를 10억개로 정해 최대 라이벌인 산요의 목표치 8억3000만개를 넘어섰다. LG화학도 올해 7억5000만개를 생산해 산요를 바짝 추격할 전망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한국의 세계 시장 1위는 한 분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2차전지 분야에서 국내 '빅2'인 삼성SDI와 LG화학이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리튬이온전지 관련 시설에 3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대형 2차전지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2013년까지 2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초 1조원보다 2배나 늘어난 수치다. LG화학은 2015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5% 점유율을 차지해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유식 솔라앤에너지 상무는 "아직 일본이 기술력은 다소 앞서지만 한국 업체는 지난 10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기술 격차를 거의 다 따라잡았다"며 "이제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튬이온전지가 IT와 전기차 등 완제품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글로벌 시장 상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 등 한국 업체는 경쟁사인 일본 산요나 소니에 비해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IT 수요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원가경쟁력과 고객구조를 보유한 국내 업체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고재만 기자]


8. [매일경제]에너지공기업 빚 113조…6개월새 20% 급증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등 6대 에너지 공기업 부채가 6개월 사이에 급증해 사상 처음 11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급증으로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자산부채비율도 처음으로 60%에 육박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염려에 정부가 요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쳐 공기업 경영지표가 악화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감독원과 개별 공기업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전력(발전자회사 포함) 가스공사 석유공사 지역난방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6대 에너지 공기업 부채는 113조2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는 94조6191억원으로 6개월 사이에 19.7%나 늘었고 2008년 말(73조9543억원)과 비교하면 3년도 안 돼 53.8% 급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자산부채비율도 49.1%에서 59.9%로 상승했다.

규모별로는 한전(자회사 포함) 76조526억원, 가스공사 20조6673억원, 석유공사 10조3940억원, 난방공사 2조9880억원, 광물자원공사 1조7935억원, 석탄공사 1조3148억원 순이다.

특히 한전은 자산(IFRS-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131조3747억원, 부채가 76조526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9조91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780억원 적자에서 1조3042억원 적자로 오히려 악화됐다.

국제 유가는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으나 전기요금 인상 폭은 낮아 전기 판매량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다. 발전원가에서 연료비 비중은 80%로 높은 반면 전기요금 원가보상률은 7월 86.1%였다. 100원짜리 전기를 86.1원에 팔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 요금을 4.9% 올렸지만 원가보상률은 90.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한전 판단이다. 물가 불안 속 원자재 값 폭등→요금 소폭 인상→부채 증가라는 악순환인 셈이다.

석유공사는 IFRS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 규모가 10조3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나 해외 법인들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는 이달 중순 집계를 완료할 예정이어서 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가 35% 수준이다. 자산총계는 20조8106억원으로 자산부채비율이 49.9%로 안정적이나 1년 안에 환급받을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4827억원에 불과했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이 40.2%로 나타나 단기채무지급능력이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5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765억원으로 2.4% 증가하는 등 실적은 개선 중이나 유동부채는 분명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이는 2008년 6월 정부의 석유공사 대형화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수ㆍ합병을 추진해서다. 현재도 재무위험 최소화 방안, 광구 탐사 성공률 제고, 예산 절감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향후 석유 가격이 급락하면 투자자금 회수 어려움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점검에 돌입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일 대구 상공회의소에서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60개 주요 공공기관장과 함께 증가하는 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도 부채 증가 원인이다. IFRS는 자산 부채에 대한 평가가 까다롭다. 기존 GAAP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자산 부채에 대해서는 취득원가를 반영했지만 IFRS에서는 시가로 계산한다. 연결 재무제표도 예전에는 자산 100억원 미만인 소규모 자회사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은 제외했으나 올해부터는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예외 없다.

따라서 국외 투자가 많은 에너지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상 법인이 늘어나면서 자산 부채가 함께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가스공사는 작년 연결 대상 종속회사가 10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 22개로 확대됐다. 인도네시아 탐사사업, 극동 러시아 가스사업 등이 대상이다.

향후 IFRS를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부채 규모는 한꺼번에 급증할 수 있다. 지난해 286개 공공기관 부채는 386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늘었는데, 내년에는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덕 기자]


9. [매일경제]도요타 "한국車부품 더 사라"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 본사 사장 접견실.

홍석우 KOTRA 사장은 이날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20여 분간 자동차산업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홍 사장이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과 전시상담회를 연다는 소식에 한국 부품업체들의 기대가 높다"고 하자,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최근 현대ㆍ기아차 약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자동차부품 전시회가 실질적인 결실을 보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직접 한국차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도요타가 한국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도요타는 한국산 부품 구매에 적극 나섰다. 부품 조달처 다변화를 위해서다.

KOTRA 관계자는 "도요타 경영진이 최근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회를 둘러본 뒤 한국산 부품 구매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특히 도요타 규슈공장은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서 한국산 부품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OTRA는 지난달 29~30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 본사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한국 부품업체 34개사가 참가해 전장과 배기 등 58개 자동차 부품을 선보였다. 한국산 부품에 대한 일본 측 반응은 뜨거웠다. 행사장을 찾은 바이어 2400여 명이 한국 업체와 640건의 상담을 했다. 금액으로는 9900만달러다. 아울러 국내 기업 5개사가 도요타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도요타와 참가 기업 간 1대1 상담건수는 49건에 달했다.

최종 계약을 맺은 사례도 나왔다. 한국 부품업체 P사는 도요타 협력사 U사와 4륜 구동형 자동차용 동력전달장치를 납품한다는 비공개유지협약(NDR)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500만달러에 이른다. 또 I사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전장제품 공급사로 결정됐다.

도요다 쇼이치로 도요타 명예회장과 사사키 신이치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전시장을 방문해 한국산 부품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개막식부터 전시장을 찾아 한국 업체 직원들에게 깍듯한 인사를 하며 한국 부품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한다. 그는 오후에도 다시 전시장을 찾아 곳곳을 둘러봤다.

홍 사장은 "한국산 부품에 대한 도요타 측의 관심이 컸던 행사"라며 "일본뿐 아니라 인도 도요타법인에서도 직원이 나와 한국 부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타진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KOTRA 관계자는 "도요타가 지난 7월 초 해외부품 조달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업체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일본 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부품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도요타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승환 기자]


10. [매일경제][MONEY UP] 보금자리론·새희망홀씨부터 `노크`

시중은행들이 지난 1일부터 가계대출을 재개했지만 대출을 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당국이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0.6% 이내로 억제하고 있어 은행마다 가계대출을 까다롭게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가계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는 "1단계로 먼저 금융당국이 규제하지 않는 가계대출 상품을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국민주택기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은 금융당국이 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서민금융 상품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대출 조건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려주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은 지난 1일부터 금리가 연 5.2%에서 4.7%로 0.5%포인트 낮아졌다. 기존 대출 계약자도 1일 상환분부터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는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1일부터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 10~30년 동안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U-보금자리론 기본형'의 금리는 연 5.0%(10년)~연 5.25%(30년)로 종전보다 낮아진다. 대출 초기 3년 동안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고서 거치기간 종료 시점 이후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은 4.6%(10년)~연 4.85%(30년)다. 그러나 상당수 서민금융 대출 상품은 서민이 대상이기 때문에 일정 소득 이상의 가계는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가계는 2단계로 당국의 규제가 약한 상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 고정금리 상품과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변동금리ㆍ일시상환형 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당국의 규제가 매우 약하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고객은 고정금리 상품은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다며 망설이고 있지만 일부 상품에서는 변동금리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신한안전모기지론은 최저 3년에서 최장 15년까지 5~5.8%(기본형)로 돈을 빌려준다. 반면 변동금리형 상품은 금리가 연 5.19~6.59%로 고정금리 상품보다 금리 부담이 높다.

지난 1일 출시된 하나은행 고정금리 상품도 마찬가지다. 고정금리형 기준 연 5.04~5.78%로 양도성 예금증서(CD)나 신규 코픽스 기준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구간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인 만큼 0.5%포인트 정도의 추가 금리로 금리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면 고객 입장에선 충분히 유리하다"며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시되는 금리 기준에 너무 얽매여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개인별 신용등급이나 주거래 여부 등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려 할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도 신경 써야 한다. 보통 은행들은 대출 후 1년까지는 1.5%, 1~2년까지는 1%, 2~3년까지는 0.5%를 책정한다.

정부 규제가 약한 고정금리 대출도 싫다면 3단계 전략은 월초에 빨리 대출을 받는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은 사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가장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매달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만큼 규제가 강한 상품일수록 월초에 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인수 기자 / 전정홍 기자]


11. [매일경제]"더블딥따른 유로존 해체 위험 높다"

"향후 2년 내에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최소한 40% 이상으로 높습니다. 같은 기간 유로존의 해체 위험도 최소한 40% 이상으로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1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아ㆍ태 지역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로스 오브라이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 이사는 전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IU는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리서치 계열사로 전 세계 국가별 경제 전반에 대한 중장기 분석에 정평이 난 회사다.

오브라이언 이사는 "2008년과 2009년 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고무돼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러나 금융 투자자들은 활기를 띤 반면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면서 대차대조표상의 기록적인 현금 보유량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요동하는 시장의 모습은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옳았고 주식시장 상승을 예견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에 대한 우려와 유로존의 흔들림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정체되거나 적어도 장기간 침체될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오브라이언 이사는 "2년 전과는 대조적으로 각국 정부는 재개된 경기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도구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지금으로선 우리의 중론은 불경기가 재개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미국과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이상 감소하고 글로벌 성장이 1.5%를 밑돌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오브라이언 이사는 또한 "서구의 새로운 경기 침체는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처럼 세계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 전혀 이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에는 박재완 재정경제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정책담당자들과 금융업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러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매일경제 독자들에겐 참석비의 20% 할인 혜택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의 (02)708-2681 또는 www.economistconferences.com/BW2011/KR

[송성훈 기자]


12. [매일경제]장기 국고채 금리 사상최저

장기 국고채 금리가 시나브로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장기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보험사와 연금 등 장기투자기관의 장기채 수요가 높아진 반면 공급은 한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3.79%로 장을 마쳐 10년물이 상장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3.81%로 내려가 2004년 12월 21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 3.81%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었다. 2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3.88%를 기록해 역시 2006년 상장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3.44%에, 5년물 금리는 0.01%포인트 내린 3.57%에 장을 마감했다. 3년물 금리에 이어 5년물 금리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 3.59%를 밑돌았다.

한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121억9000만달러로 전월에 비해 11억6000만달러 늘었다. 사상 최고치다.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면서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 보유액이 지난달에 비해 45억7000만달러 늘어난 2798억4000만달러로 커져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89.6%)이 90%에 육박했다. 7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6월 말 현재 3조1975억달러이고 그 뒤를 일본(1조1509억달러) 러시아(5339억달러)가 이었다.

[박봉권 기자]


13. [매일경제]오바마 연설시간도 마음대로 못정해

공화당 출신 존 베이너 하원 의장 반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시간을 옮겨야 했던 백악관이 이번엔 연설시간을 잡지 못해 쩔쩔맸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당초 7일 오후 8시(이하 미 동부시간)로 예정됐던 대통령의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시간이 8일 저녁으로 옮겨지면서 예상됐던 난관에 부딪혔다.

8일 오후 8시 30분부터는 미국 국민이 만사를 제치고 열광하는 미국프로풋볼(NFL) 개막식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그린베이 패커스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당초 연설 시작 시간을 8일 오후 8시로 정했다. 그러나 연설 30분 후부터 NFL 개막 경기가 시작된다는 점이 신경 쓰였는지 1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제이 카니 대변인은 "여러분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킥오프' 전에 (연설을)마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 연설은 '식전 축하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더했다.

그러나 이번엔 언론이 들고 일어났다. 백악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연설이 박수와 야유로 예정된 시간을 넘긴다면 NFL 개막전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였다. 일부 매체는 아예 시간을 옮기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NFL 개막식이라는 국민의 축제 시간을 앞두고 만에 하나라도 오바마 대통령 연설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악재가 된다는 사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이 4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백악관 공보팀들은 염려했다.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당초보다 30분 앞당겨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는 방안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 시간은 개막전 축하쇼와 겹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급기야 7시 안이 나왔다. 미국에서 오후 7시는 가족 저녁식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8시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시간대로 통한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결국 백악관은 난상토론 끝에 8일 오후 7시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예정했던 7일 밤은 공화당 반대에 부딪혀 하루가 연기되더니, 이번엔 풋볼경기 개막식 때문에 대통령 연설시간마저 바꾸는 수모를 겪는 순간이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14. [매일경제]`미국의 미래` 라던 솔린드라 파산

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가 조만간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산업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태양광기업인 솔린드라는 원통형의 고효율 태양전지라는 저비용 고효율의 획기적인 제품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기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5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솔린드라 공장을 방문해 "미래가 여기에 있다. 경제 성장의 진정한 동력은 언제나 솔린드라 같은 업체가 될 것이며 이는 언제나 미국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일간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솔린드라는 지난해 9월 7억3300만달러를 들여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 생산시설을 완공하는 등 미국 태양광산업을 선도해 나갔다.

그러나 대규모 정부보조금으로 덩치를 키운 JA솔라, 선테크 등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은 뒤지지만, 기존 기술로 만든 저가의 태양광 패널을 대량 생산해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다.

2009년 중국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한 돈은 무려 346억달러(약 38조7000억원). 미국의 두 배에 달했다. 그 바람에 중국 기업들은 이미 태양전지 패널과 풍력 터빈 생산 용량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급기야 중국 태양광 패널회사들은 미국 최대 태양광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말 기준 40%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기술력은 앞섰으나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솔린드라 등 실리콘밸리 출신의 태양광업체들은 미국 패널시장에서조차 중국 업체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가만있진 않았다.

연방정부는 솔린드라가 프리몬트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대출금 5억3500만달러의 보증까지 섰다.

그러나 프리몬트 공장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태양광 패널 가격을 40%나 낮췄다.

솔린드라는 고객들에게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당초 예정보다 2개월 빠른 지난해 9월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등 중국 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대체에너지 기업들에 부적절한 지원을 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까지 벌였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정부가 청정에너지기업에 제공한 보조금 등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철강노조의 청원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막대한 정부보조금, 저리 대출, 값싼 노동력과 규모를 견뎌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솔린드라의 경영난은 심화됐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직원들도 정리해고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15. [매일경제]日외무상은 우익·재무상은 경제문외한

일본 외무상에 겐바 고이치로 전 민주당 정조회장, 재무상에 아즈미 준 전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이 기용됐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일 새 내각의 외무상에 겐바 전 민주당 정조회장, 재무상에 아즈미 전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각각 발탁하는 등 장관 인선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내각을 출범했다.

겐바 외무상과 아즈미 재무상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노다 당시 재무상을 지원한 측근이다.

겐바 외무상은 차기 또는 차차기 총리감으로 평가되는 민주당 핵심 정치인으로 중의원 6선이며, 노다 총리의 마쓰시타정경숙 후배다.

1993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주로 선거대책위원장, 간사장 대리, 분권조사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방분권, 재정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외교 분야에서는 뚜렷한 경험이 없다. 우익으로 간 나오토 총리의 지난해 한ㆍ일 강제병합 100년 사죄담화 때 부정적 입장이었으며, 일본군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등의 전후보상에도 반대하고 있다.

겐바 외무상은 특히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올 1월 국가전략상 자격으로 방한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명박 대통령 방일에 맞춰 FTA 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즈미 신임 재무상은 경제정책에는 문외한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 당내에서도 그의 경제적 시각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중진의원의 말을 인용해 "그가 경제정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는 당내 경제정책 업무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최근에는 자민당과의 관계개선에만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노다 총리는 또 법무상에 히라오카 히데오 총무부대신, 경제산업상에 하치로 요시오 전 국회대책위원장, 방위상에 이치카와 야무오 전 민주당 부간사장을 선발했다.

국가공안위원장에는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의 측근인 야마오카 겐지 전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총무상에는 가와바타 다쓰오 전 문부과학상, 국토교통상에는 마에다 다케시 참의원 예산위원장, 문부과학상에는 나카가와 마사하루 전 문부과학성 부대신, 국가전략담당상에는 후루카와 모토히사 관방장관을 임명했다.

이번 내각 구성은 관방장관, 외무상, 재무상 등 핵심 장관에는 측근을 기용해 국정 주도권을 장악하고 원전사고담당, 부흥담당 등 실무장관 자리는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임시키는 특징을 나타냈다.

한편 노다총리는 전임 간 총리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정권 방침에 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임 중 총리나 각료는 (야스쿠니 신사에)공식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16. [매일경제]불면증 미국인, 근로손실 632억달러

'꾸벅, 꾸벅…."

최근 후텁지근한 날씨와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직장인을 흔히 볼 수 있다.

'피곤해서 그러겠지' 이해는 하지만 이는 회사 관점에서 보면 무단결근보다 더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에 관한 전문학술지 '슬립(Sleep)'은 2일 미국 근로자들이 불면으로 인해 연간 총 632억달러(약 67조원)에 이르는 생산성 손실을 가져온다고 발표했다.

근로자 74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 근로자 4명당 1명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에 따른 근로시간 손실을 날짜로 환산하면 11.3일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근로자 1인당 생산손실 2280달러, 미국 전체로는 총 632억달러에 달하는 생산손실을 가져오는 셈이다.

결국 불면증이 무단결근보다 낮은 생산성과 더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고용주들이 무단결근에는 엄격히 대처하지만 근로자 불면에는 소극적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구를 담당한 로널드 케슬러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정신병역학)는 "보통 사람들이 불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이처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인들은 (무단결근으로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지만)불면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그들은 일터로 가지만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여서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용주들이 불면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생산성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 지었다.

한편 같은 잡지에 발표된 논문 '불면과 자살 관계'에서는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잠을 잘 자는 사람보다 자살률이 최대 4.3배 높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노르웨이 20세 이상 성인 7만4977명을 대상으로 1984년부터 2004년까지 2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다. 조사 대상자 중 3%는 '매일', 5%는 '자주', '31%'는 '가끔' 잠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기간 20년 동안 대상자 중에 188명이 자살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면 부족과 자살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매일 잠자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자살 위험이 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2.7배, '가끔'은 1.9배가량 자살 위험이 높았다. 남녀 성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연령별로는 50세 미만 젊은 층에서 수면 부족 시 자살 가능성이 높았다.

수면 부족인 사람에 대한 정신치료제와 술은 어느 정도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매일 잠자는 데 어려운 사람은 이러한 처방이 오히려 자살 가능성을 두 배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수면 부족에 의한 자살은 대개 심각한 걱정과 우울증을 동반한다"며 "의사들은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처방할 때 이 같은 취약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찬동 기자]


17. [매일경제]유럽국가 재정긴축 흔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이 추진하는 개혁에 잇달아 제동이 걸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염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일(현지시간) 지방의회를 비롯한 비판 여론에 밀려 당초 내놨던 균형예산 달성을 위한 긴축정책안을 대폭 수정해 타협안을 내놨다.

타협안 핵심은 부자들에 대한 부유세 과세안, 부가가치세 증액안, 지방의회 지출 삭감안을 철회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연간 9만유로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에 추가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연대세'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지난달 29일 돌연 철회했다.

부자 증세를 취소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대신 모든 국민에게 세금 부담이 돌아가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455억유로에 이르는 재정적자 감축안을 내놨으나 정부가 이 감축안에 수정을 가함에 따라 재정이 40억~60억유로 부족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부유세를 징수할 계획이었던 스페인도 당분간 부유세 과세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도 유로존 재정ㆍ부채 감축 압력 속에 긴축재정안에 부유세를 포함시킬 것으로 예견됐지만 정부 대변인이 1일 "부유세 부활을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현 의회에서 부유세를 새로 도입해 통과시킬 시간이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조건으로 그리스가 약속한 부가가치세 증액도 자영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리스 카페ㆍ레스토랑 업주들은 경기 침체로 요식업계 대부분이 지난 1년간 20~40%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현재 13%에서 23%로 10%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주영 기자]


18. [매일경제]▶ 1번에서 계속 : 인간관계 잘맺어야 `백세팔팔`

◆ Happy 100 호모 헌드레드 ◆

 홍송이 싱가포르대학 교수는 "싱가포르의 노인연금정책의 기본은 본인이 열심히 벌어 CPF계좌에 저축하면 그 안에서 쓰는 구조이고 이게 모자라면 가족이 지원해주고 정부는 마지막으로 보살펴주는 체계로 정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노인들을 위한 지원체계는 소득ㆍ생활수준과 비교할 때 미미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저축해 놓은 만큼 살도록 한 싱가포르 노인 복지정책의 결과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젊은 날 제대로 저축하지 않으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월 800싱가포르달러 정도 주는데 이것으론 생계 유지가 안 된다. 게다가 치아 2개를 뽑는 비용이 300싱가포르달러에 이를 정도로 전반적인 의료비용은 비싸다. 이런 의료비는 본인의 CPF계좌에서 그대로 빠져나간다. 아파서 치료를 받게 되면 자신이 노후에 받아야 할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연금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싱가포르 국민들은 '돈이 없는 사람은 아프지 말고 그냥 죽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속담을 내뱉곤 한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행복한 노후를 맞는 사람은 아주 상위 부유층에 속하거나 젊었을 때부터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많은 연금을 쌓아둔 사람뿐이다. 이는 자기책임과 효율성을 강조한 싱가포르 고유의 연금체계의 어두운 그림자다.

반면 멕시코 사례는 비록 가난하지만 아직 가족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 자식들의 부모 봉양률도 아직은 높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인근 식당에서 만난 마리아나 씨(64ㆍ여) 가족. 2남1녀를 둔 그는 미혼인 막내 딸 엘레스티나 씨(32)와 함께 살아가는 멕시코의 흔한 실버세대다. 그녀는 미혼인 딸과 아들 내외 등 6명의 가족과 주 2~3회씩 식사를 함께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고 있는 큰아들은 생활비를 보내준다.

마리아나 씨는 "6명의 가족이 모이는 저녁식사 시간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며 "대부분의 멕시코 가족관계는 우리처럼 끈끈하다"고 설명한다.

레티시아 로블스 과달라하라대학 공공보건학부 교수는 "멕시코 가정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데 상당한 의의를 두는 전통이 있다"며 "빈곤층이 대부분이라 형편은 좋지 않지만 대신 가족 구성원 간의 친밀한 관계를 최대 과제로 여기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유대관계가 빈곤한 현실을 잊게 하는 멕시코와 달리 한국 실버세대 가정의 인간관계는 빠른 속도로 단절되어 가고 있다. 사는 게 각박해지는 상황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자녀의 출가가 당연시되면서 한국사회의 핵가족은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1~2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4~5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구구조의 패러다임이 변했듯이 핵가족의 형태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효' 개념에 바탕을 두고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도리로 여겨지던 아름다운 정서도 차츰 약해지고 있다. 자녀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심리적 유대관계도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녀가 노인세대 부모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줄 때 부모도, 자식도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자녀가 도움을 주지 않는 데다 도움을 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각각 51.8%, 2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움을 주는 자녀들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에게 정서적 도움을 줄 때에는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높고, 도움을 주고 싶지 않거나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도움을 줌으로써 갈등이 생긴다는 자녀층의 답변이 각각 40.0%, 22.5%로 나타났다.

실버세대의 갈등은 부모와 자녀 간에만 빚어지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실버세대 간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황혼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고령사회의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고령사회를 행복하게 살려면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유지하면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유대관계를 젊어서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획취재팀 / 동남아 = 서양원 팀장 / 북유럽 = 이창훈 / 일본 임상균 기자 / 미국 = 김인수 기자 / 중유럽 = 송성훈 기자 / 호주·뉴질랜드 = 전정홍 기자 / 남미 = 김유태 기자]


19. [매일경제]`외손자 육아일기` 펴낸 정석희 할아버지

◆ 대한민국 은퇴보고서 ◆

"자식을 키울 때는 고맙다는 말을 잘 듣지 못했지만, 외손자를 키울 때는 감사의 메아리가 넘치더군요."

자녀 양육부담을 벗고 편안한 노후를 즐기던 정석희 씨(67)가 5년 전 두 외손자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건 두 딸에 대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 차원이었다.

정씨는 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물려줄 재력도 없는 아비가 잘 자란 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며 "내리사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끌림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한일은행 지점장을 지내다 13년 전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한 정씨는 딸들을 출가시킨 후 아내와 단란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다시 육아라는 고생길로 접어든 것은 5년 전 두 외손자 도헌과 경모가 50일 간격으로 태어나면서부터다.

그의 '외손자 육아기'는 지난달 에세이집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황소자리)'로 출간됐다.

정씨가 두 외손자를 맡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들은 왜 다시 '감옥살이'로 들어가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정씨에게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노년에 애기 보면 골병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정씨는 도헌이와 경모를 보는 순간 '쏙' 빠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행정공무원과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두 딸의 짐을 덜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잠을 설쳐가면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는 번거로움은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두 외손자를 안고 집 근처 놀이터를 순례하고, 냉장고에 주전부리를 감춰두고 보물찾기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씨는 "외손자 둘을 돌봐온 지난 3년은 노년에 찾아온 파릇한 봄이었다"며 "딸을 키울 때보다도 육아에 대한 사색과 교감으로 정신이 충만했고, 헌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씨의 육아 철칙은 절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정씨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아이 맡기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관이나 교육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심어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물론 인사하는 법조차 일부러 가르치지 않았다"며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치관을 억지로 심어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손자 육아를 통해 정씨는 사랑은 뿌리는 만큼 거두는 것이라는 삶의 진실을 체득했다.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관심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가장 사랑을 쏟는 손자나 손녀에게 관심을 보일 때 자식과의 관계도 한층 돈독해진다는 것을 경험한 것.

정씨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실버세대를 안타까워했다. 그는'100세 시대'의 인간관계는 스스로 성찰하고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에게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먼저 따뜻하게 다가서면 노후의 인간관계도 풍부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손자들을 떠나보낼 때 정씨는 체면도 잊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기억해줄지 모르겠어요. 한때 우리가 서로의 인간관계에서 일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획취재팀 / 동남아 = 서양원 팀장 / 북유럽 = 이창훈 / 일본 임상균 기자 / 미국 = 김인수 기자 / 중유럽 = 송성훈 기자 / 호주·뉴질랜드 = 전정홍 기자 / 남미 = 김유태 기자]


20. [매일경제]삼성, 트라이버전스 주도한다

◆유럽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1◆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하는 역량입니다. 이제는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기며 삼성전자는 이미 확보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중 융합(트라이버전스)' 시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2일(현지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을 앞두고 1일 저녁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생존 전략을 언급했다.

최 부회장은 "100년 넘는 전자산업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급진적 변화와 사업 간 영역파괴 경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기 간 연계, 서비스 간 융합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전, 컴퓨터, 통신 등 사업별로 진화가 이뤄졌지만 사업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런 양상은 전자산업이 모바일과 웹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중심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IT 지각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이 강력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저변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침투하고 모바일 생태계를 선점한 애플이 스마트기기 시장을 장악한 게 대표적이다.

구글과 애플이 콘텐츠ㆍ소프트웨어ㆍ모바일 등 '소프트파워'를 앞세워 하드웨어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삼성ㆍLGㆍ소니 등 전통 IT 제조업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면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거나 기존 산업의 재창조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시장과 비즈니스 불확실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도기인 향후 5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이때가 지나면 IT업계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것이라고 최 부회장은 덧붙였다. 구글은 검색엔진, MS는 윈도 OS,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등 사업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

그는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 경쟁 패러다임 변화 등으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겠지만 스마트TV, 스마트폰, 태블릿 등은 높은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부회장은 이러한 IT 격변기를 맞아 공격적인 경영 목표를 세웠다. 그는 IFA가 개최된 유럽시장에 대해 "올해 유럽에서 매출 240억달러를 달성하고 2013년 350억달러, 2015년 500억달러로 목표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갤럭시S2 글로벌 판매 확산,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과 갤럭시 시리즈 후속모델 출시로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태블릿 시장 지배력도 강화해 올해 5배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태블릿 15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는 올해 75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헬스케어 등 신사업 영역에 본격 진출해 기존 인포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10년 후 삼성의 확고한 성장동력이 되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 = 이동인 기자 / 서울 = 황인혁 기자]


21. [매일경제]LG "냉장고·세탁기 2015년 유럽 1위"

◆유럽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1◆

LG전자가 생활 가전제품의 스마트화와 현지화를 통해 2015년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1'에 참석한 이영하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전시장 공략 목표를 제시했다.

이 사장은 "2015년 매출액 기준 점유율을 냉장고는 12.5%, 세탁기는 13%로 각각 끌어올려 생활가전 양대 제품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유럽 가전시장은 일렉트로룩스, 밀레, 보쉬, 지멘스 등 전통적인 현지 브랜드가 10% 안팎 점유율(국가별 빌트인 제품 제외)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냉장고 점유율 8%로 3~4위권, 세탁기는 6~7%로 5~6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시장에 '스마트 싱큐(Smart ThinQ)'로 불리는 독자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가전을 본격 출시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접목해 비싼 요금 시간대에 스스로 절전해 전기료를 아껴주는 스마트 냉장고를 유럽 최초로 출시하는 한편 스마트 세탁기ㆍ오븐ㆍ로봇청소기 등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내 냉장고 생산라인을 기존 30만대에서 최근 100만대로 증설하는 한편 세탁기 라인을 100만대 규모로 신설했다.

특히 LG전자는 190억달러 규모인 유럽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조리 기능을 적용한 오븐을 선보이는 등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베를린 = 이동인 기자]


22. [매일경제]포스코, 스몰 M&A로 선회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거침없는 '먹성'을 과시했던 포스코가 알짜 중소형 매물 위주의 '스몰 인수ㆍ합병(M&A)' 전략으로 돌아설 방침이다.

특히 포스코 전략기획실은 지난달 태국 스테인리스 생산업체 타이녹스 인수에 성공한 후 당분간 국내외 대형 M&A 시장에는 발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포스코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ICT 등 계열사들이 M&A에 앞장설 계획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주요 계열사를 통해 국내외 희소금속 공급업체 1~2곳 인수를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안에 추진할 대규모 M&A는 없다"며 "신사업과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꼭 필요한 M&A에만 나설 예정이며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포스코는 올해 대규모 M&A보다는 스몰 M&A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IT계열사인 포스코ICT는 최근 신규법인을 세워 원전 계측 전문업체인 삼창기업 원전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삼창기업은 국내 원전 21개 중 15개의 계측제어 정비를 전담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데, 포스코가 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쓴 돈은 14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삼창기업 인수로 포스코는 원자력ㆍ화력발전시스템 정비, 원전 통합계측제어시스템(MMIS) 사업, 상용 원자로에 대한 안전등급제어기기(PLC) 개발 등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또 철강 유통회사인 포스코P&S는 지난 6월 알루미늄 후판ㆍ박판을 생산하는 대창알텍을 품에 안았다.

포스코P&S는 대창알텍 보유 지분을 60.1% 확보해 소재 가공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P&S는 2014년까지 서산에 알루미늄 압연설비를 연산 15만t 규모로 건설하고 향후 생산능력을 30만t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설 공장은 고급 건자재와 자동차용 고강도 합금 박판 생산기지로 운영된다.

철강재 포장과 철강 부재료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엠텍도 스몰 M&A를 통해 소재 전문 업체로 변신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산업폐기물 수집ㆍ재활용 업체인 리코금속 지분 88.6%를 인수해 폐금속 재활용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준양 회장이 수년간 공들였던 타이녹스 인수 이후 당분간 M&A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를 통한 스몰 M&A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업계 견제와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23. [매일경제]멈출줄 모르는 현대·기아차 美질주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달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점유율 9%대를 유지했다. 특히 기아차 선전으로 현대ㆍ기아차는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6%가량 늘었다. 판매 순위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2일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5만850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고 밝혔다.

쏘나타(2만682대)와 엘란트라(1만3889대) 등 주력 차종 판매가 꾸준한 가운데 싼타페(8828대), 투싼(4156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대형 세단인 에쿠스 역시 종전과 비슷한 297대가 팔렸다.

기아차도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4만1188대를 판매했다. 쏘렌토R가 1만3573대, K5(수출명 옵티마)가 6157대 판매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선방하는 것은 쏘나타 등 베스트셀링 모델이 품질 향상 등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 자동차가 엔고와 대지진으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달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등 기상이변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늘어난 107만2379대를 기록했다. GM이 21만8479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20.4%로 1위를 기록했고, 포드가 17만4800대(점유율 16.3%)로 뒤를 이었다. 도요타와 혼다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각각 13%, 24% 감소했다.

[김제림 기자]


24. [매일경제]긴 장마에 SUV가 잘 팔려

휴가용 차량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여름 유례없이 긴 장마로 휴가다운 휴가를 가기 어려웠지만 정작 나들이용 차량인 SUV의 인기는 여전했다.

올 상반기 나온 SUV 신모델들이 여름휴가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판매량을 이어가며 지난달 판매량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완성차 5개사의 국내 SUV 판매 실적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판매가 늘었다. 가장 판매량이 증가한 차량은 현대차의 투싼ix로 지난달에만 3678대가 팔려 전년 동월 대비 21.7%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기아차의 스포티지R가 3472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12.7%의 매출 증가를 나타냈다. 또한 쏘렌토R가 2791대 팔리는 등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국GM의 올란도는 1780대가 팔려 지난 7월과 비슷한 판매량을 이어갔고, 르노삼성의 QM5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9% 늘어난 819대가 팔렸다.

[김제림 기자]


25. [매일경제]폭락장에 운명 엇갈린 `E 3형제`

간접투자시장을 대표하는 'E 삼형제'(ETFㆍELSㆍELW) 운명이 얄궂다.

삼형제 중 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막내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급락장에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리며 단숨에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맏이 격인 주식워런트증권(ELW)은 검찰과 금융 당국의 매를 맞으며 바짝 쪼그라들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호재와 악재를 주고받으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주가 급락으로 일부 종목형 ELS에서 원금 손실이 났지만 추가 증시 쇼크 가능성이 낮아지며 지수형 ELS 투자 매력은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 슈퍼스타 부상한 막내 ETF

ETF는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지난달 기준 순자산총액 8조3327억원으로 ELS 누적 발행금액(25조5208억원)과 ELW 시가총액(34조5971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돈 끌어모으는 속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증시 급등락에 변동성을 즐기는 파생상품 ETF 거래 물꼬가 터지며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일간 증시 수익률의 2배에 연동된 '뻥튀기 펀드'인 레버리지 ETF와 증시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에 투자자가 대거 베팅하며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여기에 ELW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ELW 고수익 투자 수요가 레버리지 ETF로 넘어간 풍선 효과도 한몫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ETF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833억원으로 한 달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4배가 뛰었다.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상품 ETF가 사실상 시장을 독식했다. 연초 전체 ETF 거래대금의 절반(46%)에 그쳤던 파생상품 ETF 거래대금은 지난달 77%까지 치솟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ETF 시장이 지금처럼 승승장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단기 고수익 수요가 폭발하며 레버리지 ETF 주도의 '성장 편식' 현상이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ETF 대장주인 코스피200 ETF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은 연초 41%에서 지난달 20%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파생상품 ETF를 제외한 다른 ETF 성장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암중모색하는 ELS

ELS는 8월 증시 쇼크 유탄을 맞았다. 주가 하락에 외부 충격에 취약한 종목형 ELS가 원금을 까먹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전자, 한진해운 등 10여 개 종목에 베팅하는 일부 ELS가 원금 손실구간에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며 ELS는 지난 5월 사상 최대치(발행금액 3조8717억원)까지 성장한 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금액은 2조6930억원으로 반 년 만에 2조원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ELS 시장에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역설적이지만 주가 수준이 낮아질수록 지수형 ELS 안정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스피가 50% 급락하면 손실이 나는 ELS의 경우 코스피 2200선에서 베팅할 때는 지수가 1100까지 떨어져야 손실이 나지만 지금처럼 1800선에서 진입할 때는 손실 구간이 900으로 낮아진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 수준에서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일만 없다면 지수형 ELS에서 손실을 볼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

◆ 체면구긴 ELW

금융당국 회초리를 정통으로 맞은 ELW에 8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초단타매매자(스캘퍼)에 전용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최근 12개 증권사 대표가 무더기 검찰 기소를 당하는 등 가뜩이나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신규 예탁금 부과라는 강력한 진입장벽까지 등장했다. 8월부터 ELW에 베팅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예치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개미들 매매 비중이 53%에 달하는 ELW 시장에는 결정타와도 같은 조치다.

당장 거래부터 끊겼다. 지난달 ELW 평균 거래대금은 9336억원으로 7월 대비 20%가 급감해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상장 종목 수도 332개나 줄었다. 실제 팔려나간 ELW 규모를 뜻하는 투자자 보유 시가총액(1002억원)은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 3월(2175억원)의 반 토막 수준이 됐다.

파생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ELW 위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부터는 기존 투자자에게도 예탁금 예치를 의무화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LW 시장에는 전통적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고수익 소액투자자가 많다"며 "신규 진입장벽으로 시장 위축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ETF :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 투자 자산이 다양하고 주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매매할 수 있어 다른 펀드에 비해 현금화가 용이하다.

▷ ELS : 지수나 개별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 증권사와 약속한 기간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일정한 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시장이 급락하는 '블랙스완' 장세에서는 수익 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 ELW : 특정 주식을 사전에 정한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권리. 100원짜리 주식을 1년 뒤 150원에 살 수 있는 ELW를 20원 주고 샀는데 주가가 200원으로 올랐다면 투자자는 150원에 주식을 사서 30원 차익(50원-20원)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권리 행사를 포기해 20원 손해를 확정짓는다.

[김정환 기자]


26. [매일경제]숫자로 본 이번주 증시

◆ 2조5910억원

8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누적 순유입 금액이다. 하루 평균 1178억원이 유입된 것이다.

순유입 규모로는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2008년 1월(2조7687억원)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유입 강도가 이처럼 강했던 때는 펀드 르네상스 시기였던 2007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불과했다. 펀드로 3년 반 만에 뭉칫돈이 되돌아온 셈이다. 이 같은 '회귀'에는 증시 쇼크가 싸게 살 기회라고 여긴 투자자들의 속내가 한몫을 했다.

◆ 49.2%

기관투자가들도 주식을 50% 이하로 담았다. 유럽 금융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57개 기관투자가들은 포트폴리오에서 52.2%였던 주식 비중을 8월 한 달 만에 49.2%까지 줄였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35.3%에서 36.1%로 늘렸고, 현금도 4.5%에서 5.8%로 확대했다.

[서유진 기자]


27. [매일경제]솔린드라 쇼크…국내 태양광株 비상

글로벌 경기 둔화로 태양광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3위 업체인 솔린드라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앞서 지난달 미국의 태양광 업체 2곳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바 있다. 주요 수요처인 유럽과 미국의 경제난으로 태양광산업의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솔린드라 쇼크는 1차적으로 납품사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상장사 중에는 '나노신소재'에 직격탄이 됐다. 파산신청 예정으로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나노신소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의 27.4%를 솔린드라 거래를 통해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2일 이를 이유로 나노신소재의 태양광 부문 매출 전망치를 48.5% 낮췄다. 총매출 예상치는 14.7% 하향됐다.

솔린드라 쇼크는 동종 업계를 보는 걱정을 키운다. 솔린드라와 같이 태양전지 완성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도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량은 급락 중이다. 신성솔라에너지의 2분기 생산실적은 1분기 대비 41.8% 감소했다. 공장가동률은 68%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의 태양광산업은 올해 초 수립한 목표치와 거리가 멀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풍력과 태양광을 묶은 그린사업부의 매출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반기 실적은 2260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인 5500억원 달성도 녹록지 않다. 주력인 태양광 사업부의 부진 때문이다. 작년 기준 현대중공업 그린사업부에서 태양광의 매출 비중은 82%다. 부진한 실적을 근거로 여의도에서는 현대중공업 태양광사업부의 가동률을 50% 미만으로 본다. 기대를 모았던 신성장동력이 삐걱대면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모듈 사업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체계상 아랫단인 부품도 수요 감소에 따라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판가는 작년 말에 비해 폴리실리콘은 28.5%, 웨이퍼는 30.5% 떨어진 상태다. 셀 가격은 40.1% 빠졌다. 8월 이후에도 하락세는 지속 중이다.

경쟁사 도태는 공급과잉 해소 기대감과 상위권 중심의 시장 구도 재편으로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이에 힘입어 2일 약세장에서도 태양광 대표주인 OCI와 오성엘에스티는 선전했다.

그러나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이 수요 악화라는 점에서 솔린드라건은 얼어붙은 수요를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가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태양광 사업은 녹색 산업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효율이 기존 발전체인 화력과 원자력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현재 태양광 사업에 앞장섰던 유럽과 미국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태양광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태양전지 예상 수요에서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3개 국가의 비중이 68%를 차지한다.

더구나 수요가 감소하는 악조건 속에 놓인 시장을 가격 경쟁으로 몬 주체가 중국 기업이기에 꼬인 수급 구조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보조금 지원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정부 아래 중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판가를 옥죄는 공급과잉이 쉽사리 풀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경쟁 기업의 도태를 통한 공급 시장의 변화보다는 주수요처인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태양전지 모듈 : 태양광 발전체용 전지의 묶음. 태양전지의 가치사슬 체계는 소재인 폴리실리콘→얇은 판형인 웨이퍼→전지 형태인 셀→묶임인 모듈로 구성. 솔린드라는 모듈업체로 태양전지 시장의 주류인 1세대 결정형이 아닌 2세대 박막형 제조업체다. 2010년 말 기준 박막형의 시장점유율은 12.3%, 나머지는 결정형이다.

[김대원 기자]


28. [매일경제]주말용 미니별장 맘에 들던데…투자보다 실수요로 접근

빡빡한 도시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 김성현 씨(45)는 강원도 평창군에 주말 미니별장을 구입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다. 주말을 미니별장에서 보내면서 가족들과 대화가 많아졌고 친지들도 많이 찾아온다. 휴가철 숙박시설 예약을 위해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야 하는 수고도 덜었다. 김씨는 삶의 에너지가 충전돼 직장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기뻐한다.

주말용 미니별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니별장은 강원도나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짓는 소형 전원주택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권과 강원권 10여 곳에서 주말 미니별장을 분양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하니팜스 2차와 횡성군 갑천면 레이크빌 2차, 경기도 가평군 상면 아인스힐 등이다.

미니별장 단지는 일반적으로 대지 330㎡, 전용면적 50~66㎡인 복층 주택을 모두 합쳐 20가구 미만으로 짓는다.

먼저 토지를 매입하면 사업자가 2~4개월 동안 공사를 한다. 여러 필지를 매입해 더 큰 집을 지을 수도 있고, 같은 크기의 토지여도 계약자가 원하면 집 크기를 더 늘릴 수도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매입자 중 중산층이 많다. 주말 자유시간이 보장되고 자녀가 있는 40ㆍ50대 자영업자와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김현기 하니팜스 이사는 "예년보다 문의 전화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인기 미니별장 홈페이지 하루 방문객은 수천 명에 이를 정도다.

모두 분양이 잘되는 건 아니다. 주말 미니별장 분양가는 1억~2억원 선이 많고, 비싸면 2억5000만원까지 간다. 분양은 가격대에 따라 차이가 크다. 대체로 1억원 중반대 이하에서 분양이 잘되는 편이다.

정용식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산층은 웰빙성과 투자성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보통 미니별장이 1억5000만원 이상 되면 수익형 부동산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미니별장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가격 다음으로 고려하는 건 입지와 경관, 집의 상태다. 대체로 강원권이 경기권보다 저렴하다. 특히 강원도는 1가구 2주택 비과세 지역이다.

가격을 뺀 나머지 요소는 모두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을 보러 갈 때 수도권에서 접근 용이성과 주택 진입로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주변 경관이 본인의 심신을 쉬게 할 만한 수준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아울러 주변 소음과 공해 여부도 동시에 꼼꼼히 봐야 한다. 시골 중에서도 경운기나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고, 농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에서 미리 집 구조와 인테리어도 보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사기 분양이다. 주말 미니별장 시공사 중엔 영세업체가 많다. 개중에는 계약금만 받고 달아나거나 건축허가도 나지 않은 땅을 파는 업체도 있다.

토목공사가 안 된 땅을 파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 토목공사는 전체 사업에서 30% 정도를 차지해 사업 진척도를 알 수 있다. 유명 업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미니별장은 실수요 상품이고 투자 상품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지윤 기자]


29. [매일경제]가을 이사철 앞두고 전세금 쑥쑥↑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2일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8월 서울지역 전세금은 전달에 비해 1.3% 올라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 3월 1.4% 오른 뒤 5개월 만에 다시 1% 이상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전세금은 1.1% 상승해 4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특히 청실ㆍ우성아파트 등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본격화한 강남구가 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송파구도 전세물량 부족으로 1.8% 올랐다.

학군 수요나 강남에서 밀려온 이주 수요로 광진구(1.7%) 노원구(1.7%)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광주(1.4%) 부산(1%) 대구(1%) 대전(0.9%) 등 지방 대도시도 공급 부족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 수급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87.8) 경기(184.6) 인천(179.3) 등 수도권 전세난이 두드러졌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수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전세물량이 부족해서 오른 전세금에도 재계약을 하는 사례가 많아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워낙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작년 가을 이후 심화된 전세난이 올가을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세금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도 오름세다.

8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9.1%를 기록해 60%대에 육박하고 있고, 서울도 48.9%를 나타내며 50%대에 근접하고 있다.

강남은 46.9%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강북은 지난 7월 50%를 돌파한 뒤 8월에는 51.3%를 기록했다.

[임성현 기자]


30. [매일경제]여의도 재건축 가구수 늘어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에 건립하는 주택 수가 종전 8000여 가구에서 1만여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1대1 재건축도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택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사업 계획을 대폭 완화한 내용이 담긴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수정개발안'을 발송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수정안 핵심은 구역 내 주택 건립 가능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상 주거 연면적은 108만㎡, 상가 연면적은 44만㎡로 대략 7대3 비율이다.

수정안에서는 이 비율을 9대1 정도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주거 연면적은 136만8000여 ㎡까지 늘어난다.

개발계획상 단지별 재건축을 거쳐 1구역 6226가구, 2구역 1906가구 등 총 8172가구가 건립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수정된 비율을 적용했을 때 건립 가능 가구 수는 대략 1만500가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종전 계획과 비교해 20%인 2000가구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일반분양 물량이 증가하므로 주민들로서는 재건축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 서울시는 소형평형의무비율이 적용되는 재건축 방식을 1대1 재건축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여의도는 압구정 등 다른 전략정비구역과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 시 소형평형의무비율을 적용해 △전용 60㎡ 이하 20% △60~85㎡ 40% △85㎡ 초과 40% 비율을 반드시 맞춰야 하나 여의도 주민들이 원한다면 이 방식이 아닌 1대1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1대1 재건축이란 종전 가구 수는 유지한 상태에서 재건축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종전 면적 대비 10%까지 늘릴 수 있다.

서울시가 전략정비구역 5곳 중 사업계획을 변경하기는 이번이 첫 사례다.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으로 주민 반대가 극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환영 의사를 내비친다. 주거비율이 높아져 가구 수가 늘면 그만큼 주민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공공기여율 40% △주민 주관하에 복합시설 건립 등은 손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여의도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주민의 실질 공공부담률이 60%를 넘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주민들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며 "40%로 돼 있는 공공기여율을 낮추든지, 복합시설에 대한 임대보전 등 보다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진 기자]


31. [매일경제][NIE] 갖가지 경기 곡선과 경제상황 조어들

'V자형, U자형, L자형, W자형, 트리플 U형, 트리플 V형, N자형….' 얼핏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경제에 농담은 없는 법이다.

경기가 언제, 어떻게 꺾이느냐에 따라 멀쩡하던 기업이 도산하고, 여유로웠던 가계경제가 빈곤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경기가 언제, 어떻게 바닥을 치느냐에 따라 기업과 가계의 경제적 운명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경제란 게 원래 그렇게 엄중하다.

다만 경기의 복잡다양한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어(造語)를 활용할 뿐이다. 특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이후 경기 관련 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경기변화를 나타내는 경기곡선은 △경기침체 후 단기적 회복을 나타내는 V자형 △장기적 회복을 의미하는 U자형 △장기 침체를 뜻하는 L자형 △두 차례 경기위기 후에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W자형 등이 일반적이었다. 사실 이 정도는 굳이 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떤 경기패턴을 나타내는지 금세 이해가 간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후 세계 경제가 복잡한 양상을 보이면서 변종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더블딥(Double dip)이다. 딥(dip)이라는 말은 '살짝 담그다' '떨어지다'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이런 말 뜻대로 위기를 맞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던 경제가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고꾸라져 마이너스 성장 또는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두 번의 침체를 거쳐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W자형과 유사하다.

기술적으로는 2분기 이상의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끝나고 일시적으로 회복 징후를 보이던 경기가 2분기 이상의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을 뜻한다(통상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를 말한다).

이 용어의 유래는 1980년대 초 오일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까스로 침체에서 벗어나 살아나는 듯하던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경기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 '더블딥'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일반인들까지 '더블딥'을 유행어처럼 사용하게 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일시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수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수요 침체로 다시 경제가 침체할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가 득세했기 때문이다. '더블딥'이란 조어가 히트를 친 데는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꺼내든 '저금리-재정 확대' 카드가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회장,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 등이 더블딥 가능성을 일관되게 거론해온 비관론자들로 꼽힌다.

더블딥 시나리오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은 것도 여럿 있다. '꺾인 날개'를 뜻하는 브로큰윙(Broken Wing)이 그런 예다.

브로큰윙은 L자형과 W자형의 중간 형태로 글로벌 경제가 새의 부러진 날개와 같이 단기에 회복되더라도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 말이다.

매일경제와 AT커니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9년 3월 제16차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처음 공론화된 예측이었다.

그러나 이후 세계경제 움직임이 이런 예측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일반 시사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트리플딥(Triple dip) 가능성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트리플딥이라면 문자 그대로 세 차례의 경기침체를 거친 후에야 진정한 경기회복기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지난 8월 초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또다시 휘청했을 때였던 만큼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어떤 전문가들은 트리플딥을 경기침체 형태에 따라 세분화하기도 하는데 △상당 기간의 침체가 세 차례 나타나는 트리플 U자형 △비교적 단기간의 세 차례 경기침체와 경기회복이 반복되는 트리플 V자형이 있다.

더블딥, 트리플딥보다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미국 학자들이 제기하는 O자형 경기곡선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약효를 발휘할 때는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그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침체되는 현상이 마치 O자처럼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기 시나리오다. 일종의 악순환 곡선인 셈이다.

이 밖에도 △바닥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진 공이 강하게 튀어오르듯 경기 바닥을 경험한 뒤 급속히 회복되는 N자형 △V자형과 L자형의 중간형태로 경기회복이 완만하게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바나나 또는 나이키형 △U자형보다 경기침체가 훨씬 길게 이어지는 욕조형 △경기회복이 일부 진행되다가 정체에 빠지는 루트형 등의 경기곡선이 있다.

이 가운데 루트형은 2009년 10월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회복패턴으로 언급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경기의 변화뿐 아니라 경기상황 자체를 진단하는 조어들도 많다.

8월 31일자 파이낸셜타임스 1면 제호 밑에는 이 신문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의 사진이 '대수축(The great contraction)'이라는 칼럼 제목과 함께 큼지막하게 실렸다.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연상케 하는 대수축이란 말은 원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먼저 썼던 표현이다.

로고프 교수는 1929년 10월 뉴욕증시 폭락을 '제1대수축'이라고 보고, 최근의 세계 경제를 '제2대수축'으로 진단했다.

대수축이 일반적인 경기후퇴(Recession)와 다른 것은 생산, 고용 분야뿐만 아니라 부채와 신용에서도 전반적인 경기위축이 야기된다는 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된다는 뜻인 '슬럼플레이션'이란 말도 최근 들어 부쩍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지난 8월 초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는 소프트패치(Soft patch)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병충해 등으로 잔디가 손상된 골프장 페어웨이를 나타내는 '라지패치(large patch)'의 상대어에서 비롯됐다. 2002년 앨런 그린스펀 미 FRB 의장이 미 의회에 출석해 당시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골프공이 라지패치에 빠지면 골프 플레이에 상당한 위기로 작용하는데, 당시 그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는 뜻으로 소프트패치라는 말을 썼다.

경기가 다소 불안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단기간 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미로 이 말이 쓰였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8월 소버린 쇼크 때에는 '자유낙하(Free fall)'라는 말도 자주 쓰였다.

말 그대로 경제위기 국면에서 주가나 실물경제 지표, 달러화 가치 등이 수직낙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변종이 생겨나면서 점점 더 난해해지는 경기 관련 조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쩌면 불확실성이 '확' 높아진 세계 경제의 고단한 현실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말이라도 자꾸 만들어내서 막연한 불안감을 달래보려는 것은 아닐까.

[이진우 경제부 차장]


32. [매일경제][BUSINESS INSIDE] LED조명 특허도 치열한 맞소송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치열한 맞소송을 벌이고 있다.

관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기업 간 발광다이오드(LED) 특허 다툼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 못지않게 치열하다. 주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LED '빅3'인 삼성, LG, 서울반도체 모두 특허 침해로 외국 기업으로부터 제소당한 상태다. 모두 20건이 넘는다.

한국 업체를 공격하는 선두에는 독일 오스람이 서 있다. 오스람은 삼성에 10건, LG에 12건 소송을 냈다. 국내 업체는 특허 소송을 제기한 기업에 대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이 LED 업계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전통적으로 조명시장은 미국 GE와 유럽 지멘스ㆍ필립스 등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굴지의 다국적기업 판이었다. 여기에 삼성과 LG가 도전장을 내밀자 '아예 씨부터 말리자'는 식으로 외국 기업이 대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오스람의 특허소송 제기에 대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가 이만큼 대단한 특허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려 한다는 얘기다.

오스람은 아예 작심하고 달려든 기세다. 주요 특허 가운데 하나인 화이트 컨버전 특허가 지난 2월 유럽에서 무효 판결을 받고, 국내에서도 특허 무효소송이 진행되는 등 특허가 없어지기 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화이트 컨버전은 LED의 푸른빛을 흰색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국내 업체는 착실히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 LED 업체가 특허와 관련해 철저히 준비해 왔다"며 "과거 특허 때문에 수백억 원의 소송비용이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 철저히 준비하면서 관련 기술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허소송 결과는 앞으로 한국 LED업계 사활이 걸린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가 LED조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인 삼성과 LG의 대응이 주목된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지고, LED조명 시장에서 대기업이 철수한다면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통째로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관대하게 평가한다고 해도 조명만 130년 이상 해 온 필립스 등 외국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승부가 안 될 게 분명하다.

[고재만 기자]


33. [매일경제][아하! 그렇구나] 주가상승 왜 빨간색으로 표시하나

주식시장에서 블루칩(blue chip)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대형우량주를 말한다.

파란색은 '상승'을 뜻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은 파란색으로, 주가 하락은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과 영국 영향을 받은 홍콩 호주 등 대부분 국가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 경기 변동이나 주가 등락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는 반대로 주가 상승은 빨간색, 주가 하락은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이 때문에 외국 주가그래프를 살피다가 우리나라 주가 차트를 보면 혼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기 동향을 말할 때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될 때는 청신호, 부정적으로 예상될 때는 적신호라고 표현한다. 경쟁자가 적고 성장기회가 많은 시장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보면 주가 상승을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것은 더욱 의아하다.

그 연유에 대한 유권해석은 없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주식시장이 발달한 일본 영향으로 일본식 표기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일본은 자국 국기 색깔이 빨간색이어서 주가 하락이라는 부정적 의미에 빨간색을 사용하는 대신 반대로 상승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일본 잔재라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빨간색은 적극적인 양의 기운, 파란색은 소극적인 음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이유에서 주가 상승을 빨간색으로 표시한다고 한다.

[이창훈 기자]


34. [매일경제][경제용어산책] 레버리지 효과

레버리지(leverageㆍ지렛대) 효과란 차입한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같은 이익을 올리더라도 내 자본을 적게 들이면 자본 대비 이익의 비율(자기자본이익률)은 올라간다.

1000원을 투자해 100원의 순익을 올리면 자기자본이익률은 10%다. 반면, 자기자본 500원에 차입금 500원을 더해 100원의 수익을 내면 자기자본이익률은 20%가 된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이 기대수익률보다 작을 경우 돈을 빌려와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차입금을 많이 끌어다 쓰면 이자 부담도 크기 때문에 불황으로 수익이 줄어들면 도산할 수 있다.

'레버리지가 높다'는 말은 곧 차입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레버리지가 높았다. 필요한 자본은 많은데 국내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140~150% 수준이었다면 한국은 330%에 이르기도 했다.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3.3배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1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일정 배수를 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하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카드, 캐피털과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차입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이를 규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 금융회사가 차입금을 끌어 마련한 자산으로 저신용자 대출을 늘려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는 이유에서다. 6월 삼성카드의 레버리지는 2.4배인 반면 하나SK카드는 7.7배, 할부금융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은 20.1배에 이르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카드사들이 외형을 늘리더라도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내에서 억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석민수 기자]


35. [매일경제]매경TEST로 경제경영 공부해요

◆ 매경테스트 예제 : 치킨게임으로 끝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최근 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을 놓고 SK텔레콤과 KT가 입찰경쟁을 벌였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금액에 비해 2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과열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어느 쪽도 양보하기 힘든 '치킨게임'으로 볼 수 있다.

② 효율적인 경매 경쟁시장을 위한 경매룰의 계획적 설계가 필요하다.

③ 경매 과열은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④ 주파수 낙찰을 받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⑤ 이 입찰경쟁은 정해진 경매기간과 경매횟수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 해설

통신업계 양대 공룡인 SK텔레콤과 KT 간에 주파수 경쟁 입찰이 있었다. KT가 입찰경쟁을 포기하면서 결국 SK텔레콤이 주파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 경매를 치르는 과정에서 두 회사 모두 주파수를 놓치게 되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 한쪽이 죽고 다른 한쪽이 살아야 하는 전형적인 '치킨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치킨게임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불리는 전통적인 게임이론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자동차 충돌 게임에서 처음 나온 용어로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경기에서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경기에서 패하는 게임이며 핸들을 꺾은 이는 겁쟁이 치킨이 된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치킨게임 양상은 국제정치, 경제무대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 게임 승자는 경매 과열로 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이것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경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대해 게임룰을 만든 방통위 관계자들 역시 적당히 끝날 줄 알았던 경매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크게 놀랐다. 경매에서 낙찰받은 통신사는 적자폭이 심하면 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으나 방통위는 이를 막을 수 없다. 통신사가 망하면 통신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매횟수 제한도 없고 경매 기간 제한도 설정되어 있지 않은 이번 다중오름차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매구조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매기간을 설정하든지, 횟수 제한을 했더라면 과도한 승자의 저주나 소비자들에게 높은 통신비 전가라는 상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효율적인 경매 경쟁시장을 위한 경매룰의 계획적 설계가 필요하다. 치킨게임 같은 외줄타기를 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경매 경쟁시장 구조를 짜는 것이 중요아다. 정답은 ⑤.

[박승룡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36. [매일경제][커버스토리] 변신 시도하는 커피명가 스타벅스

시애틀의 1호점에서 오후의 여유를 즐겼던 사람도, 바쁜 출근길에 아침식사 대용으로 찾았던 뉴요커도,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했던 한국 사람들도 모두 같은 로고의 같은 커피잔을 들었다. 획일화와 표준화. 스타벅스는 그렇게 성장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심지어 중국에서도 뉴욕과 똑같은 인테리어에 똑같은 커피맛. 전 세계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타벅스 커피에서 시애틀의 향을 맡았고 뉴욕의 맛을 음미했다. 고객들이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고향 같은(Homie feeling) 스타벅스 커피맛을 즐길수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전략 덕이다. 그러던 스타벅스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는 위기에 처한 스타벅스가 마케팅 전략을 새로 정비하면서부터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스타벅스 매출은 급락했다. 그해 104억달러였던 글로벌 매출은 2009년 98억달러로 떨어졌다.

급기야 수백 개의 점포 문을 닫고 파트너라고 아끼던 직원도 줄이는 등 치욕적인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토종 브랜드 카페베네가 점포 수에서 스타벅스를 앞질렀다.

무리하게 점포를 확장했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수익을 못 내는 매장이 속출했다. 급기야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돌아온 슐츠는 기존의 표준화 전략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단순히 매출이 떨어지고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타벅스 본래의 창업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고향 같은 스타벅스 커피맛, 획일화된 커피맛을 강조하다보니 지역별 특성이 무시됐고 결국 지역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반성이 일어났다.

'다각화ㆍ현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뉴욕의 스타벅스와 서울의 스타벅스는 인테리어부터 판매되는 메뉴, 머그와 텀블러(뚜껑이 달려 있는 컵의 일종)도 다르다. 한국인 직원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훈민정음 머그와 텀블러가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 자리한 스타벅스 400호점은 조선시대와 말에 대한 전통 자료 등을 토대로 매장을 꾸몄고, 충무로점은 영화의 역사가 담긴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한국의 팥빙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전 세계 매장으로 진출했다. 경기도와 스타벅스가 '우리 쌀 소비를 위한 떡산업 육성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개발한 경기미 떡과 라이스바, 라이스칩, 라이스키위 등이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째다.

슐츠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현지화 전략은 이제 시작"이라며 "방한 때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만의 스타벅스는 매우 흡족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변신을 두고 전문가들은 단순한 세계화 시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전략을 넘어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주권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맛과 인테리어로 세계화의 첨병으로 나섰던 맥도널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과 중국 등지마다 각각 현지 사정에 맞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도입했다"며 "맥도널드 성공 이후 또 다른 미국적 세계화의 선봉에 있던 스타벅스 역시 그동안의 세계화 전략을 근간으로 이제부터 현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글로벌 프랜차이즈 사업은 앞으로 현지화 전략을 함께 추구할 수밖에 없고, 특히 문화적 자존감이 강한 중국 시장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더욱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창업정신'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니 자연스레 현지화가 탄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지화에 다각화도 더해졌다. 새로운 세대에도 스타벅스를 알리고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현지화뿐만 아닌 비즈니스 다양화도 필요했다는 것이 스타벅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시도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은 '스타벅스 바(Bar)'다. 커피 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가 테스팅 매장으로 시애틀에 스타벅스 바 1호점을 냈다. 오후 시간에는 스타벅스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신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커피믹스 브랜드인 네슬레와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에는 9월 출시될 예정인 스타벅스 카페 VIA(커피믹스)는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VIA는 언제 어디서나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커피믹스가 아니라 질 좋은 스타벅스 원두를 미세 처리한 후 진공포장을 했다. 커피전문점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전부터 추구해온 '쿨하고 착한 기업' 스타벅스의 이미지 메이킹도 디지털 공간을 활용하면서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무역'과 스타벅스의 '사회책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타고 소비자들에게 퍼지면서 '착한 기업'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37. [매일경제][Case Study] 안경업계 돌풍 `룩옵티컬`의 마케팅전략

▶ 생각열기

'안경은 얼굴이다'라는 광고 문구로 혜성처럼 등장한 안경 체인점 '룩옵티컬'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에 오픈한 룩옵티컬 1호 매장은 월평균 매출 3억원을 웃돌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한 44개의 매장에서 월평균 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연말까지 300개, 내년까지 1000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룩옵티컬의 목표다. 룩옵티컬에는 흰 가운을 입은 '딱딱한 이미지'의 안경사가 없다. 아이돌 그룹 2PM과 티아라가 룩옵티컬의 전속모델이다. 이들은 각각 다른 안경테를 착용하고 광고에 나온다.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각 안경테를 그 안경테를 착용한 모델과 동일시하게 된다. 특히 2PM의 닉쿤이 착용했던 '닉쿤 안경'은 출시 후 1만6000개가 팔려 나가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티아라의 함은정이 착용했던 '은정 안경'도 1만개가 판매됐다. 룩옵티컬의 성공 신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사업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안경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접근하면서 시장을 확대한 점에서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분석 사례가 되고 있다.

◆ '안경은 얼굴이다' 광고 문구로 안경 시장 확대

룩옵티컬 안경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안경에 대한 컨셉트를 완전히 바꿔 놓은 데 있다. 눈 나쁜 사람들의 교정시력을 높여주는 기능 상품의 기존 개념을 벗어나 안경도 패션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를 통해 안경 시장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룩옵티컬의 '안경은 얼굴이다' 광고에는 '룩옵티컬'이라는 브랜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2PM의 닉쿤과 티아라의 은정이 데이트 나가기 전에 옷을 고르듯이 여러 개의 안경테를 놓고 고른다는 설정과 '안경은 얼굴이다'라는 광고 문구만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안경을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회사원 고 모씨(33)는 "이 광고를 보고 룩옵티컬 안경테를 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안경테도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후 몇 개의 안경테를 구매해 의상에 맞춰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분석됐다. 현재 안경 시장은 2조원 규모다. 이를 놓고 8000개 이상의 체인 및 개인 영세 안경원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안경원 매출이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허명효 룩옵티컬 대표는 안경 시장이 레드오션인 이유를 "마케팅, 컨셉트의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상품, 가격으로 경쟁하는 구조적 고비용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태양의 서커스' 성공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서커스가 쇠락했던 것은 서커스가 동물쇼에 그치다보니 동물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연극인을 고용해 비용구조 자체를 변화시켰다. 서커스를 연극과 같은 스토리가 있는 예술로 변신시켜 성인과 예술 애호가를 고객으로 흡수하면서 서커스 시장 자체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끌어내라

룩옵티컬은 현재 안경 시장에서 패션에 대한 욕구를 가진 잠재 고객을 일단 매장 안으로 끌어들여 자유롭게 안경을 써보도록 하면 안경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지금까지 룩옵티컬의 실적을 보면 그 가설은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경은 패션 아이템의 성격(나이스투해브 아이템)과 의료기기의 성격(머스트해브 아이템)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동안 안경은 의료기기의 성격만이 강조돼 왔다. 룩옵티컬 관계자는 "룩옵티컬 이전에는 안경원에 들어온 사람들 중 약 45%가 안경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에서 찾기 힘들 만큼 높은 구매율이다. 이는 그동안 시력이 나빠 안경을 맞춰야 하는 사람만이 안경원을 방문했음을 말해준다. 김이식 삼일PwC 파트너는 "소비자들은 멋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안경을 선호하면서도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잘 모른다"며 "이들의 욕구를 끌어내는 것이 안경산업 마케터들의 과제였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제 눈이 나쁜 사람은 콘택트렌즈를 끼거나 라식 수술을 한다"며 "안경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룩옵티컬은 철저하게 패션 아이템 관점에서 접근한다. 기존 안경원과 달리 룩옵티컬은 적절히 시간을 때우려는 젊은 층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커플이 잠깐 비는 시간에 액세서리숍에 들르듯 룩옵티컬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존 안경원에서는 고객이 안경원에 들어서면 안경사가 따라붙는다. 안경테를 고르려 해도 진열장에 있는 안경테를 안경사에게 꺼내달라고 부탁해야 써볼 수 있다. 안경 고르는 과정 내내 안경사와 함께하기 때문에 실컷 안경테를 고른 뒤 안경을 구매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안경원을 빠져나가기란 한국 정서상 어렵다. 안경사에게 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룩옵티컬 매장에서는 마치 '더페이스샵'과 같은 화장품 브랜숍이나 '유니클로' 등 패스트 패션숍처럼 자유롭게 안경을 고를 수 있다. 종업원들은 혼자 온 고객이 아니면 말을 걸지 않도록 교육을 받았다. 잠재 고객들이 자유롭게 안경을 써보고 서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 저렴하지만 품질유지ㆍ스타 등장시켜 고급 이미지

'토네이도 마케팅'의 저자 제프리 무어가 제시한 '신제품 수용주기모델'에 따르면 소비자는 기술애호가, 선각자, 실용주의자, 보수주의자, 회의론자로 나뉜다. 신제품이 나왔을 때 이 순서대로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중 룩옵티컬의 주된 타깃은 20ㆍ30대가 주를 이루는 '실용주의자'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그룹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김이식 파트너는 "유행에 민감한 실용주의자를 공략하면 나중에는 결국 유행에 둔감한 보수주의자들도 실용주의자의 구매 패턴을 따라가게 된다"며 "초기에 주로 소수의 유학생들이 찾던 한국의 스타벅스를 지금은 50ㆍ60대도 많이 찾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룩옵티컬과 경쟁하는 안경 프랜차이즈업체 A사와 B사는 각각 선각자와 보수주의자를 공략하고 있다"며 "선각자는 너무 마니아적이라 대중화되기 어렵고, 보수주의자는 파급 효과가 낮고 반응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실용주의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만든 닉쿤 안경, 은정 안경 등 PB제품의 개당 가격은 1만2500원에 불과하다. 안경 렌즈까지 맞춰도 5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이들 PB제품은 모두 대구에서 만든 국산 안경이다. 룩옵티컬 관계자는 "우리의 PB제품들은 시중에서 판매된다면 3만원대 제품인데, 우리가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 거품을 없앴다"고 말했다.

룩옵티컬은 안경테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스타 마케팅을 통해 실용주의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 파트너는 "저렴하다고 인식되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을 때 소비자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며 "룩옵티컬은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38. [매일경제][Hello Guru] 문화경영의 대가 찰스 햄프든터너 교수

"동양과 서양의 가치는 다릅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상호 보완한다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 국내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국내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문화적 충돌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화경영을 제대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또 문화를 경영에 잘 활용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경영의 그루로 통하는 찰스 햄프든터너 케임브리지대학 경영대 명예교수(77)를 만났다.

성균관대(총장 김준영) 국제하계학기 과정의 강연을 위해 방한한 햄프든터너 교수는 서양과 동양의 장점을 뒤섞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서양의 보편주의(Universalism)와 동양의 특수주의(Particularism)를 지혜롭게 접목해야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기업에 만연한 경영기법ㆍ문화를 말하는 보편주의와 단일 기업환경ㆍ고객층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적 성질을 의미하는 특수주의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편주의와 특수주의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예로 도요타를 들었다. 보편주의 관점에서 보면 도요타는 차를 대량 생산했고, 특수주의 관점에서 도요타는 고객의 특수 취향을 일일이 반영해 비용절약형 럭셔리 제품을 만들었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햄프든터너 교수는 지난 7월 성균관대에서 열린

'문화의 다양성을 관찰하는 6가지 관점'이란 강연에서도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곧 어느 한편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닌 만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영 이론으로 유명하다. 문화경영이란 무엇인가.

"문화란 복잡한 특성의 삶이 모여 형성된다. 경영 리더는 문화를 이용해 사람을 일하게 하고 또 생산성 있는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문화경영 이론의 핵심이다."

-문화경영을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리더가 기업에 새로 들어오게 되면 그는 기업에 기존의 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걸 알게 된다. 이는 마치 통에 담긴 젤리와 같다. 종종 이 문화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스스로 저항할 때가 있다. 하지만 리더는 이러한 문화를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20년 가까이 문화경영에 대해 연구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세계 금융위기는 보편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보편주의는 사람을 기계적으로 생각하고, 또 시장을 마치 기계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적 성향은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 좀 더 인간적이고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간 뒤처지게 될 것이다."

-교수님은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유대관계가 끈끈한 공동체주의와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의 중간점이 기업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둘을 별도로 보는 관점은 옳지 않다. 개인주의도 결국 공동체주의의 일부분이다. 한국은 이 두 가치를 잘 조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서구사회는 아직 이 둘을 분리시켜보고 있다."

-문화경영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 기업의 현실을 진단해달라.

"전반적으로 괜찮은 시스템이다. 미국, 영국 기업 등이 택하는 이른바 '주주(shareholder)' 모델에 따르면 기업의 목적이 주주의 돈을 지키는 것이라면 수익이 나지 않을 때 기업은 직원의 이익을 빼앗게 된다. 중국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이 택하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모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델은 국가 기업 직원 커뮤니티 시민이 공정하게 혜택을 받고 협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구성원 다양해져야 창의성 높아진다

-최근 들어 한국의 몇몇 대기업은 외국계 임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적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교수님의 이론상 법칙을 우선시하는 서구의 보편주의와 개인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동양의 특수주의의 접목인데 한국 기업들이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봐도 되나.

"구성원이 다양해지면 기업이 창의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동시에 갈등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양성은 위험한 동시에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 기업이 새로 해외에 진출하면 현지인을 채용하게 된다. 현지 채용에 있어 중요한 점이 있다면.

"문화는 거울과 같다. 오른손을 왼편으로 비추어 준다. 마찬가지로 서구 사회에 가면 서구인들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사실 그들은 당신과 다를 게 없다. 그저 가치적 측면에서 '공동체주의냐 개인주의냐'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이 차이를 인정하고 적응할 필요가 있다."

-교수님이 내세운 '리더십 딜레마 이론'에 따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선 리더가 동료 직원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보다 쉽게 동료 직원의 비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동아시아는 매우 위계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급자가 될수록 타인의 말을 더욱 잘 듣는 편이다. 서구사회는 대조적으로 상급자가 말을 많이 한다. (한국은 잘 모르지만)일본은 상급자가 하급자의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하급자에게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미들-톱-다운(middle-top-down)' 경영이 유행이다. 중간급 직원이 위로 아이디어를 말하고 이것이 조직 전반으로 퍼진다. 비교하자면 아버지가 애정을 갖고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고 할까. 한국 기업에도 가족적인 문화가 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인 '위대한 패러독스 경영'에 따르면 경영자가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가치를 적절히 섞자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1997년 카시니-하위헌스 프로젝트에서 화성탐사선이 개발됐다. 이는 25년 이상 계획됐고 만드는 데만 7년 이상이 걸렸다. 우주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실수라도 생겨난다면 이것은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 때문에 타인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낸 문제점을 지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실수가 보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의 일을 비판해야 한다. 다만 사람에 대한 애정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기업 첨단기술 꾸준히 배워나가야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삼성은 다른 기업을 잘 따라하는 것과 동시에 창의적이다.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모방이 있는데 하나는 상품 모방이고, 다른 하나는 과정 모방이다. 한국은 과정 모방에 강하다. 그러나 세계시장은 미국 중심적이고, 미국인이 주로 상품을 구입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 생산 과정의 반 정도에서 미국인의 취향을 맞춰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과정 혁신에서 강하다. 동아시아에선 '얼른 깨우치지 않으면 현실이 닥칠 것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혁신적이다. 상품의 주 고객이 미국이라면 더욱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은 하드웨어에서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애플, 구글은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다른 문화보다 앞서나갔다. 한국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은 물리, 화학 등에 강하다. 많은 미국인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돼 학자금을 빨리 갚길 원한다. 이에 비해 과학이란 학문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동아시아인은 이런 학문에 제법 익숙하고 혁신의 선두에 서 있어 일등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동아시아인들을 카피캣(모방자)이라고 하지만 사실 복제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유행하는 첨단기술을 꾸준히 배워나갈 때 다시금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수님이 보기에 상품에도 문화적 영향이 있는 것 같나.

"미국인과 영국인은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뚝딱 잘 만든다. 그들은 1922년에 만들어낸 기계로 하루에 백만 개의 담배를 만들었다. 물론 영국에서 출발한 제조업이 미국으로 그 중심이 전이됐지만 말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는 유교ㆍ가족 가치가 강해 기계를 생산하는 데 조금 느리다. 꼭 미국과 영국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고유 상품이 다르다는 말이다. 국가적 이미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화려한 궁전을 만들어냈거나 럭셔리 상품을 잘 만들고, 미국은 청바지를 잘 만든다. 상품에도 분명 문화적 영향이 있다."

-최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 발달이 기업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궁극적으로 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다. 디지털 미디어가 시장의 본질이 된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시장이 전체적으로 이런 방향을 향하고 있다. 단순히 디지털 언어, 기호, 숫자를 뛰어넘어 사람의 상상력을 스크린 위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가 디지털 영화를 만든다면 아이디어를 투자자와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줘 전 세계로 내 아이디어를 전파할 것이다. 스크린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은 누군가 수시로 침해할 수 있는 특허권 보유보다 나을 수 있다. 특허권은 누군가 쉽게 훔칠 수 있지만 스크린에 당신이 아이디어를 펼쳐놓으면 이것은 바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도난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혁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고, 한국과 일본은 확실히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 중국 시장 겨냥하고 디지털 미디어 사업 집중을

-한국 기업들 중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이 많다. 글로벌 기업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은.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미디어 사업에 집중하라. 한자에 기초를 둔 한국의 언어가 미디어 사업에 쓰이면 한국이 이끄는 디지털 미디어 혁명은 동아시아에 퍼질 것이다. 컴퓨터 혁명이 미국과 영국을 연결시켜준 것처럼 말이다. 이젠 디지털 미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홍콩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 등에 대해 책도 썼는데 한국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중국은 대규모 시장이고, 홍콩은 소규모 시장이다. 난 싱가포르인들에게 중국과 공동 시장(joint market)을 설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싱가포르에서 제품을 개발하되 12억명의 인구가 사는 중국에서 대량 생산하라는 말이다. 인구가 많은 곳에서 제품을 내놓는 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컴퓨터는 당시 성능이 뛰어났지만 좁은 시장에서 많이 팔리지 못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미국은 매우 큰 시장이다. 애플은 영국을 금세 따라잡을 수 있었고 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다. 한국은 기준을 높여 상품을 만들되 보다 큰 시장인 중국에서 대량 판매해야 한다. 한국에서 상품을 발명하고 중국에서 대량 판매하는 등 공동(joint)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 He is…

찰스 햄프든터너 케임브리지대학 명예교수는 경영학계에선 문화 경영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 학부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회학, 법학 등 사회과학에도 폭넓은 관심을 가졌다.

햄프든터너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 MBA를 수료한 이후 하버드대 박사과정에서 졸업논문으로 흑인 사회를 다루며 문화 다양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논문으로 컬럼비아대에서 더글러스 맥그레거 메모리얼 어워드를 받으며 연구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가 1994년에 낸 '기업문화혁명'은 기업문화의 차이와 이에 따른 성공 및 실패의 원인을 다뤘는데, 이 책은 중국어, 일본어를 포함한 1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20만부가 팔렸다.

또한 햄프든터너 교수는 2006년에 낸 '위대한 패러독스 경영'에서 유럽우주기구(ESA)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개발해 1997년 10월에 쏴 올린 토성탐사선 카시니와 하위헌스호의 의미를 경영학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로 문화, 가치관, 리더십 등에 대해 참신한 학문적 시각을 내놓은 햄프든터너 교수는 정기적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해왔다.

[대담=위정환 기업경영팀장 / 정리 = 조진형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39.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스타벅스 제2의 도약 진두지휘 하워드 슐츠 회장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매장이 생겨난다는 커피전문점. 바야흐로 한국은 지금 커피 전쟁 중이다. 커피 전쟁의 중심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40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만들어 전 세계 커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이야기할 때 하워드 슐츠 회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는 평범한 커피를 특별한 브랜드로 재창조했다. 슐츠 회장은 남다른 성공 전략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으로 성장시켰고 2008년 맞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경영 일선에 복귀해 제2 도약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

그가 최근 어느 나라보다 격렬한 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선구자답게 향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스타벅스의 승승장구를 자신하고 있었다. 그에게 토종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과 스타벅스의 신성장동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슐츠 회장은 "커피에 집중하되 커피 그 이상을 파는 곳"이라고 스타벅스를 규정했다.

매경 MBA팀은 슐츠 회장을 만나 최근 펼치고 있는 스타벅스의 경영전략과 비결을 들었다. 슐츠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월 방한 때 이뤄졌고 이후 이메일을 통해 보완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카페베네 이야기-스타벅스를 이긴 토종 카페'라는 책이 출판돼 화제가 됐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가 한국 토종 브랜드에 밀렸다는 것인데,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우선 나는 커피 시장 자체가 덩치가 커진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경쟁 위치에 두고 비교한다면 프랜차이즈 영업점의 개수는 기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고객들이 원하는 경험을 만들고 있고 이는 우리의 한국 시장 내 성장세가 나타내주고 있다. 방한 때도 말했지만 향후 5년간 스타벅스 코리아의 매장은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즉 스타벅스는 누군가의 매장 개수에 밀린다기보다는 현재 매장들에 충실했을 뿐이다.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전문점들과 차별화하는 것은 '양질의 커피'이자 '도덕적인 커피'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합당한 경영법을 중시하고 고객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혁신하고 있다. 커피맛뿐만 아니라 이제는 외형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새로운 스타벅스 청담점을 방문해보기 바란다. 지역화, 현지화로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청담동에 많은 카페가 편안한 소파에 오래 앉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스타벅스 청담점은 바로 그러한 청담동 문화를 그대로 녹였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과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한국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고 미국 이외의 시장 중 가장 큰 시장 5위 안에 드는 나라다. 한국에서의 스타벅스 성공은 끈끈한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더욱 초점을 맞추고 각 매장과 각각의 고객들에게 주의를 기울여서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다. 경쟁을 위해 스타벅스는 수비보다는 공격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현지화 얘기를 하셨는데 스타벅스는 대표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커피맛이나 서비스도 표준화돼 있다. 하지만 아시아 등 세계 다양한 시장으로 뻗어가려면 현지에 맞는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

"전 세계 55개의 다른 시장에 나가서 경영해본 결과 우리는 로컬 시장의 고객 니즈에 귀 기울여야 하고 혁신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됐다. 우리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들의 경험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지점 디자인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고객 주문에 맞추는 프라푸치노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산 유기농 쌀로 만든 과자와 바를 살 수 있다. 이제 조금씩 현지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방한 때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만의 스타벅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한국에서 현지화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렇다. 한국 얘기를 좀 더 해보면 스타벅스의 음료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준을 따라 제공하지만 역으로 로컬 마켓에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수출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린티라테는 한국을 테스트마켓으로 한 후 아시아 지역 전역으로 확산된 사례다. 맛과 사이즈 등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 반응을 먼저 살핀 후 글로벌 확산을 결정한 것이다. 또 한국의 팥빙수를 응용한 스타벅스 여름 음료 브랜드도 대표적인 현지화ㆍ역수출 사례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9개국의 21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국의 팥빙수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레드빈 프라푸치노'를 2007년 6월 1일부터 7월 중순까지 약 2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 코리아 직원들의 제안으로 스타벅스 미국 본사 음료팀에서 약 2년 동안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음료 브랜드로 탄생했다. 레드빈 프라푸치노, 레드빈 크림 프라푸치노, 레드빈 프라푸치노 라이트 등 세 종류로 출시됐다.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그린티라테에 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테스팅 마케팅 후 전 세계로 소개된 두 번째 음료다. 이런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은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매장으로는 스타벅스의 가치,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 제품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다각화는 어떻게 진행되나.

"시애틀 매장에서 맥주와 와인을 파는 스타벅스 바(BAR)를 만든 것도 다각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커피'와 연관성이 높은 아이템으로 다각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40년 동안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됐다. 우리가 창조하는 새로운 '스타벅스 경험'은 여전히 40년 전의 가치 그대로를 반영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커피, 열정적인 파트너들과 고객들과의 관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사업을 커피에서 맥주와 와인으로, 그리고 다양한 음식으로 넓히는 것은 스타벅스 실험의 한 종류이고 낮과 밤의 모든 경험을 혁신적으로 어떻게 엮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고안하게 된 아이디어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우리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 관심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맥주와 와인을 파는 매장은 시애틀에 3곳 있다. 다각화도 현지 실정에 맞게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 일본이나 스페인 등지에 조만간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다."

―커피와 관련된 제품의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벅스는 물론 커피와 연관성이 높은 아이템의 다각화를 실천하기도 한다. 가장 큰 성공 사례이자 굉장히 큰 위험성을 갖고 시작하게 된 커피 비아(VIA)를 들 수 있다. 사실 커피믹스가 가장 잘 팔린다는 한국에는 조금 늦게 출시되는 감이 있지만(이달 출시 예정), 미국에서는 작년 스타벅스판 커피믹스라고 부를 수 있는 비아가 대히트했다. 전문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높은 질의 커피를 추구하는 스타벅스가 개인이 직접 뜨거운 물에 타먹는 커피를 출시한다는 것은 매우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가거나 산행할 때도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자 높은 품질의 비아를 출시하게 됐고 현재 미국 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의 '가치'와 연관해 질문해보면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려고 하는가.

"나는 언제나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더한 가치를 주는 기업이라고 말을 해왔다. 스타벅스는 '커피 비즈니스' 안에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 비즈니스'에서 커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우리 지점들은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건 책을 읽기 위해서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건 대학생들의 토론장소이건 말이다. 나는 스타벅스를 표현할 때 '인간성'으로 표현한다. 인간성 또는 인간애로도 표현될 수 있는 이 말은 사람들의 존엄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것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이 알려진 얘기이지만 스타벅스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선 스타벅스의 모든 파트너들, 즉 임직원을 비롯해 해외에서 우리 스타벅스에 합작투자한 파트너들, 그리고 고객들의 삶을 존경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각각 다른 것을 존중하는 것은 마땅히 옳은 일이며 스타벅스는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것들이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전문점과 차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반성장이 화두다. 특히 납품업체 등 거래 업체와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스타벅스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스타벅스는 공정거래를 통해 커피 농가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0년 84%의 스타벅스 원두는 제3자 인증의 윤리 구매 프로그램인 'C.A.F.E Practice'를 활용해 커피 품질은 뛰어나지만 공정무역 조합에 가입되지 않는 농가들에 시세보다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보장해줬다. 이들 농가에도 정당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거래를 했다. 이는 2009년 81%에서 상승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코스타리카와 르완다, 중국 윈난 지역에 농가지원센터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커피 농가들에 대출해주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08년에는 1250만달러를 대출해줬으나 2015년에는 2000만달러로 늘릴 예정이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중시하고 있다는데.

"주변 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은 스타벅스의 오랜 전통이다. 2011년 4월 우리는 '글로벌 서비스의 달'을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20개국에서 15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15만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1000여 명의 파트너들은 180개 이상 지역봉사에 참여했고 스타벅스 코리아는 30개 도시 80곳의 NGO와 손을 잡았다. 사람들은 점점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정신상태를 지향하며 도덕적 가치를 중시한다. 이렇게 똑똑해진 고객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비슷한 가치를 갖고 있는 기업을 원한다. 우리는 착한 이웃이자 변화의 선두주자이길 원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사례를 최고의 마케팅 사례로 꼽기도 한다. 특히 스타벅스는 일찍부터 성공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중국 등 아시아 진출 전략과 관련지어 설명해달라.

"앞서 말했듯이 스타벅스는 사람들의 생각에 뚜렷이 박혀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우리는 '스타벅스 경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항상 고객과의 대화를 중요시했다. 고객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 중 하나라는 말이다. 이런 우리의 가치에 디지털 스페이스가 더해져 고객과의 대화를 늘릴 수 있는 장이 열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와 모바일 등 우리는 많은 채널을 통해 고객과 만나고 스타벅스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나는 고객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아시아 시장은 스타벅스에 큰 기대를 품게 한다. 사실 한국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방한 때 그래서 나는 현재 350개 지점에서 5년 내 700개 지점으로 2배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또한 중국 고객들의 반응을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 대륙에 약 450개 지점이 있으며 2015년에는 1500개 지점이 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년간 미국 시장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운 점을 각국의 스타벅스 지점들에 점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물론 이런 것을 현지화된 전략적 눈으로 보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스타벅스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은 아시아 등 외국 시장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 He is...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ㆍ58)는 스타벅스의 회장 겸 CEO다. 뉴욕 빈민가 출신인 그는 1982년 스타벅스의 경영방식과 커피 맛에 반해 시애틀에서 스타벅스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986년 이탈리아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바를 열기 위해 스타벅스를 떠나 독립했다가 1987년에 스타벅스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인간 중심 경영과 지역사회 공헌을 기업의 주요 가치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슐츠 회장의 철학은 대외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아 역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자질을 갖춘 리더에게 주는 허레이쇼 앨저 상(Horatio Alger Award), 노터데임대 멘도자 경영대학에서 수여하는 시어도어 M 헤스버그 기업윤리상(Rev. Theodore M. Hesburgh Award for Business Ethics)을 받았다.

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수여하는 보트위닉 기업윤리상(Botwinick Prize in Business Ethics),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수여하는 존 우든 글로벌 리더십상(John Wooden Global Leadership Award) 등도 수상했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속하는 그는 현재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시애틀에 살고 있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40.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스타벅스, 디지털 공간으로 쏘~옥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단순히 커피만이 아니었다. 커피와 함께 '스타벅스 로고와 문화'를 팔았고 '공간'을 팔았다. 그 공간에는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었다.

스타벅스의 변신은 커피 전문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상 공간에 진입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전 세계 5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언제부턴가 친구 추천에 뜨는 이름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보그(Vouge)지와 트럼프 월드(Trump World), 삼성뿐 아니라 스타벅스도 언제부턴가 제4의 공간, 즉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친구 요청'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작년 12월과 6월 각각 개설된 스타벅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고객들과 소통을 시작했으며 유튜브에 스타벅스 코리아 채널 서비스도 개시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스타벅스 코리아 활동을 보면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인 '착한 기업' 활동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파트너들은 물론이고 참여를 원하는 고객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러 가는 활동을 하고 고아원 봉사 활동을 떠난다.

또 어린 고객들에게 바리스타가 커피 만드는 법을 동영상으로 올려 잠재 고객을 스타벅스 팬으로 만든다.

이 같은 뉴미디어 활용으로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사회공헌 활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적립'과 '보상' 시스템도 디지털 공간과 접목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부터 발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지난 7월 27에는 고객 맞춤 보상 프로그램인 'My Starbucks Reward'를 론칭했다. 스타벅스 카드 구매 고객이 홈페이지에 카드번호를 등록하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적립되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구매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거나 적립금으로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여타 커피전문점들과 달리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별도 보상 프로그램이 없었다.

텀블러를 구입하면 한 잔을 무료로 줬을 뿐이고, 스타벅스 카드에 일정액을 충전하면 제공되는 무료 커피 한 잔 정도가 전부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전문점들보다 세분되고 세련된 맞춤형 보상을 디지털 공간과 접목해서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스타벅스 카드를 쓸 때마다 자신이 어떤 음료를 먹고 잔액이 얼마 남아 있는지 등을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 카드로 음료 결제 시 음료 한 잔당 'Free Extra' 서비스 1개를 제공하고, 홈페이지에 카드 등록 시 잔액을 조회할 수 있다.

또한 레벨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Welcome Level'에서는 생일에 무료 음료를 제공하고, 'Green Level'에서는 250g 원두 구매 시 오늘의 커피(또는 아이스 커피 톨 사이즈)를 주며, 신규 음료 출시 시 'New Beverage 1+1' 쿠폰을 증정한다. 골드레벨 회원에게 스타벅스 카드를 발급해주면서 정기적으로 무료 음료 쿠폰이 제공된다.

스타벅스 미주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디지털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된다. 2009년부터 모바일 스타벅스 카드를 출시했고 이후 다른 프로그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7월 야후와 함께 손잡고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했다.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트북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와이파이를 이용해 액세스 가능한 디지털 공간이다.

이코노미스트, ESPN 등과 손 잡고 새로운 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마블 디지털 코믹스와도 계약해 재미있는 만화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지속적으로 더 좋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고객들에게 말한다.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소통에 초점을 맞춘 채 발 빠르게 디지털 세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스타벅스 순발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황미리 연구원]


41.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커피전쟁 2라운드…각사의 차별화 전략은

커피 시장을 확보하려는 커피전문점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커피의 강자인 스타벅스가 '현지화'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카페베네를 비롯한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은 물론이고 독특한 맛으로 승부하는 부티크 커피점들의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커피전문점들은 각자의 독특한 판매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커피시장은 올해 3조691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전문점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40%도 안 된다. 커피시장 자체가 계속 커지고 있고, 이 중 커피전문점의 비중은 아직 작다보니 커피전문점 간 매출 신장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쟁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 커피전문점들 간 전쟁이 처음은 아니다. 스타벅스가 '세련됨'을 무기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면서 전쟁은 시작됐다. 대학로에, 신촌에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던 각종 한국식 커피점은 급속하게 스타벅스식 커피전문점으로 변해갔다.

'별다방'(스타벅스)과 '콩다방'(커피빈)이 2000년대 초반부터 경쟁했고 2008년부터 국산 브랜드 할리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커피빈을 점포 수에서 앞지르며 3파전 양상으로 변했다.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로 정리되는가 싶던 커피전문점 전쟁은 카페베네를 필두로 한 토종 브랜드가 다수 등장하면서 그 양상이 바뀐다.

카페베네는 특히 싸이더스와 합작 계약을 맺고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과 공격적인 점포 확장으로 2008년 12개에 불과했던 체인점을 올해 673개까지 늘리며 점포 수 2위인 엔제리너스(490곳), 스타벅스(424곳)와 격차를 벌렸다. 카페베네의 성공 요인은 차별된 인테리어다. 기존 커피전문점들이 뉴요커의 도회적인 이미지만을 내세웠다면, 카페베네는 휴식과 문화를 내세워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매장 분위기는 '카페베네', 커피맛은 '커피빈', 가격은 '할리스'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탐앤탐스는 독보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장 운영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렸으며, 매장 내 WIFI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넓은 흡연실과 비즈니스룸을 확보했고, 발레파킹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할리스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개발해 신맛과 쓴맛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커피를 선보였다.

투썸플레이스는 폐점 매장이 없는 안정적인 운영을 자랑한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전문점 붐에 본격 부응하기 위해 젊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투썸커피' 등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30년 프랜차이즈 노하우를 가진 롯데리아 커피사업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브랜드 캐릭터를 자체 제작해 캐릭터 사업 병행을 통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명 일러스트 작가 이우일 씨가 직접 제작한 '가브리엘, 라파엘, 안젤라' 캐릭터는 인테리어에서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커피 관련 용품 및 문구, 잡화류에 접목한 캐릭터 사업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파스쿠찌는 이탈리안 정통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을 표방한다. 2002년 3월 SPC그룹의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파스쿠찌 이탈리아 본사와 브랜드 도입 계약을 맺고 독자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아메리칸 커피 브랜드와는 달리 파스쿠찌는 이탈리아 파스쿠찌에서 블렌딩 및 로스팅된 원두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디야, 로즈버드, 네스카페 등 커피전문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친근한 매장 분위기를 무기로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 와중에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서 입맛을 고급화한 소비자들이 아예 바리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드는 부티크형 커피점으로 일부 이탈하면서 커피전문점 전쟁은 혼전 양상이 됐다.

커피전문점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포문을 열었던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슐츠 회장은 "점포 수가 곧 업계 선두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지화ㆍ다각화 전략을 세워 5년 안에 한국에 지금의 약 2배 가까운 700개의 점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스타벅스의 사회공헌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을 위주로 서울뿐 아니라 지방으로 '커피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얘기다. 서두르지 않되 점포 수도 크게 밀리는 양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커피 2차 대전의 시작은 점포 수를 앞세운 카페베네를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벅스가 다시 공격하는 양상이지만, 이미 각각의 무기를 벼리고 있는 다른 커피전문점 체인들까지 어우러져 만들어낼 대전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커피전문점 시장이 점차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커피전문점들이 24시간 영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며 "스타벅스가 커피믹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얼마나 창의적으로 기존 업자 대비 차별화 포인트를 찾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42. [매일경제][Insight] 성공적인 승계 원한다면 연공서열 따지지 마세요

◆ 6가지 주요 조건

얼마 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잡스의 건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잡스의 사임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이 애플의 창조적 경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다. 승계 계획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경영 기법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사수(副射手)'의 명부를 확보하는 대체 계획이 아니다. 승계 계획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핵심 인재의 풀을 구축하는 프로세스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곧 승계 계획이 잘 구축됐다는 것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정 유형의 인재가 필요할 때 전 조직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인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인재를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승계 계획은 사업 계획을 매년 반복하듯이 5단계 과정을 반복하는 순환적인 프로세스다. 승계 계획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경영진, 라인관리자, 인사부서 등의 역할을 정하고 제반 계획을 설정하는 것이 첫 단계다.

승계 대상 역할이나 직무를 설정하는 것이 다음 단계인데, 이는 사업 전략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직 역량을 분석하고 평가해 승계 계획의 대상이 되는 역할과 직무를 선정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이후에는 대상이 되는 역할과 직무의 필요 요건을 확인하고 후보자를 선정하며 계발 계획을 설계한다. 승계 계획이 제도화되면 모니터링 제도 등 운영 방안과 제반 인사 제도와의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승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타워스 왓슨의 컨설팅 경험에서 비롯된 6가지 주요 조건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1. 필요한 인재 명확히 정의

사업 관점에서 필요한 인재가 명확히 이해되고 정의돼야 한다. 기업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때 어떤 역할과 직무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수준에 맞춰 어떤 계획을 실행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기업들의 승계 계획이 한두 해의 단기적인 이벤트로 그치거나 인재를 선발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안타까운 현상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관점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2. 일관적인 후보 평가기준

후보자를 선발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일관적이고 명시화돼 있어야 한다. 일관적이고 명시화된다는 의미는 전체 조직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서는 아쉽게도 조직 간, 구성원 간 '형평성'을 지나치게 고려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한 형평성은 향후 변화에 대응할 잠재력보다는 현재의 상급자가 하급자보다 우월하다는 연공서열에 의해 후보자를 선발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3. 다양하고 정확한 DB구축

정확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정확한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후보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경험, 역량, 강점, 약점, 경력 희망 등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아쉽게도 우리 기업들은 다년간의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했다 안 했다 외에 의미를 추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4. 구체적인 인재 계발계획

강력한 계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하다는 것은 통상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선발된 후보자들에게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경영진이 직접 담당하는 코칭(Coaching)과 멘토링,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필요한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직무순환을 들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강화해야 할 부분은 선발된 후보자들이 스스로 계발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5. 경영진이 직접 관장

경영진이 승계 계획의 프로세스를 직접 관장해야 한다. 경영진이 관심을 갖지 않는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비단 승계 계획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이 승계 계획의 후보를 선발하고, 코칭과 같이 계발 계획을 이끌어가는 한 주체로서 활동하고, 평가 등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형성하는 것에는 다른 인사 제도보다 관여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

승계 계획에 의한 인재의 확보율이나 확보된 인재의 퇴직률과 같은 지표를 인사부서만이 아닌 경영진이 담당할 때 승계 계획이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6. 벽 없는 조직문화 조성

벽 없는 조직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경영진과 관리진이 개별 단위 조직을 넘어서서 승계 후보자를 선정ㆍ계발ㆍ평가하는 데 전사적 관점에서 참여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 중 생산, 연구개발, 마케팅과 같이 기능형으로 성장해온 경우에는 전사적 관점보다 하위 조직 단위의 관점을 우선하는 사례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럴 경우 전사의 전략에 입각한 승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한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시대를 뒤덮은 적이 있다. 최근에 선택과 집중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 경영의 흐름은 '인재 경영(Talent Manag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재 경영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승계 계획이라는 받침이 튼튼해야 한다.

타워스 왓슨의 컨설팅 경험에 비추어본 6가지의 성공 원칙은 승계 계획을 제대로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6가지의 성공 원칙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우리 기업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바로 '차별화(Differentiation)의 마인드'를 갖추라는 것이다. 사내에 많은 역할과 책임 중 사업에 영향을 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개인의 성과와 잠재력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공식화할 수 있어야 하며, 계발을 위한 투자를 집중적이고 선별적으로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박광서 타워스 왓슨 사장]


43. [매일경제][21세기 인문학] 대의 위해 원수까지 감싸안은 `통큰` 링컨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기는 찾아온다. 나라마다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역사의 흥미로운 주제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위기 이후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그중의 하나가 '역사청산' 문제다.

미합중국 건국 이래 최대 위기는 남북전쟁이었다. 건국 이후 미합중국의 결속을 집요하게 방해하던 남과 북의 지역감정은 결국 미국을 내전의 비극으로 내몰았다.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이라는 도덕적인 이슈로 포장된 남과 북의 지역감정이 폭발한 내전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남부의 '반란'을 제압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군의 승리가 가까워오면서 링컨에게 더 크고 어려운 과제는 패배한 남부를 어떻게 처리하는 가였다. 남부를 다시 연방에 받아들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남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 강경책이며, 다른 하나는 남부 주들을 포용해서 가능한 한 하루빨리 연방에 복귀시키는 온건책이었다. 링컨이 속한 공화당은 대체로 강경파였다. 그들은 남부에 전쟁책임을 최대한 묻고 남부 주들을 점진적으로 연방에 복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이전에 일종의 준엄한 '역사청산'을 전제하자는 것이다.

링컨의 생각은 달랐다. 냉엄한 역사청산보다는 불행한 과거를 하루빨리 뒤로하고 합심해서 파괴된 연방을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링컨이 제안한 재건정책의 핵심은 '10% 플랜'이었다. 패배한 남부 주 유권자들 중 최소한 10%만이라도 노예해방을 수용하면서 연방에 복귀하길 원하면 연방은 그 주를 받아들이자는 계획이다. 남북전쟁 직후 대다수의 북부 사람들이 남부에 대한 역사청산의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던 그 시점에서 링컨이 제시한 역사청산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아쉽게도 링컨은 암살당했고 그의 재건 구상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링컨의 정신은 계속 살아 있었다. 패배한 남부와 남부 지도자들에 대한 역사청산은 관대했다. 누구도 전범으로 몰려 사형당하지 않았다. 남부군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Robert E. Lee)의 사유지는 몰수되었지만, 그곳은 해방노예들의 모델 거주지로 사용되었으며,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며 후대 사람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것이 지금의 알링턴 국립묘지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링컨이 원했던 포용과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재건에 성공했다. 물론 미국이 남북전쟁 후 실질적인 남과 북의 통일을 이뤄내는 데 완벽히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족이 내란 후 문제를 쉽게 풀지 못했던 세계사의 아픈 기억을 생각할 때, 링컨의 포용과 화해에 기초한 역사청산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던 귀중한 초석이다.

남북전쟁 이후 최초의 남부 출신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이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면서 패전국 독일에 적용한 정책에서 링컨의 포용과 화해의 정신을 찾을 수 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2차 대전 후 패전국 독일과 일본에 적용했던 정책에서 마찬가지로 링컨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좋은 리더는 현재 문제를 치밀하게 진단해서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명철한 이성을 소유해야 한다. 위대한 리더는 더 큰 미래를 위해 원수까지도 포용하며 통합의 길을 제시하는 따뜻한 가슴을 소유해야 한다.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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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